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시대의 지속가능한 사료 혁신

기후위기 시대, 온실가스 감축은 목초에서 시작된다 – 과학이 밝힌 지속 가능한 사료작물의 전환

우리가 매일 마시는 우유, 먹는 고기 한 점은 어디서, 어떻게 생산되고 있을까? 축산업은 전 세계 식량 공급의 핵심 축을 담당하는 동시에, 막대한 온실가스(N₂O, 메탄 등)를 배출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다. 그중에서도 가축의 배설물이 토양에 닿은 후 발생하는 아산화질소(N₂O)는 이산화탄소보다 300배 이상 강력한 온실가스로 기후변화의 중심 원인으로 지적되어 왔다. 그렇다면 질문은 명확하다. ‘우리는 더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방법으로 가축을 키울 수 없을까?’

최근 뉴질랜드에서 수행된 연구는 이에 대한 하나의 해답을 제시한다. 식품과 농업의 환경 영향을 연구하는 정평 있는 저널 『Agriculture, Ecosystems & Environment』에 게재된 이 연구는 전통적인 목초류인 호밀풀(ryegrass)에 비해 협엽질꽃질경이(Plantago lanceolata, 이하 플랜테인)이 아산화질소 배출을 현저히 줄일 수 있다는 과학적 근거를 밝혔다. 플랜테인은 단순한 잡풀이 아니라, 유의미한 온실가스 감축 잠재력을 지닌 ‘기후 친화형 작물’로 주목받는 중이다.

플랜테인, 호밀풀보다 최대 50% 낮은 N₂O 배출

연구는 뉴질랜드 두 지역(와이카토, 사우스랜드)에서 각각 다른 기후 조건과 토양 유형을 기반으로 구성되었고, 세 가지 플랜테인 품종(고, 중, 저 생물학적 질산화 억제능 포함)이 가축(젖소) 배설물 조건에서 얼마나 다른 결과를 보이는지를 확인했다. 그 결과, 사우스랜드 지역에서는 플랜테인이 호밀풀보다 평균 약 50% 더 낮은 아산화질소를 배출한 것으로 나타났다(즉, 호밀풀 979g N/ha 대비 플랜테인 평균 501g N/ha). 와이카토 지역들에서는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지만, 비소변 처리 조건에서는 플랜테인이 모든 지역에서 평균 60% 가까이 배출량을 줄여 일관된 감축 효과가 확인되었다.

식물생리와 품종의 중요성

이번 연구의 주목할 점은 플랜테인의 품종 간에도 아산화질소 배출량 차이가 존재한다는 부분이다. 이는 식물의 화학조성과 질소 대사 경로, 뿌리 생물학적 질산화 억제력(BNI)의 차이에 따라 다르며, 단순히 종의 선택이 아니라 ‘적절한 품종’을 지역 조건에 맞게 선택하는 것이 핵심 전략임을 시사한다. 실제로 사우스랜드에서는 플랜테인의 고-BNI 품종이 가장 낮은 배출량을 기록했다.

왜 이러한 연구가 중요한가?

FAO(국제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축산업은 전체 인류 기후변화 유발가스의 약 14.5%**를 배출하며, 이 중 상당 부분이 사료 생산과 분뇨 관리에서 비롯된다. 특히 우리가 소비하는 축산식품의 기후발자국(carbon footprint)을 줄이기 위해서는 사료 체계와 목초지를 근본적으로 바꿔야만 한다.

이번 연구는 단지 하나의 작물 연구 이상이다. 식량 생산 과정에서 생태계 파괴를 최소화하면서도 실질적인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는 ‘농업전환 모델’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농업의 효율성과 지속가능성을 동시에 갖춘 접근이 가능하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뒷받침하면서, 토양·수질 오염 문제까지 포괄적으로 개선하는 길을 열었다.

지속 가능한 축산업, 우리 모두의 선택에서 시작된다

지구를 위한 실천은 밥상에서 시작된다. 유기축산물이나 저탄소 사료를 적용한 제품을 우선적으로 선택하고, 지역 풀사료 기반의 축산 농가를 지지하며, 소비자와 생산자가 지속 가능성을 공유하는 투명한 먹거리 체계를 확산하는 것. 이러한 일상의 선택 하나하나가 결국 미래세대에게 건강한 토양과 깨끗한 물, 지속 가능한 축산업을 물려주는 실질적 행동이다.

또한 정책 차원에서는 국가 차원의 저탄소 사료작물 연구 및 보급 확대, 지역 기반의 순환농업 지원 등 적극적인 농업 녹색전환이 시급하다. 더 나아가 일반 시민은 시민단체와 협력해 지역 농정 계획에 참여하고, 관련 캠페인에 힘을 싣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참고자료로는 다큐멘터리 『Kiss the Ground』, 『Cowspiracy』, 『우리의 미래 밥상』 등이 있으며, 최근 각광받는 저탄소 축산 실천농가 및 유럽의 자연기반 방목제도 등을 함께 들여다보는 것도 농업 전환의 큰 단초가 될 수 있다.

지금 우리가 선택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더는 선택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지속 가능한 농업, 그 시작은 의식 있는 소비자이자 행동하는 공동체에서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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