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쉐어, 난민 청소년 마음돌봄 공동체

난민 청소년의 마음을 돌보다 – 정신건강 지원이 묻는 공공성과 지속가능성의 과제

국경을 넘어 생존을 위해 이주한 난민에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문제는 주거, 식량, 안전 같은 기본 생계다. 하지만 이들이 겪는 심리적 충격과 트라우마, 그리고 이로 인한 사회 부적응 문제는 종종 지원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난다. 최근 국제구호개발 NGO 월드쉐어와 IRC(International Rescue Committee)가 태국 내 미얀마 난민캠프 3곳에서 청소년을 대상으로 진행 중인 정신건강 및 알코올 중독 예방 사업은, 이러한 간과된 영역에 다시 주목하게 만든다.

정신건강을 둘러싼 사회적 인식의 전환과 함께, 난민 수용의 실질적 맥락과 필요를 어떻게 제도화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난민 청소년의 심리적 아픔 – 단순 '치료'를 넘어선 공동체 회복 과제

미얀마 난민 청소년들은 정치적 충돌, 가족 해체, 교육권 박탈, 장기 캠프 거주로 인해 심리적 불안정에 지속적으로 노출돼 있다. 월드쉐어와 IRC의 협력 프로그램이 눈길을 끄는 것은, 단순한 치료를 넘어 ‘지역 커뮤니티 회복’이라는 구조적 관점을 명확히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룹 상담, 스포츠 활동, 병원 연계 사례관리 등은 개인의 회복을 넘어 심리적 안정을 위한 사회환경 조성을 목표로 한다.

이 모델에서 주목할 부분은 '주민 참여'와 '청소년 조직과 학교의 협력'이다. 이는 지속가능한 회복 체계 구축의 전제조건으로, 단기적 지원을 넘어 현지 커뮤니티 내부에서 자생적으로 회복력을 형성하는 접근이다.

공적 개입의 사각지대 – 난민 정책과 정신건강 지원의 간극

우리 사회에서 난민 문제는 여전히 법적·사회적 인정과 제도적 대응의 틀이 협소하다. 특히 정신건강은 더욱 후순위로 밀려 있으며, 이는 국제적 의무와 현실 사이의 괴리를 보여준다. 2023년 기준, UNHCR(유엔난민기구)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난민 청소년의 약 60%가 우울 및 불안 증상을 호소하고 있으며, 상당수가 교육이나 사회활동 참여에서 배제된 상태다.

이러한 문제는 난민 수용국의 정책 역량 및 의지에 크게 좌우된다. 한국 또한 난민 인정률이 OECD 평균에 훨씬 못 미치는 약 4% 수준(2022 한국 이민통계), 난민 대상 정신건강 지원 사업은 민간 NGO의 노력에 대부분 의존하고 있다. 이는 공공부문 개입의 근본적 확장 필요성을 역설한다.

당사자 중심의 회복, 그리고 교육자·보건인의 역할 변화

이번 프로그램에서 특징적인 것은 청소년 참여자 중심의 접근이다. 상담사와 교사, 보건 인력을 대상으로 한 정신건강 기초 교육 실시 및 지역 인재 양성은 단순 '도움-수혜' 구조를 넘어서, 당사자가 지역 내 회복 주체가 되도록 힘을 싣는 방식이다. 실제 54명의 지역 보건 요원이 교육에 참여했고, 16명이 정신건강사회복지사로서 활동할 예정이다.

이러한 변화는 교육자나 보건인의 역할 확장을 시사한다. 이들은 이제 단지 정보 전달자가 아니라, 회복을 조율하는 촉진자이자 관계 형성자가 되어야 한다. 공교육 및 공공보건체계 속에서도 난민 청소년에게 접근 가능한 심리지원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하고, 그 주체는 지역사회를 구성하는 다양한 계층이 될 수 있어야 한다.

해외 협업 모델의 시사점, 국내 적용 가능성은?

본 사업은 IRC라는 국제단체와의 협력으로 운영되며, ‘캠프 내 연합 체계’ 구축, 교육-의료-지역조직 간 연계 등 다중협업 기반 모델을 구현하고 있다. 이는 국내 이주 배경 아동이나 탈북 이주민, 범죄 피해 이주 여성 등에 대해서도 적용 가능한 틀을 제공한다. 실제 일본, 독일, 캐나다 등은 이주민 대상 ‘심리사회적 케어(PSS)’를 공공의료와 연계해 제공하고 있으며, 커뮤니티 기반 개입 모델이 제도화되어 있다.

한국 역시 최근 정신건강복지센터나 학교 기반 심리치료 접근이 확장되고 있다. 하지만 주로 내국인 중심이고, 이주민 대상은 실질적으로 NGO 프로젝트에 의존하고 있다. 국가 시스템 내에서 문화적, 언어적 접근성을 높인 통합적 모델이 법제화되어야 할 시점이다.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 – ‘회복력’은 개인의 몫인가, 사회의 책임인가

월드쉐어의 사례는 단순히 인도주의적 지원 그 이상이다. 그것은 ‘누가 마음 회복의 기회를 가질 수 있는가’, ‘공공은 어디까지 회복을 돕는가’라는 질문을 우리 사회에 던진다. ‘회복력’과 ‘자기돌봄’의 언어가 강조될 때, 우리는 그것이 과연 충분한 사회적 안전망과 연계된 것인지를 물어야 한다.

개인의 실천도 중요하다. 그러나 제도화되지 않은 연대는 지속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시민 개개인이 난민 이슈에 대한 관심을 갖고 공적 자원의 방향성에 목소리를 보태는 일, 교육자·보건인이 다양한 문화적 배경의 청소년과 직접 만나는 훈련을 받는 일, 그리고 정책자들이 NGO와 공공기관 간의 연계점을 제도화하는 일이 함께 이뤄질 때, '회복'은 누군가의 이야기에서 모두의 가치로 확장된다.

국경은 다르지만 감정의 언어는 공통된다. 난민 청소년을 위한 마음 돌봄의 여정은, 결국 우리 사회가 얼마나 공감 가능한 공동체로 나아갈 수 있을지를 묻는 한 줄기 잣대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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