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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노텍, 친환경 산불 대응 혁신

아시아나노텍, 친환경 산불 대응 혁신

기후위기와 대응 기술의 역할 – ‘친환경 산불지연제’가 불붙인 공공 안전과 환경 가치의 재구성

산불은 더 이상 특정 계절의 자연재해로 머물지 않는다. 매년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는 초대형 산불은 인간의 생명과 재산을 위협하는 것은 물론, 토양 오염과 온실가스 증가를 동반하며 기후 위기의 악순환을 가속화한다. 정책과 기술, 시민 행동이 함께 작동하지 않으면 억제할 수 없는 이 복합재난의 시대에, 하나의 기술이 눈길을 끌고 있다. 아시아나노텍이 개발한 100% 생분해성 산불지연제 ‘파이어집(FireZip)’이다. 단순한 제품 출시를 넘어, 이는 ‘환경과 안전, 기술과 제도’ 간의 균형을 재고하게 한다.

산불 대응에서 제기된 새로운 질문: 친환경인가, 실용성인가

지금까지 산불 대응의 중심은 속도와 효율이었다. 화학 소화제나 소방 헬기 등의 기술은 빠른 진압에는 효과적이었지만, 소방 후 토양, 수질 오염 등의 2차 피해는 정작 간과되어 왔다. 미국 캘리포니아, 호주, 유럽에서 반복되는 화재 사고에서 이러한 한계는 더욱 도드라졌다. 그런데 완전한 생분해성, 경제성까지 갖춘 ‘파이어집’이라는 제품은 이런 통념에 균열을 낸다. 200% 이상의 효율, 4000L까지 희석 가능한 확장성, 무엇보다 청정 지역의 생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점에서 ‘방재 패러다임의 전환’을 상징한다.

이 제품은 단순 기술이 아니라 공공정책에 대해 '지속가능한 위기 대응이 가능한가'라는 물음을 던진다. 문제 해결에 있어 환경을 고려한 접근이 주류가 될 수 있는지, 그 시험대에 정부와 사회가 함께 오르게 된 셈이다.

제도는 기술을 따라가고 있는가: '혁신제품' 지정이 의미하는 것

파이어집은 조달청의 ‘혁신제품’으로 등록되며 산림청, 소방청, 지자체 중심의 공공기관에서 우선 도입이 가능하게 됐다. 이는 기존 행정 중심의 조달 시스템이 기술 기반의 문제 해결형 제품을 공식 채택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단발성 시범 운영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실사용을 전제로 한 제도적 반영은 우리 사회의 기술-행정 간 괴리를 좁히는 한 걸음이다.

그런 한편, 이러한 제도 변화가 일관성과 지속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정책적 후속 과제가 필요하다. 기술 인증, 안전 지침, 지역 맞춤형 사용 매뉴얼, 공공예산 배정 구조 등에서 제도의 **현장 수용성(fit for field)**에 대한 보완이 반드시 따라야 한다. '혁신'이 실제 위험 지대에서 시민의 삶을 지켜내는 성과로 이어지려면, 기술보다 느린 제도의 속도도 앞당겨야 한다.

이해관계자의 시선 차이: 방재의 주체는 누구인가

환경 운동가들과 시민사회는 오랜 시간 화학 소화제의 오염성 문제를 제기해왔다. 이제 그 대안이 제시되었지만, 지방자치단체나 소방 현장에서는 '검증된 효능', '비용 대응 가능성'이라는 실용성과 예산 효율성이 더욱 중요한 고려 요소이다. 시민들은 재해를 막을 수 있다면 어떤 수단이든 수용하는 태도가 강하지만, 여기에 ‘환경 보존’이라는 공공 가치가 가미되면 선택은 보다 복잡해진다.

파이어집은 이 간극을 메우려는 ‘융합형 대응’의 사례다. 시민은 보다 친환경적인 대안을 요청하고, 정책 당국은 실행 가능성과 비용을 고려하며, 기업은 기술 혁신으로 그 균형점을 확보하는 구조. 이 세 주체가 신뢰 기반의 ‘트라이앵글 구조’를 형성할 수 있을 때 진정한 재난 대응 체계가 작동할 수 있다.

해외 비교와 향후 과제: ‘한국형 방재’의 국제 확장 가능성

미국과 호주, 유럽이 산불 대응 실패로 얻은 교훈은 명확하다. 단기 진압이 아닌, 생태계 회복까지 고려한 포괄적 접근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파이어집이 주목받는 배경도 바로 여기에 있다. 생분해성, 토양 복원 기능, 고효율 모두를 통합한 이 제품은 글로벌 시장에서 ‘K-방재 기술’로서 확장 가능성을 지닌다.

다만 국내 제도상으로는 아직 ‘친환경 방재 기술’에 대한 규정과 평가 기준이 미비하다. 유럽연합(EU)처럼 Green Deal 기준에 따라 화학성분 제재가 강화되는 흐름에서, 국내 방재 체계도 친환경 중심의 우선순위 재정립이 필요하다. 나아가 헬기, 드론 등 활용 가능 수단에 대한 규제 개선과 함께, 재해 유형별 맞춤 대응 연구도 병행되어야 한다.

맺으며: 기술은 어떻게 더 나은 사회를 가능하게 하는가

‘파이어집’은 하나의 제품이자, 방식을 바꾸는 물음이다. 재난 대응도, 환경 보존도, 예산 효율도 중요하다고 말하면서 어떤 가치를 우선할 것인지 사회 전체의 선택을 요구한다. 이는 단지 친환경 제품의 확산 문제가 아니라, 공공 가치와 개인의 안전이 누가 어떤 방식으로 연결해야 하는가에 대한 사회적 상상력의 문제다.

정책 입안자는 기술 수용의 유연성과 제도 보완성을 높일 책임을, 기업은 사회적 안전망의 일원으로서 윤리적 기술 혁신을 감내할 의무를, 그리고 시민과 지역사회는 ‘더 좋은 선택’이 무엇인지 질문하고 요청하는 감시자이자 실행자로서의 역할이 강화되어야 할 시점이다.

기술은 그 자체로 세상을 바꾸지 않는다. 그것을 둘러싼 선택과 작동 구조가 사회를 바꾸기 때문이다. ‘파이어집’이 묻는 질문은 이제 모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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