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바꾸는 농업의 미래, 지속 가능한 식량 시스템을 위한 기술의 조건
기후변화와 토양 침식, 생물 다양성 감소라는 복합 위기에 직면한 우리의 농업은 지금 근본적인 전환을 요구받고 있다. 매일 밥상에 오르는 식재료는 과연 안전한가? 생산 과정에서 흘러들어간 화학물질, 극단적인 기후 변화 속에서 생존을 위한 작물의 유전자 조작, 그리고 생태계를 지배하는 대형 농업 기술 기업들의 기술 의존은 우리 식량 주권을 위협한다. 이런 상황에서 인공지능(AI) 기술이 농업 생산의 효율과 지속 가능성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열쇠가 될 수 있을까?
최근 미 농업 기술 전문 매체 CropLife가 보도한 ‘Agentic AI’(자율형 인공지능)와 MCP(Model Context Protocol)는 농업 디지털 전환에서 중요한 모멘텀으로 주목받고 있다. 기술은 발전하고 있지만, 그 방향이 전 지구적 생태 안정성과 농민의 자율성, 소비자의 식품 안전 권리를 동시에 지킬 수 있는지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1. Agentic AI와 농업 자동화 – 기술이 조력자가 되려면
AI가 농장에서 단순한 '도구'를 넘어 ‘참여자’로 변화하고 있다. Agentic AI는 데이터 기반 판단을 자율적으로 수행하며, 농기계·센서·기상 시스템 등 여러 농업 시스템을 통합해 실시간으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 미국 아이오와 기반 스타트업 Source Allies는 이러한 AI를 실제 농장을 모델로 시험 중이며, 일례로 다양한 기기들이 연동되어 수분 부족, 병충해 감지 등에 신속히 대응하는 사례가 소개되었다. 하지만 기술이 ‘생산성’만을 추구한다면 토양을 혹사하고, 온실가스를 유발하며, 생태계 회복력을 갉아먹는 현재의 집약농업 모델을 강화할 위험도 있다.
2. 데이터 통합 플랫폼, 정보의 독점에서 협력으로
Model Context Protocol(MCP)은 이기종 시스템의 데이터를 통합해 실시간 협업이 가능하도록 설계된 기술이다. 이를 통해 농민은 기종이 다른 센서, 수확 기계, 비료 살포 시스템을 하나의 AI 플랫폼에서 관리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기술이 특정 대기업의 플랫폼에 수직적으로 귀속된다면, 국소 농업 공동체는 정보 주권을 상실하고 기술 종속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도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2022년 보고서에서 “디지털 농업은 농가의 주체성을 중심에 둘 때 지속 가능성과 농민 생계에 모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3. 지속 가능한 AI농업 기술 구현을 위한 조건
단순한 기술 도입은 해답이 아니다. 기술은 도구일 뿐, 어떻게 설계되고 누구를 위한 방향이냐가 중요하다. 토양 건강을 유지하는 생물학적 농법, 병충해 방지에 의존하지 않도록 하는 다품종 소규모 순환 농업, 기후변화에 강한 재래종의 육성과 통합된 기술 적용이 필요하다. AI는 이러한 지속 가능한 농법을 ‘효율적’으로 실천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
네덜란드 와게닝겐 대학의 연구진은 정밀농업과 유기농법이 결합된 사례에서 30% 이상 화학비료 사용을 줄이면서도 수확량 손실 없이 운영 가능한 시스템을 개발한 바 있다. AI는 이러한 복잡한 생태 기반 농업 데이터를 조율할 수 있는 도구가 될 수 있다.
4. 농민과 소비자 모두를 위한 AI 농업의 윤리적 설계
진정한 기술 혁신은 단지 생산량을 높이는 데 있지 않다. 소작농이 기술을 소유하고 활용할 수 있게 하는 ‘디지털 접근권’, 투명한 데이터 공유 시스템, 소규모 농가 맞춤형 설계 방식이 병행되어야 한다. 한국의 한살림, 미국의 REKO 네트워크와 같은 지역 순환식 유통 구조에 AI가 접목되면, 잉여 생산 최소화와 탄소 발자국 감축이라는 목표도 실현할 수 있다.
국내에서도 농림축산식품부는 '스마트 농업 확산 사업'을 통해 2025년까지 4,000개 농업경영체에 AI 기반 정밀기술을 보급할 계획이나, 유기농 및 생태농업과의 연계 전략은 여전히 미비하다.
이제 질문을 던져야 한다.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 정말 안전한가? 미래 세대에게 건강한 토양과 깨끗한 물을 물려줄 수 있을까? AI 농업도 결국 어떤 목적을 설정하느냐에 따라 생태계 복원 기술이 될 수도, 자원 고갈을 가중하는 착취 체계가 될 수도 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분명하다. 로컬푸드 및 친환경 인증 농산물 소비 확대, 정밀농업 내 생태기반 농법 지원 요구, 지속 가능한 농업정책을 위한 시민 캠페인 참여. 또한, <지구를 살리는 농업>과 같은 서적,
기술은 결코 중립적이지 않다. 생명을 살리는 기술로 만들기 위한 선택, 그것은 ‘우리’에게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