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AI 시대, 인간의 손맛을 다시 묻다 – ‘노코스트쿡’이 불러온 신념의 전환과 식문화의 미래
최근 MZ세대를 중심으로 번지고 있는 ‘노코스트쿡(No-cost cook)’ 열풍이 식문화 전반에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있다. 직접 요리하지 않고, 식사도 외식이 아닌 ‘대체 조리 방식’을 찾는 소비자들이 급증하고 있는 현상이다. 단순한 편의 추구를 넘어서 삶의 가치와 시간의 우선순위를 전환하고 있는 이 흐름은, 우리가 당연하게 여겼던 ‘식사’의 전제가 어떻게 재편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지금 우리가 주목해야 할 가장 중요한 변화의 흐름은 무엇일까? 이 트렌드가 우리 삶과 비즈니스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요리는 더 이상 ‘자연스러운 노동’이 아니다
과거에는 요리를 기초 생존 기술이나 가정 내 ‘사랑의 노동’으로 여겼다. 하지만 테크놀로지와 서비스 산업의 발달, 그리고 개인화된 라이프스타일의 확산은 이러한 관념 자체를 뒤집고 있다. MZ세대는 음식을 준비하는 일 자체를 당연시하지 않는다. 배달앱, 밀키트, 가정간편식(HMR), 심지어는 아예 조리할 필요도 없는 완제품 식품까지, 이들은 ‘내가 직접 하지 않아도 되는’ 선택지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요리는 선택일 뿐 필수가 아니다’라는 관점 전환을 주도하고 있다. 2030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소비분석에서 주중 직접 요리 빈도는 평균 1.8회에 불과하다는 조사 결과도 이러한 경향을 뒷받침한다.
개인의 EF 효율성을 중시하는 시대: 소비 대신 ‘시간 자산’ 전쟁
‘노코스트쿡’을 지향하는 배경에는 능률 향상을 추구하는 신세대의 철학이 깔려 있다. 이들은 요리를 단순히 집안일이 아닌 자기 효율성(EF, Executive Function)의 요소로 판단하며, 자신이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없는 영역에서는 서비스 아웃소싱을 적극 택한다. 이는 개인 생산성과 정서적 안정의 균형을 중시하는 ‘타임 오너십(time ownership)’ 트렌드와 맞닿아 있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는 “자기 효율성 기준에서 불필요하다고 판단한 활동을 줄이는 집단 지향성이 AI 및 자동화 시대에서 더욱 심화될 것”이라 전망했다.
라이프스타일 산업의 경계를 허물다: “요리하지 않지만 식사는 즐긴다”
식사는 여전히 ‘경험’으로 남아있다. 달라진 건, 그 경험 창출 방식이다. 인기 유튜버 레시피 영상 시청, 틱톡으로 접하는 한입 리뷰, 혼밥을 위한 미식 큐레이션 등 먹는 행위는 지속되되, 조리는 외부화되는 흐름이 가속화되며 새로운 생활 콘텐츠 경제를 낳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HMR 기업, 콘텐츠 플랫폼, 심지어 음식배달업체에도 기회로 작용 중이다. 쿠팡은 최근 초간편식 PB 브랜드 ‘쿠팡잇츠 마켓’을 론칭했으며, 마켓컬리는 셰프 간편식 카테고리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요리를 대신하는 시장’은 곧 제2의 경험 산업으로 재편되고 있는 셈이다.
‘손맛’의 재정의가 시작된다
흥미로운 점은, 이는 단지 게으른 선택이 아니라는 것이다. 많은 이들이 오히려 의도적 선택으로 ‘요리’를 벗어나며, 시간과 감정이 개입되지 않은 음식을 소비하는 데에서 죄책감이 줄고 있다는 것이다. 개인의 가치관과 효능감 위주로 식사 행위가 재해석되고 있는 지금, “정성의 유무보다 얼마나 나다운 선택이었느냐”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 인공지능 레시피 개발 서비스, 개인 취향 기반 식단 추천 앱 등 새로운 기술들은 이런 맥락에서 ‘나만의 음식 결정권’을 강화한다. 다시 말해, ‘손맛’은 주관화되며 디지털 기반에서 새롭게 정의될 가능성마저 열려 있다.
이 흐름에서 우리가 찾을 수 있는 통찰은 명확하다. 기존의 ‘노력 기반 문화’가 효율 중심 세계관과 충돌하기 시작했고, 식문화는 그 접점에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외식 또는 소비 트렌드가 아니라, “나는 누구이며 어떻게 살고자 하는가”에 대한 라이프스타일 철학이자 선택의 확장인 것이다.
지금 이 순간 우리는 음식이라는 가장 일상적인 영역에서부터, 삶의 주도권을 재설계하고 있는 셈이다.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간단하다. 첫째, 변화에 대한 거부감 대신 열린 시선으로 신(新) 식문화를 관찰하자. 둘째, 시간과 효율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새로운 고객 군을 위한 서비스, 제품, 콘텐츠 기획의 기회를 선점하자. 셋째, 나만의 고유한 ‘라이프밸런스 공식’을 재설정하면서, 미래에 걸맞은 식사 방정식을 만들어갈 필요가 있다. ‘먹는 행동’ 속에 담긴 이 거대한 이동이, 지금 우리의 일상과 비즈니스를 어디로 데려갈지에 귀 기울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