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화학 산업의 변곡점 – S-OIL 사례로 본 통합 전략과 공급망 리밸런싱 흐름
글로벌 에너지 시장이 전환기에 진입했다. 공급망 충격, 탄소중립 가속, 아시아 수요 중심의 재편 등이 복합 작용하며 정유·석유화학 업계는 더 이상 단순한 사이클 대응 산업이 아니다. 최근 S-OIL이 발표한 2025년 연간 및 4분기 실적은 이러한 구조적 재편 속에서 어떻게 기업이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정렬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특히 정유·화학·윤활유 사업 간 실적 분화를 통해 우리는 사업 간 수익성 격차, 제품 전환 전략, 공급 안정성 확보 방식을 읽을 수 있다.
제품 스프레드 확장: 낡은 프레임에서 수익 방어로
S-OIL은 2025년 4분기 전 사업부문에서 제품 스프레드 개선을 통해 분기 영업이익 4245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이전 분기 대비 눈에 띄는 반등이지만, 연간 영업이익은 2882억 원으로 감소해 연간 기준으로는 부진한 성적을 거뒀다. 이 실적 양극화는 단기 시황보다는 구조적 대응 능력이 핵심 성과 지표임을 시사한다.
정유 부문은 글로벌 수요 회복과 OPEC+ 증산 여파가 얽힌 복잡한 상황에서도, 미국 노후설비 폐쇄 및 계절 수요 반등 등 국지적 변수에 기반한 정제마진 상승이 영업적자를 상쇄하지는 못했다. 반면 윤활 부문은 비수기임에도 래깅 효과(원재료 가격 하락의 시차 효과) 덕에 5821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기업 전체의 손익을 방어했다. 이 구조는 다음과 같은 전략적 인사이트를 제공한다: 정유/화학 중심 기업이 수익 변동성을 평준화하려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고마진 부문(예: 윤활유)의 비중을 높이거나 수직계열화를 강화해야 한다.
샤힌 프로젝트: 화학 비중 확대와 동남아 수출 기반 재설계
2026년 완공을 앞둔 샤힌 프로젝트는 단순한 생산능력 추가가 아니다. 이 프로젝트는 프로필렌(PO) 중심의 올레핀 다운스트림 경쟁력 강화를 겨냥하며, 전략적 방향은 다층적이다. 첫째, 국내 정유사가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필연적으로 추진해온 정유·화학 융합 모델의 강화다. 둘째, 장기 수출계약 협상 중이라는 점은 지속가능한 수요처 확보 및 제품 마진 안정화 전략을 방증한다.
실제로 S-OIL은 고도화된 화학소재 생산능력을 확보하며 중국 중심이었던 수출 구조에서 동남아와 중동 시장으로 영역을 다각화하려는 모습이다. 이는 미래 공급 충격 대응과 수익성 방어 수단으로 특히 유효하다. McKinsey 보고서(2023)에 따르면, 글로벌 화학 업계는 2026년 이후 과잉 공급 우려보다 수급 불균형 및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에 더 주목하고 있다.
사업별 구조 전환: 화학은 리스크, 윤활은 기회
S-OIL의 사업부문별 손익 흐름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석유화학 부문이 영업적자에 빠졌다는 사실이다. 파라자일렌(PX)은 수요 견조로 스프레드가 상승했지만, 벤젠(BZ) 스프레드는 중국 설비 증설 영향으로 하락했다. 또한 폴리프로필렌(PP)과 같은 올레핀 제품은 정기 보수 이후 공급 증가로 가격 하락 압박을 받았다. 이처럼 중국 주도의 설비 증설과 내수 부진이 혼재된 화학 시장은 공급 측 요인에 주도권을 내줬다.
반면 윤활 부문은 공급 경색 없이 지속적인 수요 증가와 안정적 원가 구조를 바탕으로 시장을 선도 중이다. 해당 부문의 확장성과 고정 수요 특성은 특히 경기 변동에 취약한 정유/화학 대비 비즈니스 모델의 회복 탄력성을 강화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예측 가능한 변수 vs. 예측 불가능한 변수 간 전략 배분
다양한 거시 변수 중 2026년에는 공급 제한(노후 설비 폐쇄, 정기보수)과 글로벌 수요 회복이 겹치며 시황이 우호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는 명백히 단기 사이클의 흐름이며, 중장기적으로는 탄소 규제, 기술 전환 투자의 가속, 탈석유 흐름 등이 주요 리스크로 부상한다. 특히 이익의 절반 이상을 의존하는 윤활 부문이 전기차 보급 속도에 따라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
따라서 지금 이 산업이 요구하는 질문은 다음과 같다. “나의 비즈니스는 특정 유가 흐름이나 공급 구조에 얼마나 민감한가?”, “사업 포트폴리오의 수익성과 변동성을 구분할 수 있는가?”, “화학 소재의 글로벌 수요를 예측하기 위해 필요한 지표는 무엇인가?”
정제마진, 스프레드, 수익 구조의 흐름은 숫자 이상을 의미한다. 이익이 발생한 시장과 손실이 난 시장을 명확히 식별하고, 이를 기반으로 자본 배분 전략을 재조정해야 하는 시점이다. 특히 정유·화학 산업 내 플레이어는 고정 수익 요소와 사이클 수익 요소를 분리 분석하고, 수출 기반 확보와 다운스트림 심화 전략을 중심으로 향후 2~3년 전략을 모듈화해야 한다.
향후 주의해야 할 핵심 변수는 다음과 같다:
- 중국발 공급과잉 리스크
- 원자력·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석유 수요 장기 하락 가능성
- 전기차 보급 확대에 따른 윤활유 시장 구조 변화
- 글로벌 탈탄소 규제와 탄소세 본격화
변화가 예고된 시장에서 중요한 것은 타이밍이 아니라 구조다. 전략을 세울 시간은 지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