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관 산업, 저탄소 전환기의 기회와 도전 – 에너지 인프라 수요와 글로벌 공급망 전략에 주목하라
2025년 2분기 실적을 공시한 세아제강지주의 성적표는, 전통 제조업체로서의 한계와 에너지 전환기에서의 새로운 기회를 동시에 보여준다. 연결 기준 매출은 북미 및 중동 시장에서의 수요 증가에 힘입어 전년 대비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국내 경기 침체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소폭 하락했다. 이 같은 흐름은 단순한 분기별 실적 평가를 넘어, 강관 산업이 글로벌 에너지·산업 전환기 속에서 어떻게 재편되는지를 보여주는 구조적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글로벌 시장의 새로운 에너지 축 – 북미·중동에서 벌어지는 수요 전쟁
세아제강이 실적 상승을 견인한 요인은 명확하다. 북미 에너지 산업의 회복과 중동 대형 프로젝트의 지속이라는 두 축이다. 미국 내 항공유 수요 회복과 시추 활동 증가로 인한 오일&가스용 강관 수요 상승은 북미 현지 생산 법인 SSUSA의 매출 확대로 이어졌다. 동시에 중동 지역 프로젝트 참여도 역시 공급 물량 확대에 기여하고 있다.
이러한 해외 부문의 판매 확대는 단순한 수주 확보를 넘어, 지역별 수요 사이클을 정확히 읽고 로컬 생산 능력을 최적화하는 전략적 대응이 핵심임을 시사한다. 특히 미국의 보호무역 강화와 고관세 정책에도 불구하고 유연한 시장대응이 가능한 현지 생산거점의 가치는 앞으로 더욱 커질 전망이다.
내수 부진과 수익성 악화 – 전통 산업의 구조적 리스크
반면, 내수 시장에서는 건설 경기 침체 여파가 뚜렷하다. 국내 전방산업 수요 부진과 치열한 가격 경쟁은 별도기준에서 세아제강 매출과 영업이익을 각각 12.7%, 41.2% 감소시켰다. 핵심은 고수익 제품 판매의 축소와 가격 하방 압력이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교훈은, 단순 수요량보다 판매 구성의 질과 지역별 수익성 관리 능력이 제조업 수익 모델의 지속 가능성을 좌우한다는 점이다. 특히 미국향 고부가 제품 수출이 통상 정책 불확실성에 흔들리며 급감한 사실은, 산업의 글로벌 리스크 요인을 정량적으로 계산하는 것이 전략적 필수 조건이 되었음을 보여준다.
저탄소 에너지 전환, 새로운 성장을 위한 카테고리 이동 전략
세아제강은 단순한 강관 제조사 이미지를 넘어 ‘에너지 인프라 솔루션’ 기업으로의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신성장 동력으로는 LNG, 해상풍력, CCUS(Carbon Capture, Utilization and Storage), 수소 연료 등 저탄소 에너지 시장이 주목된다. 특히, 영국의 세아윈드(SeAH Wind)를 통한 해상풍력 모노파일 상업 생산 개시는 단순 생산력 확대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이는 에너지 전환기를 위한 인프라 공급자 지위를 선점하려는 전략적 포석이며, 높은 진입장벽과 수출 메리트를 겸비한 고부가 산업이다.
게다가, 글로벌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의 인프라 수요 증가(예: AI·클라우드 산업에 따른 글로벌 전력 수요 확장)는 기존 강관 산업이 전기·가스망 산업과 융합 가치사슬을 형성할 수 있는 구조적 기회를 제공한다.
국내 철강업계에 던지는 구조적 시사점
세아제강 사례는 향후 제조 산업 전반에 다음과 같은 전략 통찰을 제공한다.
- 매출보다 수익구조 다변화가 중요하다 – 저수익성 내수보다 고수익 해외 프로젝트 중심으로 포트폴리오 재편이 필요하다.
- 로컬 생산기지 확보는 필수적이다 – 보호무역 강화와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 속에서, 현지화된 생산 대응 전략이 결국 수익성과 생존력을 결정짓는다.
- 에너지 전환 기반의 인프라 시장을 선점하라 – 해상풍력, 탄소저감 인프라, 수소 운송 등 차세대 전략 시장에서 조기 진입자가 장기 주도권을 확보한다.
전략 기획자와 실무자가 점검할 체크리스트
- 내 산업에서 글로벌 로컬라이제이션 전략이 가능한 사업군은 무엇인가?
- 에너지 및 친환경 인프라 확장 흐름 속에서 제품군의 전환·확장 가능성은?
- 현재 경쟁사는 기후변화 정책과 통상 정책의 변화 데이터를 어떻게 읽고 있는가?
- 수주 드리븐 모델이 아닌, 운영 마진 중심의 수익모델 전환은 준비되고 있는가?
2025년을 기점으로 강관 산업은 단순 구조재 공급 산업 너머, 지속가능 기반 산업 혁신의 전초기지로 재정의되고 있다. 변화를 기회로 포착하기 위해선, 전통의 틀에서 벗어난 다층적 전략 설계가 지금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