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체계 물류의 국산화 전환점 – 항공 운송사 대한항공의 새로운 공급망 전략
2028년까지 수행될 대한항공의 무인표적기 핵심 부품 국산화 프로젝트는 단순한 방산 기술 개발 그 이상으로, 항공운송 기반 대형 물류 기업이 군수 물류 체계에 개입하며 기존 글로벌 공급망 종속 구조에서 탈피하려는 전략적 변곡점이다. 이는 국내 제조 역량, 조달 리스크 대응, 운송 주권 확보라는 다차원 과제를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복합 공급망 혁신 현장의 생생한 사례이다.
항공운송기업의 생산·유통 수직계열화 실험
대한항공은 이번 무인표적기 사업을 통해 기체부터 조종장비, 발사대에 이르기까지 핵심 구성품을 자체 개발, 양산하면서 전통적인 항공사에서 제조·운송·정비를 아우르는 수직통합형 운영체계로의 전환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는 글로벌 항공 MRO(Maintenance, Repair and Overhaul) 시장 확장과 무인기 물류 수요 증가 속에서 민군 겸용 기술을 축적하며 다각화된 항공 물류자산을 확보하는 실용적 전략이다.
특히 방산 물류는 기존 전자상거래 풀필먼트와 달리 장기 납기 계획, 고신뢰 재고관리, 역물류(Reverse Logistics)의 정밀성이 요구된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의 국산화 프로젝트는 향후 자사 및 연계기업을 위한 디지털 기반 군수 SCM 플랫폼 개발의 기회를 열 수 있다.
공급망 리스크 헤지와 ESG 대응까지 아우르는 파급효과
방산 부품은 국제 수출규제, 지정학적 리스크, 물류병목 등으로 공급망의 불안정성이 높은 분야다. 이번 국산화 추진은 이러한 외부 리스크를 내재화된 R&D 및 생산능력으로 흡수하려는 시도로, 향후 적용 가능한 범용 플랫폼 생산을 통해 항공 화물기 운송 체계에도 활용될 여지가 높다.
또한, KOTRA와 산업연구원 등은 최근 보고서에서 “지속가능한 방위산업 체계 구축의 시작점은 물류 투명성과 내재화율 제고”라고 지적한 바 있다. 지속가능 물류(ESG Logistics) 관점에서도 탄소배출이 큰 군수 항공 운송을 국내 조달로 대체해 탄소푸트프린트를 줄일 수 있다는 부수적 효과도 기대된다.
민간 활용이 가능한 이중용도 기술 인프라의 성장
이번 프로젝트의 한 가지 주목할 점은 핵심 무기 부품의 모듈화 및 플랫폼화다. 이는 향후 민간 드론 시스템, 스마트 항공 물류, 재난 대응 운송 플랫폼 등으로의 확장 가능성을 내포한다. 특히 무인 조종·통제 콘솔 기술은 물류센터 자동화 시스템이나 라스트마일 드론 배송 제어 기술로 전환할 수 있다.
DHL Logistics Trend Radar 2024에서도 “방산 기술에서 파생된 자율 비행, 감시 시스템은 최종적으로 민간 공급망의 가시성과 운영 효율성을 강화하는 기반”이라고 언급되어 있다. 항공 기반의 고부가가치 물류 스타트업 생태계와의 연계도 고려할 만한 영역이다.
실무 적용 전략과 시사점
이번 사례는 풀필먼트, 항공 운송, 스마트물류 운영 주체들에게 다음과 같은 전략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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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운송·재고 운영의 내부화 범위를 확대해 외부 조달 위험에 대응하라. 자사 또는 CKD 화물 기반으로 핵심 부품의 국내 소싱 비율을 높이는 전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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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산·항공·스마트 물류를 연결하는 융합 인프라 확보가 차세대 경쟁력이다. 자율제어, 텔레매틱스 기반 물류 제어기술을 사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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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관점에서 공급망 구조를 재정비하라. 탄소중립, 신뢰 기반 물류, 데이터 기반 공급 가시성 확보는 인증과 실질적 경쟁력 강화 모두에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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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범용 수출·운송 시스템에 이중용도 기술 전환 포인트를 설정하라. 민간용 드론 물류기술, 국산 AI 제어 모듈 등은 장기적으로 공급망 내 가치 확장의 열쇠가 된다.
대한항공의 이번 사례는 단순한 항공사가 아닌, 복합운송·생산·공급망 데이터를 통합하는 하이퍼로지스틱스 기업으로의 전환 실험으로 이해해야 한다. 이는 향후 물류 조직이 기술 내재화, 공급망 통제력 확보, ESG 연계를 통해 어떻게 새로운 가치사슬을 설계할 수 있을지를 제안하는 대표적 모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