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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뼘웨어, 장애인 기술이 바꾼 삶

한뼘웨어, 장애인 기술이 바꾼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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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보조기기의 진화가 던지는 질문 – 기술은 어떻게 평등을 확장하는가

AI와 ICT 기술의 발달은 단지 편리한 세상을 구성하는 것을 넘어서 사회적 약자의 권리 실현 도구로 주목받고 있다. 2025년 AI·ICT 장애인 보조공학기기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한뼘웨어 AAC'는 이러한 기술 진보의 현실적 가능성을 제시한다. 말과 몸으로 세상과 단절된 수많은 장애인의 삶에, 이것은 단순한 '기계'가 아닌 사회의 문턱을 낮추는 통로다.

기술의 진화가 바꾸는 소통의 조건

기존의 보조공학기기들은 주로 물리적 보조나 고정된 단말기 중심이었다. 그러나 ‘한뼘웨어 AAC’는 스마트워치 기반의 휴대성과 다양한 통신·건강관리 기능을 접목하며, 이동성과 접근성 강화라는 방향을 명확히 보여준다. 특히 자폐나 뇌병변 장애인처럼 의사 표현이 어려운 사용자들에게는, 언어나 문자 대신 기기를 통해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이 결정적이다.

하이브리드 AAC 기능, 실시간 위치 공유, 생체 데이터를 통한 컨디션 감지 등은 단순한 보조를 넘어 인간의 존엄과 안전을 보호하는 장치로 진화하고 있다. 이처럼 기술은 장애인의 사회 참여 전제조건인 '의사소통권'과 '안전권'을 실질적으로 확장시킬 수 있다.

제도의 늦은 대응과 현장의 간극

문제는 기술의 성능이나 가능성이 아닌, 그것이 사회 전반에 적용·확산되는 구조적 조건이다. 보건복지부는 매년 보조기기 예산을 편성하고 일부 장비를 등록하고 있으나, 여전히 AAC 장비 보급률은 낮고, 연속적인 이용이나 유지보수, 훈련 체계 자체가 부족하다는 현장 지적이 지속되어 왔다.

예산의 한계, 기기 선택권의 부족, 지역 간 의료·재활 인프라 격차 역시 중요한 문제다. 특히 저소득층 또는 지방 거주 장애인은 새 기술의 수혜로부터 더 멀어질 수 있다. 기술이 사람을 향한다고 할 때, 그 기술이 누구에게 어떻게 닿는가는 다시 제도의 질문으로 되돌아온다.

세대 간 시각차와 디지털 소외의 이중 구조

이러한 기술 변화는 또 다른 디지털 격차 문제를 건드린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보호자들이나 청년 장애인과는 달리, 고령 장애인이나 디지털 문해력이 낮은 돌봄자는 새로운 기기에 익숙해지기 어렵다. 따라서 AI·ICT 기기에 대한 대중적 인식 제고, 사용자 교육, 지역 커뮤니티 기반의 운영 지원이 병행되지 않으면 진입 장벽은 오히려 더 가파를 수 있다.

복지기술 선진국인 스웨덴이나 독일의 경우, 보조공학 기술을 ‘개인 지원’이 아닌 ‘사회 구조 개선’의 도구로 보고 민관 협력 구조와 사용자 맞춤 서비스 체계를 함께 운영하고 있다. 단말기 중심에서 네트워크 중심으로, 즉 기기 자체의 성능보다도 그 기기가 연결되며 어떤 의미망을 만들어 주는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기술 이전에, 평등이라는 전제

‘한뼘웨어 AAC’가 보여주는 것은 기술의 세련됨보다 그 기술이 어떤 삶을 가능하게 하는가의 문제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그 기술에 접근할 수 있는 인프라와 제도, 인식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평등도, 인권도 허망한 선언에 그칠 수 있다.

더불어 이처럼 기술기반 보조기기가 등장하면서, 사용자의 선택권과 프라이버시, 자동화 과정에서의 인간 중심 설계 등 '테크 기반 복지' 시대의 새로운 윤리적 쟁점도 동반되기 시작했다. 물리적 인프라만큼이나 디지털 권리 구조의 논의가 필요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장애를 가진 시민이 더 나은 도구로 세상과 연결되고, 그것이 일상과 노동, 자립으로 전이되는 구조는 우리 사회의 성숙을 가늠하는 중요한 척도다.

자신과 세상을 연결할 '한 뼘'의 거리. 그것에 기술과 제도가 닿고 있는지를 되돌아봐야 할 시점이다.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이 같은 기술이 소수의 수상작으로 머무르지 않도록 정책 담당자와 교육자, 시민사회가 함께 보조기기의 공공성을 확대하는 일이다. 그리고 복지의 기술화를 단순한 자동화로 보지 않고, 사람을 향하는 기술로 만들기 위한 고민을 시작하는 것이다. 장애인의 제도적 권리를 보장한다는 것은 다르게 살아가는 방식들을 동등하게 인정하는 일이며, 그 물리적 수단이 되는 기술은 지금 그 토대 위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