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 시황 불황기, HMM의 실적이 보여주는 공급망 전략의 미래
글로벌 정세의 불확실성과 미국 보호무역주의 강화 속에서도 HMM이 2025년 3분기 매출 2조7064억 원, 영업이익 2968억 원, 영업이익률 11%라는 성과를 기록하며 시황 부진에도 ‘이익 방어’를 이뤄낸 것은 단순한 운이 아니다. 글로벌 해운 산업 전체가 운임 급락과 공급과잉이라는 구조적 도전에 직면한 가운데, HMM의 전략은 현재 해운사의 생존 공식이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번 실적은 글로벌 해운기업이 단순히 운임에 휘둘리는 것이 아니라, 경로 최적화·화물 포트폴리오 다변화·신사업 개발을 통해 수익성을 구조적으로 관리하는 체계가 필요함을 재확인시킨다.
글로벌 해운 운임 급락, 단기 실적보다 중요한 구조 대응
2025년 3분기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2% 폭락하며, 특히 미주 서안·동안 노선의 운임은 각각 69%, 63%나 감소했다. 이는 전형적인 불균형 공급망과 글로벌 규제 리스크(미국 보호관세 확대)의 직접적 영향이다.
단기 운임에만 의존하는 운송 모델은 이런 대외 리스크에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실제로, 많은 글로벌 선사가 수익 손실을 보고 있는 가운데 HMM은 누적 영업이익 1조1439억 원을 유지하며 안정적인 수익성을 확보했다. 이는 항로별 선박 스케줄 조정, 고부가물류 집중, 비수익 구간 축소 등 항로 최적화 전략의 효과라 할 수 있다.
고수익 화물 확보와 기항지 전략의 차별화
HMM은 냉동화물, 대형 프로젝트 화물 등 고부가가치 특수 화물에 집중하고, 단가 경쟁이 심한 범용화물보다는 수익구조가 안정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이러한 전략은 단기물량 급감 상황에서도 수익 레버리지를 확보할 수 있는 방법으로, 특히 서비스 차별화가 용이하고 고객 충성도가 높은 시장에서 효과적이다.
기항지 조정으로 승객화물 밀도가 높은 항만 중심 스케줄을 운영하고, 효율성이 낮은 노선과 선박은 축소 또는 재배치함으로써 운항단가 최적화와 유류비 절감을 동시에 달성하는 점도 주목할 전략이다.
공급망 불확실성 시대, ‘풀필먼트형 해운사’로 전환해야
미국 보호무역주의는 단기적 이슈가 아니라 지속적 위협이다. 통관 리스크 증대, 특정 항만의 혼잡 리스크, 수입업체들의 선제적 운송 계획 변경 등은 결국 해운기업에도 SCM 기반 예측력과 대응력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제 단순한 운송 수행자가 아니라, 항로별 수요 관리, 운임 변동성 헤지, 고객사 물류 BEP 분석까지 서비스하는 ‘풀필먼트형 해운사’ 전략이 요구된다. 실제로 글로벌 선도 선사들은 이미 자체 데이터 플랫폼을 통해 AI 기반 수요 예측, 재고 위치 추적, 효율적 접안 일정관리 등 스마트 오퍼레이션을 강화하고 있다.
산업 구조 재편기, 설비 투자와 ESG 전략이 수익성을 가른다
HMM은 최근 3조 원 규모 신규 선박 주문 등 '빅오더'를 통해 선박 현대화와 친환경 전환에 나서고 있다. 이는 단순한 선박 수 확대가 아니라, 내연기관 대비 유류비 20% 이상 절감이 가능한 친환경 대형선박 전환 전략을 통한 ESG+비용 구조 개선의 동시 달성이다.
미래 해운 경쟁의 초점은 운임이 아닌 친환경 연료 대응, 탄소세 대응력, ESG 인증 보유 여부에 달려 있다. 특히 유럽 탄소배출세, IMO의 환경규제 강화 속에서는 탄소배출량 당 단위 수익률(COPS)을 감소시키는 선단 운영이 수익성과 직결된다.
기업 실무에 주는 인사이트
현업 물류 담당자와 SCM 책임자는 다음 전략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 항로별 수익률 및 탄소배출량 데이터를 기반으로 입항항만/양하지점 전략 재수립
- 고수익 화물유치 역량 확보: 냉장물류, 대형 프로젝트 운송 등 전문영업 인력 강화
- 연비 효율 기반 선박 확보, 선단 리디자인 검토
- SCM 연계형 통합 데이터 플랫폼 구축: 운임 예측, 정시성 분석, 고객별 BEP 추산 기반
- 미국·유럽의 통관 및 관세 정책 모니터링 체제와 우회 전략 수립
결국, 지금 물류 시스템에 필요한 혁신은 '단가 인하'가 아니라, 불확실성 속에서도 지속 가능한 수익을 내는 체질로의 전환이다. 스마트 오퍼레이션, 고수익 화물 전략, ESG 중심 투자, 그리고 대응형 공급망 설계가 그것의 핵심이다. HMM의 최근 실적은 이를 실증하는 시금석이라 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