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로 제약 문서작성 자동화 – 규제산업의 디지털 혁신이 시작됐다
디지털 전환이 가장 느릴 것으로 예상된 제약 산업에서, 이제 AI가 변화를 촉진하는 핵심 엔진으로 작동하고 있다. 최근 GC녹십자가 메가존클라우드와 협력해 발표한 AI 기반 품질문서 작성 지원 시스템은 그 대표적인 사례다. 이 시스템은 단순한 사내 효율화 사례가 아니라, 규제 중심 산업에 AI를 어떻게 전략적으로 접목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전환점을 시사한다.
제약 산업과 AI의 만남 – 복잡성과 규제의 경계를 넘다
제약 산업은 그 특성상 품질 문서와 규제 문서의 양이 방대하다. GMP, APQR, DTA 등으로 대표되는 다층적 품질 시스템은 일관성과 정확성이 핵심이지만, 지금까지는 대부분 사람이 모든 데이터를 수작업으로 취합하고 문서를 작성해왔다. 이는 높은 인건비, 문서간 편차, 데이터 활용 비효율이라는 구조적 비생산성을 고착시키는 원인이었다.
GC녹십자의 사례는 이 한계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핵심은 생성형 AI와 검색증강생성(RAG: Retrieval-Augmented Generation) 구조의 결합이다. LLM이 단순히 학습된 데이터에 답변하는 방식이 아니라, SAP, QMS, LIMS 등 사내 시스템과 연계된 실시간 검색 기능을 통해 언제든지 타당하고 맥락화된 문서를 자동 생성할 수 있도록 하는 점이 핵심이다. 이는 산업부·식약처·EMA 등에서 강조해온 '설명 가능하고 신뢰할 수 있는 AI(Explainable AI)'의 방향성과 일치한다.
생성형 AI+RAG의 전환력 – 사용자 권한에서부터 가치사슬까지
이번 구축에는 AWS의 'Amazon Bedrock', Anthropic의 'Claude 3.7' 등 최신 모델이 활용됐다. 여기에 메가존클라우드의 ‘Megazone AIR’ 통합 서비스를 접목함으로써 데이터 통합 → AI 문서 생성 → 검토 및 승인이라는 전사적 업무 흐름이 AI에 의해 구조적으로 연결되고 있다.
이런 변화는 단순히 팀의 생산성이 80% 향상됐다는 수치를 넘어서서, 사용자가 행정 업무에서 벗어나 품질 심화, 의약품 안정성 검토 등 가치 중심 업무에 집중하도록 권한 구조 자체를 재편한 것이다. 기업 내부적으로는 품질 리스크 관리 능력의 자동화 기반 강화, 외부적으로는 EU의 GMP Annex 22, 식약처의 AI 활용 가이드라인 등 규제 대응 역량 확보 등 다층적 이점을 동시에 달성했다.
디지털 인프라 구축에서 플랫폼 전략으로 – 변화를 추진하는 데이터 구조
GC녹십자는 이번 시스템을 하나의 솔루션 도입이 아닌 AI 플랫폼화 전략의 시작으로 보고 있다. 이를 위해 전사 데이터 플랫폼을 동시 구축했고, 이는 품질관리 문서뿐 아니라 R&D, 신약 임상 예측, 규제 대응 문서, 영업 보고서 등 다양한 문서 자동화 영역으로 확장 가능하다.
특히 R&D 부문에서의 확장은 글로벌 제약사들의 관심 영역이다. McKinsey 보고서(2023)는 “AI 기반 신약 발굴 및 임상 예측이 전체 개발 비용을 20~30% 절감할 수 있다”고 분석했고, Pfizer, Novartis는 이미 자체 LLM 기반 의약품 반응 예측 모델을 실험 중이다. 한국에서도 GC녹십자 사례처럼 AI+디지털 인프라+도메인 특화 데이터의 융합 전략이 향후 경쟁력 핵심이 될 것이다.
사용자 중심 기술 전략이 결국 산업 전체를 바꾼다
사용자 입장에서 보면 이번 시스템은 경험의 전환이다. 과거에는 규제문서 작성이 수작업 중심이었고 담당자마다 품질과 형식에 편차가 있었다. 그러나 AI 도입 뒤 업무는 '작성'이 아닌 '검토' 중심으로 변했으며, 이는 신뢰성과 속도를 동시에 확보하는 방법임을 보여준다. AI가 업무 생산성을 증명하려면 단순 자동화가 아니라 철저한 워크플로우 설계와 사용자 체험 최적화가 선행되어야 함을 극명히 보여주는 사례다.
기획자와 실무 담당자에게 이번 사례는 다음 세 가지 전략적 시사점을 제공한다.
- AI 도입은 기술 선택이 아닌 데이터 구조 설계 문제다. SAP, LIMS, QMS 등 내부 시스템과 연계 가능한 API, RAG 설계 능력이 핵심이다.
- 생성형 AI는 문서 중심 산업에서부터 빠르게 ROI를 증명할 수 있다. 제약, 보험, 법률 등 문서 비중 높은 산업에서 초기 도입 효과가 가장 크다.
- 검토자 중심워크플로우 도입은 사용자 저항을 줄이고 산업 특화 규제도 만족시킬 수 있는 현실적 전략이다.
향후 AI 시스템의 성과 모니터링과 업계 벤치마킹을 위한 관찰 포인트는 △규제기관의 AI 가이드라인 변화 △디지털 품질 시스템(QbD, eQMS)과의 통합 정도 △AI 문서 자동화 도입 후 타 사업부 확산 추이다.
결국, AI는 기술이 아니라 조직 구조, 사용자 경험, 그리고 정책 대응 전략 속에서 정의될 필요가 있다. GC녹십자의 사례는 그 실질적인 전환 과정을 보여주는 한국형 레퍼런스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