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AS 프리 인증 도입이 던지는 물음 – 환경 건강과 산업 생태계의 균형을 생각하다
지속 가능한 소비와 공공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세계적인 공공 안전 인증기관인 NSF가 발표한 ‘NSF 537 PFAS 프리 인증’의 한국 도입은 주목할 만한 움직임이다. 이번 인증은 식품 장비 소재와 비식품 화합물 전반에 걸쳐, '영원한 화학물질'로 불리는 PFAS의 존재 여부를 보다 정밀하게 검증하는 기준을 제시한다. 단순한 친환경 트렌드를 넘어 제품 설계부터 제조 환경까지 전체 산업 구조를 재점검해야 할 시점이라는 점에서 그 함의는 작지 않다.
PFAS, 보이지 않는 위험에 대한 경고
PFAS(과불화화합물 및 폴리플루오르화화합물)는 특수한 내열·발수·비점착 성질 덕분에 주방용기, 의류, 화장품, 산업용 윤활유 등 다양한 소비재에 널리 사용되어 왔다. 하지만 이 물질은 자연 분해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으며 인체에 축적될 경우 간 질환, 호르몬 교란, 특정 암, 아동 발달 지연 등 심각한 건강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국립 환경 보건 과학 연구소에 따르면 주된 노출 경로는 오염된 음식과 물이다. 그동안 일반 소비자들은 이러한 위험을 인식하기조차 어려웠고, 기업들 역시 구체적 규제가 부족한 틈을 타 안정성을 명확히 입증하지 않은 채 생산 활동을 이어온 측면이 있었다.
제도는 앞서는가, 생산은 뒤처지는가
NSF 537은 제품 성분에 PFAS가 의도적으로 추가되지 않았음을 기술 검토와 총 유기 플루오린(TOF) 수치 테스트로 확인하고, 연간 재시험, 교차오염 방지 및 생산 설비 투명성 등의 기준을 명문화했다. 특히, 식품 장비 소재의 경우 최소한의 공중 보건 요구사항을 충족해야 인증받을 수 있다. 이는 단순히 성분을 관리하는 차원을 넘어, 제조공정 자체의 PFAS 저감 관리가 요구된다는 점에서 국내 산업에 큰 숙제를 던진다.
한국은 아직 PFAS 사용을 포괄적으로 규제하는 법령이 미흡하다. 일부 지자체와 민간에서는 음용수 내 PFAS 수치를 자율 측정하고 있으나, 제품 단위에서의 사용 실태 파악은 성과가 제한적이다. 이번 NSF 인증 도입은 다분히 민간 주도의 예방 중심 전략이지만, 이를 기점으로 정부의 제도적 역할 확대가 절실하다는 여론도 고조되고 있다.
산업계와 소비자가 느끼는 간극
기업 입장에서 PFAS 프리 인증은 기술적 장벽이자 비용 부담이다. 특히 중소 제조업체는 테스트 비용, 원재료 변경, 인증 과정 대응 등의 면에서 진입장벽을 체감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PFAS 프리 정책이 잇따르고 있다. EU는 2023년부터 일부 PFAS 물질 사용 금지를 선언했고, 미국 각 주도 개별 PFAS 규제를 강화 중이다. 이는 한국 기업의 수출 경쟁력 확보와 B2B 환경에서의 생존을 위한 새로운 품질 잣대로 작동할 가능성이 크다.
소비자의 반응은 양가적이다. 가격 인상 요인으로 작용한다면 수용이 어려울 수 있지만, 점점 더 많은 소비자가 건강과 환경을 고려한 소비를 가치화하고 있기에 브랜드 신뢰 구축에 있어 차별점이 될 수 있다. 특히 육아 및 건강 중심 소비층은 PFAS 프리 제품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조사 결과도 존재한다.
환경 보호를 위한 인증이 되기 위해
이번 인증제도의 진정한 가치는 단순한 마케팅 툴을 넘어선 전 사회적 감시 체계로의 확장 여부에 달려 있다. 식품과 생활용품, 산업 소비재 전반에 PFAS 검출 정보를 국민이 쉽게 접근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정보 공개, 제품 표시 기준, 공공 조달 연계 확산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 기업 차원의 자율은 중요하지만, 정부의 역할은 이를 제도적 틀 안에 구축하는 데 있다.
해외 사례처럼 PFAS 프리화를 위한 인센티브 시스템 설계, 환경오염 감시 예산 확충과 함께, 다양한 이해 관계자의 협력 거버넌스를 형성하는 것이 관건이다. 특히 한국의 학계, 시민사회, 산업계 간 정보 비대칭성과 책임 회피 구조는 구조 개선의 우선 과제가 된다.
NSF 537의 도입은 단순한 환경 기준 하나가 아니라, 산업 전반의 윤리성과 지속 가능성 지향성을 묻는 전환점이다. 이 인증이 현장에 뿌리내리려면 모든 구성원들의 태도 전환이 필요하다. 소비자는 라벨 뒷면을 살펴보고, 기업은 인증의 가치를 미래 경쟁력으로 재정의하며, 정책은 사후 감시보다 사전 예방 체계로 나아가야 할 때다.
지금 우리 사회가 던져야 할 질문은 단순하다. “내가 사용하는 이 제품, 정말 안전한가?” 이 물음에서 새로운 공공성과 시장 신뢰, 그리고 지속 가능한 삶의 조건이 자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