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수함 정비가 방산 수출의 핵심 전략이 되는 이유 – HD현대중공업 사례로 본 구조적 산업 변화
방위산업 내 ‘정비(MRO, Maintenance Repair and Overhaul)’ 부문이 전략 산업으로 격상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이 최근 214급 디젤 잠수함 ‘윤봉길함’의 창정비를 예정보다 35일 빨리 마무리한 사례는 단순한 성과를 넘어, 글로벌 조선 및 방산 산업 생태계 속에서 대한민국이 갖는 경쟁력이 점점 더 다양화되고 정교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 글에서는 방산 정비 산업의 구조적 흐름, 글로벌 경쟁 맥락, 수익 포인트 전환, 그리고 향후 관련 산업에 미칠 연쇄 영향을 분석한다.
‘제조’에서 ‘정비’로 이동하는 수익 중심축
전통적으로 조선·방산 산업은 대형 플랫폼(함정·잠수함·전투기 등) 제조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하지만 정비와 업그레이드, 수명 연장 사업(Life Cycle Cost Management, LCCM)이 전체 수익 구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추세다. McKinsey 보고서에 따르더라도, 군수 수명 주기 비용 중 60~70%는 운용 및 정비 단계에서 발생한다.
HD현대중공업이 1,620건에 달하는 고난도 정비 과제를 조기에 완료함으로써 드러난 역량은, 단지 기술력을 입증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국내 방산 산업 수익 포트폴리오가 제조 장비 수출에서 유지 정비 계약 중심으로 다변화되고 있다는 신호다. 이로 인해 장기 계약, 예측 가능한 현금 흐름, 친밀한 고객 관계 형성 등 복합적 전략 효과도 창출되고 있다.
글로벌 방산시장에서 ‘정비력’이 곧 경쟁력
현재 대한민국 해군에 실전 배치된 윤봉길함은 전략급 자산으로 기능하고 있으며, 미국 해군과의 연합 훈련에서도 운용 능력을 입증했다. 중요한 점은 이 잠수함이 단순히 '제조된 제품'이 아니라, 성능 최적화와 시스템 업그레이드를 통해 생명력을 지속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플랫폼이라는 점이다.
이 구조는 해외 방산 수출에서도 중대한 시사점을 던진다. HD현대중공업은 현재 페루, 필리핀 등을 겨냥해 다양한 배수량의 수출형 잠수함 모델을 개발 중이다. 여기서 구매국이 기대하는 핵심은 단지 선체가 아니라, 그에 따르는 장기 정비·훈련 체계, 부품 공급망 등 생태계 전체의 신뢰성이다. 정비 역량의 입증은 결국 수출 가능성과 수주 경쟁력의 기반이 되며, 전체적인 방산 수주 계약의 범위를 확장시킨다.
방위산업의 '정비 플랫폼화'가 만드는 산업 시사점
방산 산업이 단지 무기를 파는 시대를 넘어, 整備와 함께 운용 데이터까지 축적·분석하는 방향으로 옮겨가고 있다. 이는 디지털 트윈, 예측 정비, 스마트 MRO 시스템과 같은 기술 적용이 집중되는 영역이다. 나아가 MRO는 일회성 납품이 아닌 반복적인 판로 개설을 전제로 하며, 지역기반 정비 거점 설립, 기술협력형 파트너십, 인재 양성 등의 파급 효과도 유발한다.
HD현대중공업의 사례는 국내 포괄적 기술 자립과 MRO 전문역량이 조선해양과 방산 양 산업을 연결하는 접점에서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음을 입증한다. 향후 자율해양기기나 무인 플랫폼이 확대될수록, ‘무기 플랫폼 정비’는 점차 '데이터 기반 운용 최적화 서비스'로 발전하게 될 것이다.
이 변화가 산업에 던지는 실질적 질문들
- 내 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는 운영 이후의 수익을 어떻게 구조화하고 있는가?
- ‘정비’를 단순한 유지보수가 아닌 비즈니스 확장의 핵심 연결고리로 정의하는 전략은 가능한가?
- 해외 진출 시, 단순한 제품 수출이 아니라 장기 생태계 구축 전략(정비, 부품, 교육, 훈련, ICT 시스템 통합)을 설계하고 있는가?
요약 및 전략 제안
HD현대중공업의 잠수함 조기 창정비 사례는 한국 방위산업이 품질 중심 제조를 넘어 전 생명주기 관리 능력을 갖춘 수출 산업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현업 전략기획자나 산업 실무진에게는 다음의 방향성을 제안한다.
- 정비, 수명 연장, 사후관리 등 서비스 기반 매출 구조 강화 전략 수립
- 기존 제조 중심 사업에도 디지털 유지관리 역량 내재화 필요
- 수출형 모델 설계 시, 정비 인프라와 현지 맞춤형 MRO 제공 계획 반영
산업은 단발적 경쟁력을 넘어 ‘지속성과 반복성’에서 가치를 찾고 있다. 정비 역량 강화를 묵직하게 준비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