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스탬프’를 둘러싼 새로운 전선 – 식품 규제가 만들어낼 식생활의 미래와 소비문화의 재편 시나리오
지금 미국에서는 푸드스탬프(SNAP)를 둘러싼 새로운 실험이 시작되고 있다. '건강하지 않은 음식에 세금을?'이라는 다소 과격한 물음 뒤에 숨어 있는 이 정책 변화는 단순한 복지 제도 개편이 아니다. 이는 향후 글로벌 식품 소비패턴, 공공의 건강 관리, 그리고 저소득층을 위한 정책 설계의 방향까지 크게 뒤흔들 수 있는 복합적인 사회 실험이자 정책적 전환의 신호탄이다. 우리가 지금 주목해야 할 가장 중요한 변화의 흐름은, 국가의 건강지향적 패러다임이 소비자의 선택 자체를 '다시 설계'하려는 움직임이라는 점이다.
1. “건강을 위한 복지”라는 새 프레임 – 식품·소비 규제의 시작
2026년 1월, 인디애나, 아이오와, 네브래스카 등 미국 내 최소 5개 주가 푸드스탬프로 탄산음료와 캔디류 구매를 금지하는 새로운 규제를 도입했다. 이 정책은 바이든 행정부 시절 위축되었던 건강 식이 개입 논의를 트럼프 캠프와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보건장관이 주도적으로 되살린 결과다. 이들은 "영양가 없는 제품에 세금을 부과하거나 공공복지로 지원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복지정책을 ‘지원’에서 ‘행동 개입’으로 전환시키려는 의미 있는 트렌드 전환이며, 향후 더 많은 분야에서도 이런 시도가 이어질 가능성을 보여준다.
2. 정책은 시행됐지만, 현실은 혼란 – 유통 현장의 규제 혼선
문제는 실행의 복잡성이다. 초코칩 쿠키는 되고, 초콜릿바는 안 되며, 우유가 들어간 달콤한 커피는 괜찮지만 에너지 음료는 안 된다. 이는 개별 주의 세금 분류 정책을 기준으로 SNAP 규제 항목을 정한 탓이다. 인디애나에서는 매장 점원이 스스로 규정에 따라 제품을 분류해야 하며, 종종 서로 다른 판단이 나오기도 한다. "음식이냐 아니냐"의 기준이 아닌, "세금 코드상 어떤 분류냐"는 다소 부자연스러운 판단 구조는 소비자에게도, 소매업체에게도 혼란을 주는 구조다.
3. 시스템 설계 없는 정책은 사회적 신뢰를 위협한다
가장 우려되는 대목은 정책 시행으로 인한 저소득층 소비자의 낙인효과다. SNAP 참여 매장에서 소득정보를 드러내는 구매 제한, 점원의 판단 개입은 결국 사회적 심리적 저항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조지타운대학교의 ‘빈곤법과 정책저널’은 이를 “의도치 않은 참여율 감소”로 규정하며 적극적 사용 장벽을 우려했다.
4. 데이터 없는 실험 – 정책 평가 없는 규제 강화의 구조적 문제
이 규제는 '임시 시범 프로그램'으로 시작했지만, 현장에서는 아직 명확한 평가 지표도, 측정 방법도 마련되지 않았다. 네브래스카의 경우 단 한 문단의 간단한 계획만 제출한 상태다. 이전 오바마 행정부와 달리 USDA는 구체적인 정량 평가 없이도 승인해 주고 있어, 향후 정책의 효용성과 공공 건강 효과에 대한 신뢰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다. 정책 성과를 정량화하지 못한 규제는 결국 정치적 메시지에 그칠 수 있다.
5. 글로벌 확산 가능성 – ‘선택 통제형 복지’는 다음 복지국가 모델인가
당장 미국 이외의 국가들도 이 흐름을 눈여겨보고 있다. 유럽연합에서는 이미 설탕세(Sugar Tax)를 넘어서 ‘공공기관 급식의 설탕 제한’이나 ‘저소득층 보조금의 식사 지침 연계’ 정책이 활발히 논의 중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역시 ‘비만 대응은 감소가 아닌 예방 중심의 자율 통제 지원 모델’로 이동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번 사례는 저소득층 복지가 ‘기초적 부양’에서 ‘행동유도 중심의 개입형 복지’로 패러다임이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데 매우 중요한 시그널이라 할 수 있다.
소비자, 정책실무자, 기업 모두에게 필요한 것은 '이전과는 다른 선택의 기준'을 파악하는 마인드셋이다. 우리는 이제 자율을 가장한 제한, 선택 속에 숨겨진 규제의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 개인은 ‘정보 민감도’를 높이고, 조직은 ‘정책 설계 기반의 소비 전략’을 재정비해야 한다. 지금, 식품 하나를 고르는 소비의 순간이 건강, 사회, 경제의 거대한 구조를 바꾸는 첫 단추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