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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남산국악당, 젊은국악이 묻는 내일

서울남산국악당, 젊은국악이 묻는 내일

젊은 국악의 경계에서 태어난 울림 – 오늘의 전통이 말하는 새로운 내일

‘국악’이라는 말에는 유난히 무게가 실린다. 조상의 숨결, 지역의 내력, 그리고 공동체를 관통해온 그 긴 시간들이 여운처럼 녹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무거운 전통이 요즘, 예기치 않게 가벼워지고 있다. 서울남산국악당에서 열리는 ‘2025 젊은국악 단장’ 쇼케이스는 어쩌면 그 가장 경쾌한 진동 중 하나인지도 모른다. 청년예술가 네 팀이 모여 각자의 방식으로 꾹꾹 눌러쓴 오늘의 ‘국악’을 정의한다.

지금 우리가 감각해야 할 국악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전통의 껍질을 깨는 용기 – 불안도 예술이 될 수 있다면

쇼케이스의 시작을 여는 강나현의 <SickSick(씩씩)>은 판소리의 몸체에 아예 전자음악을 겹쳐붙인 전위적인 퍼포먼스다. "청년예술가로 살아간다는 건 어떤 감정일까요?" 이 물음은 우리가 일상의 무대 위에서 겪는 불안과 흔들림을 떠올리게 한다. 강요에 가까운 경쟁, 이력서 위의 실패들, 그리고 ‘전통의 계승’이라는 말이 주는 버거운 책임감까지. 강나현의 소리는 전통이 아닌 ‘지금’에서 울리는 창작의 외침이다.

그 울음과도 같은 호소에 관객은 다만 경청할 뿐, 응답할 수 있는 용기를 배워야 한다. 예술이 시대를 대변한다면, 이 작품은 무대 위의 청년보고서다.

거문고 위에 흔들리는 자아 – 나의 또 다른 나를 마주할 때

김민영의 은 거문고와 드럼, 정가와 타악, 그리고 전자음이 어우러져 내면의 양극성을 ‘듣게’ 만드는 실험이다. 전통 악기라 특정된 하드웨어 속에서도 어느덧 개인의 복잡한 감정, 사회 안에서의 다층적 정체성이 살아난다. ‘플라스틱’이라는 제목은 그 자체로 질문이 된다. 진짜 ‘나’는 어디에 있을까? 거문고 선율이 강렬하게 때로는 부드럽게 휘몰아칠 때, 우리는 혼란스러움 자체가 일상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게 된다.

이 공연은 소리로 쓰인 내면의 자화상이고, 우리 모두가 얼마나 다면적인 존재인지 보여주는 감각적인 증거다.

무용의 언어로 눕고 자라는 이야기 – 식물처럼 살아낸다는 것

세 번째 무대는 김성의 1인 무용극 <자람의 기술>. 식물이 자라나는 생태의 과정은 인간의 성장을 은유하는 놀랍도록 매혹적인 장치다. 춤과 소리, 연극적 연출이 만나 이야기는 점점 더 깊어지고 유쾌해진다.

성장은 항상 아름답기만 한가? 아니, 잦은 꺾임도 있고, 빛이 부족한 시간들도 있다. 생장(grow)은 살아 있음과 치열한 싸움의 다름 아닌 동의어다. 그는 무대 위에서 식물이 되기를 택했고, 관객은 그 싹 틈에서 스스로의 삶을 들여다보게 된다. 관객에게 이 작품은 명사의 성찰이라기보다 동사의 울림으로 다가온다—변화하고 자라고, 계속해서 이어지는 삶.

우리의 ‘작은 사회’가 말하는 화합 – 시나위, 그 다리의 이름

마지막 팀, 현악 트리오 TRIGGER는 <小ciety>에서 시나위의 전통적 형식을 기반으로 현대사회의 갈등과 소통을 풀어낸다. 시나위는 즉흥과 조화, 전통과 현대를 절묘하게 잇는 실천적 음악이다. 자동화된 감정의 세계에서 ‘같이’라는 가치를 다시 상상하는 음악적 실험이 이뤄지는 셈이다.

그들의 공연은 작곡된 노래가 아니라 살아있는 대화 같다. 갈등하는 악기들 사이의 조율 속에서 우리가 추구해야 할 ‘작은 사회’의 방향이 비춰진다. 공감, 경청, 화해—이 세 가지가 음악이 될 수 있다면, 소사이어티는 그 실현 가능성을 가장 감각적으로 실험한 무대다.

국악의 내일은 지금 여기에 – 우리가 물어야 할 문화적 질문들

이번 쇼케이스가 흥미로운 이유는 단순한 전통의 재해석으로 환원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제 국악은 질문한다. 전통이 곧 과거여야만 하는가? 새로운 시도가 근본을 해친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 질문은 우리에게 도달한다. ‘나는 얼마나 과거와 연결되고, 또 현재를 뛰어넘고자 하는가?’

국악이 ‘과거의 음악’이라는 오래된 편견을 벗고, 감각과 감정, 그리고 오늘의 언어와 연결될 수 있는 이유는 여기 있다. 젊은 예술가들의 도전은 우리에게도 삶의 리듬을 다시 구성해 보라는 초대장이다.

마무리는 이렇게 남겨보고 싶다. “전통은 계승되어야 한다”는 명제가 아니라, “우리 삶에 어떻게 되살아날 수 있을까?”라는 질문. 당신의 하루에도 새로운 아름다움이 필요하다면, 이번 쇼케이스는 훌륭한 시작점이 될 수 있다. 최첨단이 아닌 최감성의 무대, 그곳에서 우리는 어쩌면 스스로에게 가장 진실한 소리를 들을지도 모른다.

📍 지금 당신이 실천할 수 있는 감상 제안

  • 기존에 알고 있던 ‘국악’의 이미지를 적어보고, 쇼케이스 후 얼마나 달라졌는지 기록해보세요.
  • 평소 소리의 층위를 주의 깊게 듣는 연습을 해보세요. 묵혀두었던 감정들이 거기 있을지 몰라요.
  • 새로운 주제나 메시지를 담고 싶은 문화 콘텐츠를 떠올리고 ‘내가 만드는 젊은 국악’으로 상상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전통은, 언제나 젊음 속에서 다시 숨을 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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