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드리븐 컴퍼니를 향한 전환 – 삼성전자가 지목한 기술 혁신의 중심축
AI는 더 이상 특정 산업의 기술적 틀에 머물지 않는다. 삼성전자가 창립 56주년 기념식에서 밝힌 ‘AI 드리븐 컴퍼니(Driven Company)’ 전략은 단순 기술 수용이 아니라 디지털 전환의 방향성과 기업의 정체성을 AI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강한 의지를 담고 있다. 이 전환은 하드웨어 중심 제조업에 뿌리를 둔 기업이 데이터 기반 서비스형 가치로 이동하는 구조적 변화이며, 글로벌 ICT 산업 패러다임의 핵심 축인 AI 기반 비즈니스 전환의 대표 사례로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기술 경쟁력의 전환: 품질 기반에서 알고리즘 기반으로
삼성전자가 말하는 ‘AI 드리븐’은 하드웨어 중심의 기술 정교화를 넘어, 고객 요구를 실시간 감지하고 예측·대응하는 AI 알고리즘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를 의미한다. 이는 제품의 기술적 완성도를 넘어, 개발·생산·물류·마케팅·CS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서 데이터 분석과 예측 알고리즘이 중심이 되는 새로운 인프라 설계를 요구한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부에서 고대역폭메모리(HBM3E) 및 서버 SSD 최적화를 통해 AI 데이터센터 수요에 정밀 대응하며 메모리 기반 AI 인프라 공급자로의 존재감을 확대하고 있다.
산업 간 경계 해체: 디바이스 제조 기업에서 AI 플랫폼으로
‘산업의 경계를 허문다’는 표현은 제조, 콘텐츠, 헬스케어, 자동차, 스마트홈 등 다양한 산업으로 AI 기술 융합을 확장하는 수직통합형 전략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의 웨어러블 디바이스, 스마트가전, 모바일 기기는 이미 AI 알고리즘과 UX(사용자 경험) 최적화 기술이 적용된 인터페이스로 진화 중이다. 나아가 전장(전기차 내 전자장치)과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서도 AI 기반 예측 유지보수, 생체 데이터 분석 등에서 플랫폼 데이터 소유권과 AI 서비스 권한을 동시에 확보하려는 전략이 가시화되고 있다.
글로벌 기업의 AI 전환 전략과 비교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엔비디아 등 글로벌 기술 리더는 이미 AI 모델 개발과 서비스형 AI(AIaaS) 플랫폼을 중심으로 기업 구조를 재편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GPU나 모델 API 시장의 주도자는 아니지만, 자체 하드웨어 제조력과 융합 기술을 통해 차세대 서비스 인터페이스를 주도할 수 있는 유일한 아시아 기반 기업으로 포지셔닝되고 있다. 이는 공급망 위기 극복, 기술 자립화, 데이터 주권 측면에서도 국가적·정책적 시사점을 제공한다.
조직문화와 AI 윤리: 기술보다 중요한 변화
삼성전자가 강조한 ‘근원적 경쟁력’과 ‘준법 문화’는 단순한 내부 강화 메시지가 아니다. AI가 조직 전반의 의사결정을 대체하거나 보조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윤리적, 법적 문제에 대한 선제 대응 전략이다. EU AI법 통과, 미국 FTC의 알고리즘 감시 강화 기조 등 정책환경 변화 속에서 기업은 AI 운용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제시해야 한다. 이는 특히 대규모 데이터를 다루는 삼성전자 같은 글로벌 기업에 있어 신뢰 기반 AI 운영 전략이 중요함을 반영하는 대목이다.
전략 실행을 위한 실무적 포인트
삼성전자의 ‘AI 드리븐 컴퍼니’ 전략은 다섯 가지 실천 축으로 요약할 수 있다.
- AI 내재화 기술 확보: 제조 공정, 고객 피드백, 제품 기능 등에 AI 알고리즘 적용 확대
- 데이터 거버넌스 강화: 분산된 디바이스 데이터를 통합하고, 서비스화 가능한 플랫폼 설계
- 사일로 조직 탈피: AI R&D, 제품 기획, 유저 인터페이스 조직 간 통합형 프로젝트 추진
- 윤리와 법의 준수 체계화: AI 편향성, 개인정보, 자동화 결정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 수립
- AI 중심 에코시스템 조성: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한 스타트업·대학·투자자 연계 구조 활성화
AI 중심 체제로의 전환은 단기 실적보다 장기 생태계 지배력이 중요한 KPI가 되는 국면이다. 기획자나 실무자는 기술 거버넌스와 데이터 전략 수립에 있어 AI의 위치를 재정의해야 하며, 전략적 파트너십·API 연계·AI 모델 성능보다는 그 배치 구조와 활용 시나리오 설계가 경쟁력의 핵심이 될 것이다.
지금은 소비자 제품 만족이 아니라, 데이터 기반 재평가와 고객 행동의 예측 능력으로 기업 가치를 설명해야 하는 시대다. AI 드리븐 경제로의 도약을 위해 기업은 기술이 아니라 권한 배분과 업무 프로세스 재설계를 중심에 둬야 한다. 삼성전자의 행보는 한국 산업 전반의 AI 전략 수립에 있어 중요한 이정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