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농의 힘, 생태의 회복을 이끈다 – 새들이 말해주는 지속 가능한 농업 시스템의 미래
우리가 매일 누리는 밥상의 이면에는 조용한 위기가 숨어 있다. 농약과 비료에 의존한 대규모 농업, 경작지 확대를 위한 산림 개간, 그리고 토착 생물 다양성의 붕괴…. 이러한 현대 농업의 구조는 단순히 생태계를 위협하는 수준을 넘어, 우리가 살아갈 환경 자체를 근본부터 뒤흔들고 있다. 특히 농촌 경관의 획일화와 소규모 농지의 사라짐은 인간과 자연이 공생하던 전통 마을 생태계의 붕괴를 의미한다.
그러나 전통적인 저강도 소규모 농업 방식(Small Scale Farming, 이하 SSF)이 생물 다양성을 지키는 '보이지 않는 요새'라는 사실이 최근 체코에서 진행된 대규모 조류 생태 조사에서 밝혀졌다. 이 글을 통해 우리는 현대 집약농업이 초래한 생태계 위기를 직시하고, 미래 식량 시스템을 지속 가능하게 재편할 수 있는 실천적 방향을 모색하고자 한다.
새가 사라진 밭, 생태계의 붕괴
유럽의 농업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급격한 기계화와 집약화로 전환되면서 대규모 단일 작물 재배가 일반화되었다. 유럽연합 통계(Eurostat, 2022)에 따르면 체코의 평균 농장 면적은 120.9헥타르로, EU 평균(17.4헥타르)의 7배를 웃돈다. 이런 대규모 농법은 ‘생산성’에서는 유리할지 몰라도, 생물다양성 보호 측면에서 치명적인 독이 되었다. 그 결과 유럽 전역에서 농경지 조류 개체수는 지난 40년간 59% 급감했다(PECBMS, 2023).
농경지 생태계 복원을 위한 실마리로 떠오른 것이 바로 전통적인 소규모 농업지대다. SSF는 경작 규모가 작고, 다양한 작물과 반자연적 식생이 혼재된 환경으로 인해 조류뿐 아니라 다양한 생물 종에게 서식지를 제공할 수 있다. 특히 마을 외곽과 같은 도시-농촌 경계지대에 여전히 존재하는 SSF는 버려진 공간이 아니라, 생태계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있다.
조류가 증명한 소농의 생명력
체코 남부 모라비아 지역에서 수행된 이번 장거리 트랜섹트(Transect) 조사는 총 78종, 11,293마리의 개체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그 결과, 전체 조류 개체수와 종 다양성은 대규모 농장 지역에서 가장 낮았고, SSF와 전통 마을에서는 뚜렷하게 높았다. 특히 SSF는 농경지 조류의 종 다양성과 개체수가 가장 높은 장소로 확인, 인근 대규모 농업 지역에서도 그 영향이 ‘전이(spill-over)’ 형태로 나타났다.
또 새들의 분포 양상을 분석한 결과, 전통 마을과 SSF의 존재는 인근 숲새, 도시새 등 다양한 조류 군집 구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는 SSF가 생물다양성의 거점일 뿐 아니라, 농촌 생태계의 복원력과 회복탄력성을 높이는 핵심 인프라임을 시사한다. SSF 주변의 구조적 다양성—예를 들어 울타리, 수목, 비경작지 등—이 이러한 생태적 효과를 촉진한다고 연구진은 지적했다.
도시화와 소농의 위기, 그리고 우리가 해야 할 일
문제는 이러한 SSF가 전 세계적으로 급속히 사라지고 있다는 현실이다. 체코는 아직 일부 지역에 소농이 남아 있지만, 도시화와 생활환경 개선이라는 명목 아래 전통 촌락 구조가 무너지고 있다. 이는 조류 다양성 감소뿐 아니라, 경관 다양성과 지역 공동체 정체성의 상실로도 이어진다.
이미 FAO(식량농업기구)도 소농과 가족농을 중심으로 식량 안보와 생물다양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이를 가능하게 하려면 정책적 지원, 지역주민의 인식 개선, 소비자의 행동 전환이 동시에 병행되어야 한다.
SSG가 우리 미래의 생명망을 지켜내기 위해 현실적으로 필요한 것은 다음과 같다. 첫째, 지속 가능한 소농에 대한 직접적 보조와 환경보전형 농법에 대한 인센티브 강화. 둘째, 지역 먹거리(로컬푸드) 중심의 소비 구조 정착 및 도시민의 농촌 연계 강화. 셋째, 전통 촌락과 경관유산 보존을 위한 개발 규제 및 지원 확대다. 이러한 접근은 단순한 환경 보호가 아니라, 우리 먹거리의 뿌리를 지켜내는 실질적 생존 전략이다.
오늘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작은 변화
이 글을 읽는 독자라면 오늘부터 이렇게 실천해볼 수 있다. 우선 가까운 로컬푸드 직매장 또는 마을장터에서 친환경 소농의 농산물을 구입하자. 마트에서 산지표기를 확인하고, 가능한 한 소규모 가공·유통을 지지하는 제품을 선택하는 것도 작은 행동이다. 또한 지자체의 농업 관련 정책에 대해 의견을 내고, 지속 가능한 농업 정책을 공론화하는 활동에 참여할 수도 있다.
더 깊이 있는 이해를 원한다면, 다큐멘터리 <우리의 작은 농장>(The Biggest Little Farm), 책 『소농이 희망이다』(마사 노블 공저) 등을 추천한다.
지속 가능한 농업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관계의 복원이고 생존의 선언이다. 내일의 생물다양성과 우리의 밥상을 위해, 지금 한 번 더 생각하고 행동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