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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행복나눔재단, 장애인 교육 혁신의 시작

SK행복나눔재단, 장애인 교육 혁신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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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교육의 진짜 진전은 어디에서 시작되는가 – 기술, 제도, 그리고 사회적 의식을 잇는 실험

음성 중심의 교실 수업은 청각장애 학생에게 오래된 장벽이었다. ‘포용적 교육’이란 말이 교과서와 정책자료에선 빼곡하지만, 실제 교실의 풍경은 여전히 한계로 가득하다. 그런 가운데 SK행복나눔재단이 운영한 실시간 문자 통역 기술 ‘소보로’의 시도는 기술의 발전이 어떻게 교육의 문턱을 낮출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다. 4년간 진행된 이 실험은 기술 그 자체 외에, 장애 학생의 학습권이라는 공공의 과제를 제도와 현장이 어떻게 수용하고 변화시킬 수 있는지를 묻는 하나의 ‘사회적 보고서’다.

교실은 누구를 위한 공간인가

우리 교육제도는 ‘평등한 교육기회’를 말하지만, 실제로는 정상성을 중심으로 설계돼 있다. 청각 지원 기기나 보조교사의 배치는 수요에 비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수업 콘텐츠는 청각 중심으로 구성된다. 이는 장애 학생에게 단순한 정보 격차가 아니라, 소속감과 학습 동기 자체를 꺾는 구조적 요인이다. 이러한 환경에서 실시간 문자 통역 기술은 단순한 편의가 아니라 ‘학습 접근권’이라는 기본권의 실현을 가능하게 하는 수단이다.

‘소보로’ 프로젝트는 교사 발화를 실시간 문자로 전환해 수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결과는 인상적이다. 수업 수신율 20%에서 85%, 콘텐츠 이해도 46점에서 65점으로의 향상은 단순한 수치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이는 기술이 장애인의 ‘열악한 환경에 적응하는 기능’이 아니라, ‘구조 자체를 바꾸는 가능성’으로 움직일 때 얻을 수 있는 결과를 잘 보여준다.

제도는 충분히 열려 있는가

프로젝트의 진전은 민간의 실험에 머무르지 않고, 제도적 시스템과 연결되었다. 현재 소보로는 전국 16개 시·도 교육청의 보조공학기기 목록에 등록돼, 특수교육지원센터에서 무상 대여가 가능하다. 그러나 애초에 이 서비스를 필요로 하지만 접근 방법을 알지 못하는 가정, 학교 내 적극적인 연계가 어려운 교사 집단, 지원 예산에 따라 지역별 격차가 벌어질 수 있다는 현실은 여전히 숙제로 남는다.

이는 ‘보편적 서비스’로서의 장애인 교육 지원 정책이 지역 간, 계층 간 편차 없이 적용되려면 정책의 구조적 구체화가 필수임을 말해준다. 단순히 물품 목록에 장비를 올려두는 것이 아니라, 학교 차원의 인식 개선, 교사 연수, 지속적인 사용 안내 등 ‘정책의 입체화’가 중요하다.

실패와 시행착오를 기록하는 이유

세상파일 프로젝트는 “성과”보다 “과정”을 강조했다. 통역 정확도가 78%에서 96%로 향상된 이면에는 반복적인 수정, 피드백, 예산과 시간 한계 속 시행착오가 있었다. 이러한 기록은 기술 기반 사회문제 해결 과정이 단순 적용만으론 충분치 않으며, 현장성과 유연성을 갖춘 사회적 실험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점을 환기시킨다.

다른 한편, 이 기록은 학교 현장에서 보조기기를 시도조차 하지 못했던 교사들, 장애인 지원에 막막함을 느끼는 지역 단체, 그리고 관계성을 중시하는 사회혁신가들에게 ‘어떻게 시작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실천 메뉴얼’ 역할을 한다.

장애 접근성을 넘는 포용성의 미래

다시 질문하게 된다. 접근 가능한 기술이 생긴다고 해서 그 사회가 곧 포용적이 되는가? ‘소보로’는 기술 – 정책 – 사용자 간의 관계 속에서만 의미를 가지며, 그 관계를 넓히는 과정이야말로 포용사회의 구축이다.

교육에서의 포용은 단순히 ‘장애학생이 수업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학생의 다양성이 교육의 설계에 반영되는 구조로의 전환을 말한다. 글로벌 기준을 봐도 OECD나 유네스코는 ‘장애인의 교육권’ 이상으로 ‘다양성을 기반한 교육 설계’로 방향을 잡아가고 있다. 한국 교육 정책 역시 보조기기 지원을 넘어서 교육 콘텐츠, 교사 배치, 평가 방식에 이르기까지 구조적 재검토가 병행돼야 할 시점이다.

무엇을 바꿔야 하고, 어디서부터 가능할까

기술 보유와 실험은 민간에서, 공적 자원과 제도화는 정부가 맡는 협력이 필요하다. 동시에 시민 개개인은 일상 속에서 ‘차이를 받아들이는 감수성’을 키우며, 학교 현장을 중심으로 만들어지는 연대의 공간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주변에서 실시간 통역 기기를 처음 사용하는 학생, 혹은 그것을 낯설게 바라보는 교실의 반응 속에서 우리는 여전히 이 사회가 ‘포용성’을 학습해가는 과정 위에 있다는 사실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성장은, 그 과정을 기꺼이 기록하고 함께 나누는 실천에서부터 출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