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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조음미술관, 거제에서 만나는 예술과 사유

해조음미술관, 거제에서 만나는 예술과 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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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 색채, 선, 그리고 사랑 – 거제에서 만나는 예술의 본질과 나를 비추는 사유

남해 바다를 품은 섬, 거제. 그 아름다운 지형만큼이나 깊은 정신의 결을 품고 있는 곳에서, 한 전시가 조용히 생각을 건넨다. ‘빛, 색채, 선, 사랑–호남거장 4인전’은 단순한 미술 전시가 아니다. 그것은 하나의 시대와 지역, 그리고 예술가들의 삶과 철학이 오랜 시간 공기 중에 숙성되며 완성된 집합체이다. 해조음미술관과 갤러리예술섬이 공동 기획한 이번 전시는, 그 자체로 ‘예술의 섬’이라는 정체성을 향한 선언이며, 동시에 우리가 예술을 어떻게 일상 속에서 감각할 수 있을지를 묻는 방식이다.

한 시대를 비추는 네 개의 화두: 예술은 어떻게 인간을 드러내는가

‘빛의 오지호, 색채의 임직순, 선의 배동신, 사랑의 손상기’. 이처럼 명명된 네 화백의 이름에는 그들이 예술과 맞서며 품었던 질문이 녹아있다. 오지호의 밝고 맑은 인상주의는 단지 Western 스타일의 답습이 아니라, 한국의 빛을 바라보는 방식이 어떻게 자연 속에서 정결한 감정으로 조형화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임직순은 ‘한국의 마티스’라고 불릴 만큼 자신만의 색채 감성으로 따뜻한 휴머니즘을 일궜으며, 그의 화면은 마치 오래된 편지처럼 시대를 넘어 인간의 마음에 닿는다.

배동신은 선 하나로 말하는 작가였다. 그의 수채화 속 선은 인간의 내면을 꿰뚫는 질문이고, 감각보다 감정에 가까운 호흡이다. 손상기는 한팔로 그림을 그린 ‘표현주의자’로서, 고통스러운 시대를 살아낸 예술가의 분투였다. 그에게 있어 예술은 '기형적인 아름다움'을 품은 존재의 기록이었다.

화폭 너머로 흐르는 향기: 현대 전시의 감각적 진화

이번 전시의 공간적 상상력에 힘을 싣는 요소는 단지 캔버스에 그치지 않는다. 거제 특산 유자를 기반으로 제작된 향기 오일이 전시장에 퍼지며 ‘프루스트 효과’를 자극한다. 향기가 지나가는 순간, 오래된 기억이 살아나듯, 우리는 그림을 보며 눈뿐 아니라 후각과 감정으로 시대와 교감하게 된다. 미술이 단순한 시각예술의 영역을 넘어 보다 포괄적인 감각과 기억의 예술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전시는 섬세한 실험이자 미래적 제안으로 읽힌다.

지역성에서 보편성으로: 호남과 거제, 그리고 우리

특기할 점은 이 거장이 모두 ‘호남’ 출신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전시는 단지 지역 예술의 소개에 머무르지 않는다. 각기 다른 사유와 조형방식으로 한국 근현대 미술을 수놓았던 네 예술가의 궤적이 모여, 오히려 ‘개인의 뿌리가 세계성과 어떻게 만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지역성과 예술성은 분리된 것이 아니라, 그 근본에서 서로를 완성하는 관계임을 새삼 환기시키는 대목이다. 이는 로컬 브랜딩을 통해 지역과 예술을 잇는 가이아의 철학과도 맞닿아 있다.

예술이 삶에 스며드는 길목에서, 우리는 어떤 감각을 선택해야 할까

지금 우리가 감각해야 할 문화는 무엇일까요? 무수한 이미지와 자극 너머에서, 여전히 가장 강력한 감정은 ‘조용한 울림’에서 비롯됩니다. 그 울림이 한 점의 빛에서, 절제된 선에서, 두터운 마티에르에서 비롯될 때, 우리는 나의 삶을 돌아보는 작은 사유를 예술로부터 선물받습니다.

마무리하며 – 예술을 삶의 리듬으로 만들어 볼 한 가지 제안

이번 주말, 기술과 속도가 빠르게 달리는 세계를 잠시 내려놓고 거제라는 섬에서 한가로이 머물러 보세요. 전시장의 빛을 감상하며 “나는 어떤 빛으로 내 삶을 그려나가고 있는가?” 자문해 보기를 권합니다. 향기로 눈을 감고, 그림 앞에서 숨을 고른다면 아마 한 순간, 나로부터 잊고 있던 감정이 조용히 깨어날지도 모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