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의 첫 문해 여정 – '떼굴떼굴 너구리 떼구리'가 전하는 성장의 언어
아이의 첫 책. 그것은 단지 활자를 읽는 일이 아니다. 낯선 단어를 넘어 감정의 무늬와 사회의 질서를 처음으로 이해하는 연습, 삶을 대하는 태도의 시초다. 이 중요한 길목에, 하나의 문학이 조용히 도착했다. 미래엔 아이세움이 출간한 창작 동화 『떼굴떼굴 너구리 떼구리』는 초등 입학을 앞둔 아이들에게 ‘읽기 독립’이라는 첫걸음을 부드럽고 감성적으로 이끌어주는 작품이다.
이 책은 단순한 동화책이 아니다. 공동체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처음으로 발견하고,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며, ‘나’에서 ‘우리’로 이행하는 내면의 시간을 담아낸 ‘성장의 서사’다.
낯선 환경, 익숙해지는 마음
주인공 ‘떼구리’는 우리 아이들의 모습과 닮아있다. 동생이 태어나고, 새로운 동네로 이사를 오면서 자신이 놓이게 된 변화 속에서 정체성과 애정을 탐색한다. 이전까지 모든 관심의 중심이 자신이었지만, 이제는 엄마도, 친구도 자신만을 바라보지 않는다. 이때 나타나는 낯섦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타인을 위해 자리를 양보해야 하는 공동체적 삶의 첫 경험이다.
우리 사회가 점점 더 개인화되고 있지만, 아이들에게는 여전히 ‘함께 산다는 것’에 대한 학습이 본능적으로 필요하다. 이 책은 그 균형을 찾는 감정 조절의 언어를 아이 스스로 발견하도록 돕는다.
한 권을 끝까지 읽어내는 경험
『떼굴떼굴 너구리 떼구리』가 특별한 이유는 단지 이야기만이 아니다. 아이가 혼자 힘으로 책을 ‘완독’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읽기라는 행위 자체의 ‘성취감’을 경험하게 한다. 짧고 단순한 문장 구성, 생동감 있는 그림, 이야기 전개의 친숙함은 아이로 하여금 읽기의 즐거움을 처음으로 느끼게 만든다.
이는 단순한 독서 교육이 아닌, 자기주도적 문화 경험의 시작점이다. 문화는 누가 시켜서 배우는 것이 아니라, 즐거움 속에서 자라나는 것이니까.
감정의 이름을 배운다는 것
이야기 속 떼구리는 친구들의 마음을 읽지 못하고 자신의 감정만 휘두른다. 그런 모습을 통해 아이 독자들은 자신의 감정이 타인에게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를 자연스레 느끼게 된다. 특히 친구를 위험에 빠뜨리는 대목에서, 떼구리는 처음으로 자신이 누군가를 아프게 했다는 사실을 자각한다. 그리고 진심 어린 사과를 통해 관계가 회복되는 장면은, 감정표현 이상의 인생 수업을 담고 있다.
이처럼 동화는 아이들의 ‘감성’을 길들이는 동시에 ‘이해’라는 윤리의식까지 심어준다. 우리는 지금, 문해력 교육이 단순히 글을 읽는 능력만을 의미하지 않는 시대를 살고 있다.
독서, 그 자체가 예술이 되는 순간
책의 말미에 구성된 퀴즈와 이어 쓰기 활동은 단순히 소비되는 이야기가 아니라 ‘참여’하고 ‘확장’되는 독서 경험을 만든다. 아이는 단지 이야기를 따라가기보다, 이야기를 다시 써보고 그것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나눌 수 있게 되면서 문학이 하나의 일상 놀이로 확장된다.
이는 어쩌면 오늘날 우리가 회복해야 할 독서의 본질이 아닐까. 읽기란 정보 습득이 아니라 이해하고 반응하며, 살아가는 여러 방법을 실험하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
이제,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책을 건네줄 것인가
책 한 권은 아이를 변화시킬 수 있다. 그것이 『떼굴떼굴 너구리 떼구리』가 전하는 조용한 울림이다. 처음으로 등장인물을 따라 감정의 굴곡을 타보고, 표현의 기쁨과 관계의 어려움을 배우며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 더 따뜻하게 열린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짜 읽기의 의미다.
지금 우리가 감각해야 할 문화는 결국, 사람을 이해하는 힘이다. 그 시작이 한 권의 동화라면, 우리는 아이들에게 또 다른 세상의 문을 열어주는 셈이다.
⟪당신의 일상에 작은 독서 실험을 시작해보세요.⟫
- 아이와 함께 한 챕터를 나누어 소리 내어 읽어보세요.
- 등장인물의 입장에서 편지를 써보는 활동도 흥미로운 감정 이해 수업이 됩니다.
- 책을 읽은 후 “떼구리였다면 어떻게 했을까?”와 같은 질문으로 아이의 생각을 들어보세요.
책은 읽는 것이 아니라, 살아보는 것이다. 그 시작을 오늘, 이야기 한 편으로 열어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