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해운 시황 위기 속 ‘선택과 집중’ 전략 – HMM 실적이 말하는 대형 선사의 생존법
2025년 3분기 HMM의 매출은 2조7064억원, 영업이익은 2968억원(이익률 11%)에 달했다.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가 전년 대비 52% 하락해 해상 운임이 크게 줄었음에도, HMM은 전년 대비 27% 증가한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 수치는 글로벌 정세 악화, 미·중 무역 긴장, 공급과잉 등 복합 위기 국면 속에서도 규모 있는 선사가 어떤 전략으로 수익성을 방어할 수 있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이 글에서는 최근 해운 시황 악화 원인과 HMM의 대응 전략, 그리고 이로부터 물류 기업들이 얻을 수 있는 실무 인사이트를 제시한다.
글로벌 해운 시황의 구조적 하락 – 미중 무역 정책과 수요 파동
해상운임의 하락은 단순한 수요 감소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2024~2025년 글로벌 해운 시장은 미국의 보호관세 본격화와 재고 과잉 해소 주기, 공급선 과잉 투입의 삼중고에 직면했다. 특히 미주 노선의 해상운임은 서안 69%, 동안 63% 급감하는 등 핵심 노선 수익성이 붕괴되었다.
KOTRA와 DHL Logistics Trend Radar에 따르면, 글로벌 공급망은 재편의 변곡점에 있다. 제조기지의 다변화(차이나+1 전략), 정책 리스크, 소비 패턴 변화가 해운 물동량에 비정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이는 단기간에 회복되기 어려우며, 해운사들에게 ‘고정 운임 기반 장기계약 확보’와 ‘비탄력적 고부가화물 확보’가 필수 전략으로 떠오르고 있다.
효율 최적화 없는 운임 전략은 수익성 저하로 직결
HMM은 이익률 방어를 위해 항로별 기항지 조정, 선박 투입 최적화, 냉동·대형화물 중심 고객 유치 등 선택과 집중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적게 벌더라도 운항을 유지한다’는 방식이 아닌, 투입된 단위 자원 당 수익을 극대화하는 구조다. 특히 냉동·대형화물은 수출입 일정 예측이 용이하고 계약 지속성이 높아 변동성 대응에 효과적이다.
실제 글로벌 화주들도 불확실한 단기 물류 시장보다는 계약 수단을 통한 배송 안정성 확보를 선호하고 있으며, 선사들 또한 이를 기반으로 한 ‘중기 수익 포트폴리오’ 재구성에 집중하고 있다.
물류 자동화가 아닌 '영업전환 전략'이 우선이다
화물 운송 기업이 당면한 시황에서는 단순한 IT 도입이나 스마트 물류 시스템 구성이 전면 해답이 아니다. 자동화나 로봇화 이전에 중요한 것은 데이터 기반 화물 가공 전략 수립과 선별적 고객 세분화 판매 전략이다. 이익률이 높은 화물군, 예측 가능한 계약군, 탄소중립 관련 ESG 화물에 집중하고, 중단기 계약 유치 역량을 갖춘 영업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해운·운송기업의 지속 가능한 수익 기반을 만든다.
이와 관련해 유럽 해운사 Maersk도 2025년부터 냉동식품, 배터리 화물 등 고부가가치 화물을 중심으로 맞춤형 계약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는 물류 산업이 단순한 수송에서 고객 맞춤형 공급망 솔루션 제공자로 변모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산업통합보다 노선 다각화 – 분산 리스크 관리가 핵심
미국발 정책 리스크나 지정학적 충돌은 해운 리스크를 글로벌화하고 있다. HMM이 ‘신규 영업 구간 개발’을 병행하는 배경에는 지속 악화되는 특정 노선 의존도 감소 전략이 깔려 있다. 이는 단순한 시장 확대가 아니라 공급망 리스크 관점을 반영한 행동이다.
맥킨지는 향후 공급망 전략의 열쇠는 '포트폴리오 분산'에 있다고 강조한다. 물류 기업이 고객사를 대상으로 신규 루트를 제안하고, 제조·수입사와 연동된 공동 대응 모델을 개발할 때, 그 파급력은 단순한 화물 증감의 문제가 아닌 기업 신뢰와 지속연계로 이어진다.
요약하자면, 지금 물류 시스템에 필요한 혁신은 속도나 자동화 기술이 아니라, 노선의 선택과 집중, 고수익 화물 유치 영업력, 다각화된 리스크 포트폴리오 구축이다. 물류기업 실무자들이 고려해야 할 전략은 다음과 같다:
- 운연선(운항+노선) 데이터를 기반으로 단위 비용 최적화 모델을 검토할 것
- 불확실성이 높은 시기일수록 고정계약 기반의 안정적 수익 고객군을 발굴할 것
- 단순화물 대신 ESG·냉동·의약품 등 산업별 특수화물에 비즈니스 타깃을 둘 것
- 신규 항로 개발은 전략적 리스크 분산 도구로 인식하고, 지역 다변화를 적극 운영할 것
급변하는 해운 시장 속 기업의 생존 전략은 대형 선사의 숫자에 담긴 인사이트에서 시작될 수 있다. 이제, 실적 뒤에 숨은 구조적 전략을 읽는 역량이 물류 전략 수립의 기준점이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