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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셈노인인권정책센터, 연령차별 해체 위한 인권전략

아셈노인인권정책센터, 연령차별 해체 위한 인권전략

연령차별사회와 고령 인권의 경계선 – 구조적 연령주의를 해체할 때 필요한 조건

초고령사회 진입을 목전에 둔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유럽 여러 국가들이 ‘연령주의’라는 구조적 장애물을 마주하고 있다. 아셈노인인권정책센터가 주최한 제5차 국제포럼은 연령주의의 역사성과 제도적 실체를 조명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국제적 공감대와 실천 전략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포럼의 구체적 논의는 사회 각 영역에서 노인에 대한 차별이 ‘문화적 편견’ 그 이상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보여준다.

노인이 된다는 것: 단절이 아닌 전환이어야 한다

연령주의(ageism)는 흔히 ‘노인 혐오’ 혹은 ‘노인 차별’로 요약되지만, 그 뿌리가 매우 깊다. 미국의 노년학자 로버트 버틀러가 1969년 제안한 개념은 단순한 비하를 넘어 정책, 제도, 문화 속에 체화된 청년 중심주의와 젊음 지향 가치관이 사회구조 속에서 노인층을 점차 주변화시키는 과정을 지적한다. 그간 한국 사회에서도 ‘노후는 개인 책임’이라는 인식이 강화되며, 노인을 수혜자로만 규정하거나, 사회경제적 기여에서 배제하는 태도가 강화돼 왔다.

문제는 노인의 수가 늘어난다고 이러한 차별이 자동으로 해소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노인이 사회 다수로 편입되는 만큼, 세대 간 경쟁구도나 복지 자원의 한정성이 갈등을 양산할 수 있다. 그렇기에 현재 노년 인구 증가라는 현상을 ‘부담’이 아닌 ‘전환의 기회’로 어떻게 재구성할 것인가가 핵심적 과제가 된다.

고용과 건강에 드리운 제도적 그림자

이번 포럼에서 주목된 영역은 보건과 고용이다. WHO가 개발한 연령주의 측정 도구를 통해, 복지·보건 시스템이 얼마나 연령 편향적으로 설계되어 있는지가 드러나고 있다. 예를 들어 일부 국가의 의료보험이나 민간보험은 고령자를 차별하기도 하며, 치료 우선순위나 약물 시험에서도 노인은 종종 배제 대상이 된다.

고용도 마찬가지다. 실질적으로 고령자의 고용률은 한국이 OECD 평균보다 높지만(2023년 기준 66세 이상 고용률 36.7%), 많은 고령 일자리는 저임금, 비정규직, 저질의 노동환경에 머물고 있다. 이는 ‘노인은 생산성이 낮다’, ‘정년이 지나면 조직에 도움이 안 된다’는 고정관념이 뿌리 깊게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기업이 보여주는 ‘은퇴 전 세대 교육’이나 ‘실버 인턴제’는 긍정적 움직임이나, 여전히 예외적인 수준이다.

세대 간 인식 격차와 공존을 위한 전략

연령주의는 기본적으로 세대 간 정보 부족과 관점 차이에서 기인한다. MZ세대 입장에서 노인은 ‘정서적으로 멀고 변화에 둔감한 존재’로 인식되기 쉬우며, 노인들은 젊은 세대를 ‘버릇 없고 책임감 없는 존재’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간극은 일상적인 접점 부재에서 기인한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사회적 돌봄이나 지역 커뮤니티 안에서 세대 간 교류를 평상시로 만들 필요가 있다. 학교 교육에서 노화와 생애주기에 대한 인식 개선 교육이 체계적으로 이뤄진다면, 청년기는 물론 중년기부터 정책적 감수성이 향상될 수 있다.

또한, 현재의 복지제도가 ‘노인을 위한 것’이 아닌 ‘미래의 나를 위한 준비로서 지금의 노인을 대하는 구조’로 설계되어야 한다. 연령 간 관계는 일방적 수혜가 아니라 순환적 기여 구조 내에서 해석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해외 사례에서 배우는 제도 전환 가능성

유럽연합은 노인 인권 문제를 인권 차원에서 접근하며 관련 법제도와 정책을 과감히 개편해왔다. 예컨대, 핀란드는 고령자 권리 헌장을 법으로 명시하고, 교육·의료·복지 전 영역에서 연령중립주의(age-neutrality)를 원칙으로 삼고 있다. 노인을 대상으로 한 캠페인은 불쌍하거나 의존적인 이미지가 아니라, 능력 있는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정체성을 강조한다.

호주의 ‘EveryAGE Counts’ 운동처럼 시민 사회의 연령주의 해체 캠페인은 공동체 내 실천 변화를 동반한다. 단지 정책 변화가 아닌, 노인 스스로를 존엄의 주체로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이 병행될 때 지속 가능한 변화가 가능했다.

기억해야 할 질문들

우리는 나이 들어간다. 그리고 그 변화를 삶의 자연한 일부로 받아들이는 사회가 얼마나 준비되어 있는가? 노인을 정책 대상이자 ‘다른 집단’으로 분리시키는 것은 결국 미래의 우리 자신에게 돌아오는 부메랑일 수 있다.

포걸 포럼이 던진 핵심 메시지는 명확하다. 연령주의 해체는 인권의 문제이며, 건강한 민주주의와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전제 조건이다. 정부는 물론, 교육자, 지역사회 운영자, 기업 등 각 주체가 제도적 언어나 조직 문화 속 ‘나이 편견’을 점검하고, 그것을 실천 가능한 전략으로 전환해가는 노력이 요청된다.

오늘 우리가 보는 노인의 모습은 사회가 만들어 낸 것이다. 그렇다면 내일의 노년은 우리가 지금 무엇을 선택했는지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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