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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가 바꾸는 농업의 미래

야생화가 바꾸는 농업의 미래

기후변화와 생태계 붕괴의 시대, 우리의 식탁은 안전한가?
– 토종 생태계 보전과 작물 생산성 향상을 동시에 달성하는 정원 속 야생화의 힘

지속 가능한 농업, 그 실천은 거창한 기술 없이도 시작할 수 있다. 매일같이 반복되는 밭일의 한 장면, 그 틈에 심어진 작디작은 야생화 한 송이가 농약 의존을 줄이고 탄소 흡수를 더하며, 생태계를 되살리는 실질적인 변화를 이끈다는 사실을 우리는 얼마나 인식하고 있을까?

농촌 현장은 지금 다양한 환경 문제에 직면해 있다. 과도한 농약 사용, 사라지는 토착 벌과 나비, 기상이변으로 인한 수확량 감소, 비옥한 토양 붕괴 등은 단지 환경의 문제가 아니라 곧 우리의 식량 주권 문제다. 그런데 이런 위기에 대응하는 해법이 야생화라는 의외의 존재에서 시작될 수 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밭 주변에 야생화를 조화롭게 심는 것만으로도 수분 활동이 크게 증가하고 병해충이 줄며 토양 건강이 회복된다(Entomology Today, 2019). 이렇게 소박한 생태 농법이야말로 지속 가능한 먹거리 체계의 중요한 출발점인 셈이다.

야생화 스트립, 생물다양성의 거점이 되다
벼, 옥수수, 감자 같은 주요 작물의 수분 의존도는 70% 이상(FAO, 2022)에 달한다. 그런데 세계적으로 수분 곤충인 야생벌이 40%가량 감소하고 있다. 이러한 생물다양성 붕괴를 되돌리는 방식으로 ‘야생화 스트립’이 주목받고 있다. 이는 밭 가장자리나 골짜기에 자생 혹은 재배한 야생화를 띠처럼 심는 것을 의미한다. 대표적인 예로는 야로우(yarrow), 아스터(aster), 밀크위드(milkweed), 리아트리스(liatris) 등이 있으며, 이들은 각각 다양한 실천적 가치—병충해 억제, 수분 증진, 땅심 회복, 기후 탄력성 확보—를 가진다.

예컨대, 야로우는 연 2회 개화하는 다년생 식물로, 천적곤충인 배벌, 무당벌레 등을 유인한다. 그 결과로 식물체에 상처를 내는 진딧물과 노린재, 나방류의 밀도를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다. 이는 곧 농약 사용량을 줄일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인근 수질과 토양 오염도 낮출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지속가능성 기술이 된다.

자연이 주는 토양 회복력
국내 산림청 조사에 따르면 2010~2020년 사이 농경지에서의 토양 유실은 연 평균 12톤/ha에 달했다. 이는 비료 남용, 연작 피해, 기후변화로 인한 폭우 증가 등이 원인이다. 하지만 야생화 식재는 이런 난제에 하나의 대안이 된다. 리아트리스나 선플라워처럼 뿌리 깊은 식물은 비탈진 곳에서도 토양 유실을 막아주며, 예인금초(eryngium)나 조파이위드(Eutrochium maculatum)는 습기가 많은 저지대에서도 지하 생물군을 활성화시켜 토양 생태를 다층적으로 회복시킨다. 특히 선플라워는 최근 중금속 정화 식물로 활용되는 가능성까지 모색되며, 유해농지 복원 수단으로서 연구되고 있다(University of Virginia, 2024).

불필요한 농약 대신 ‘살아있는 방역망’
미국 국립과학원 보고서에 따르면 해충에 의한 농업 손실은 연간 300억 달러 이상. 이를 막기 위해 살충제 의존이 심화되지만, 역설적으로 이는 자연 천적까지 죽여 악순환을 낳는다. 반면 야생화 식재는 “살아있는 방역망”이다. 페넬, 벌레잡이식물(monarda) 등의 꽃은 기생벌, 파리, 나방, 거위벌 등 천적곤충을 불러와 해충을 통제한다. 특히 야간에도 활동하는 나방은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꿀벌보다 효율적인 수분자라는 연구도 있다(Butterfly Conservation, 2023).

로컬푸드와 생물다양성, 함께 지켜야 할 밥상의 미래
야생화는 단지 생물다양성을 살리는 도구일 뿐 아니라, 지역농업과 공동체 회복의 상징이기도 하다. 미국 워싱턴주의 ‘Growing Kindness Project’는 꽃을 키우며 지역에 선순환을 창출한 대표 사례다. 농민이 키운 꽃을 나누고, 그 경험이 도시 소비자에게까지 확산되며 로컬푸드의 가치를 자연스럽게 연결한 것이다.

오늘 우리가 할 수 있는 실천
이 글을 읽은 지금부터, 지속 가능한 먹거리를 위한 행동을 시작할 수 있다.
① 지역 마트와 직거래장터에서 ‘친환경’ 또는 ‘지역산’ 표기가 있는 농산물을 선택하자.
② 아파트 베란다, 마을 공동체 텃밭에 밀크위드, 야로우, 네이티브 민트를 심어보자.
③ 아래 다큐멘터리와 웹 사이트를 통해 더 많은 정보를 탐구하자: 『Kiss the Ground』(Netflix), 『Future of Food』(BBC), 대한유기농업협회(www.kofa.or.kr).
④ 친환경 농법 지원 정책 청원에 서명하거나, 관련 시민단체에 소액 후원을 고려해보자.

우리가 다시 자연의 리듬을 배우고, 작물과 곤충, 꽃과 토양이 어우러진 ‘살아있는 농업’을 실현한다면, 기후위기 시대에도 우리 식탁은 건강하게 이어질 수 있다. 지속 가능한 농업은 결국 작은 꽃 한 송이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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