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남부지원단], 지역아동센터 돌봄위기 짚다

지역아동센터는 지금 어떤 길 위에 서 있는가 – 돌봄 격차의 사회적 징후를 들여다보다

지역아동센터는 그동안 우리 사회 돌봄 공백을 메우는 가장 가까운 현장이었다. 특히 취약계층 아동들의 방과 후 돌봄, 식사, 정서 지원의 거점으로 역할을 해 왔지만, 최근 간담회를 통해 드러난 운영 실태는 그 이면의 위기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경기남부지원단이 주최한 ‘지역아동센터 종사자 및 이용아동 조사연구 간담회’는 이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행사에서는 ‘업무 가중’과 ‘이용아동 감소’라는 두 키워드를 중심으로 제도적 보완 필요성과 새로운 정책 과제들이 집중 논의됐다.

종사자 과중 업무 속 실효 낮은 지원

지역아동센터 종사자들은 단순히 돌봄교사에 머물지 않는다. 행정, 회계, 시설 관리까지 사실상 복합 기능을 혼자 또는 몇 명이서 감당해야 하는 구조다. 경기 지역에서 진행된 이번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부분 종사자들이 과중한 업무로 인해 정작 아동과의 직접적인 상호작용 시간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는 돌봄의 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면서도 근본적인 해결책은 여전히 미비하다.

정부차원의 인건비 지원과 프로그램 비용 일부 지원이 이뤄지고 있지만, 이는 점점 다양해지는 아동의 욕구를 충족하기엔 역부족이다. 특히 다문화, 장애, 한부모 가정 아동 등 개별적인 돌봄 접근이 필요한 상황에서 일률적인 운영 기준과 적은 인력은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청소년의 이탈, 아동 감소 속의 구조적 신호

또 다른 이슈는 지역아동센터 이용아동의 감소다. 이번 조사에 따르면, 청소년 이용률이 특히 낮아지는 추세이며, 이는 아동들의 연령이 높아질수록 프로그램의 다양성 부족과 시설 접근성 미흡 등을 문제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청소년 특화 돌봄이나 정서지원 프로그램의 부재는 이탈을 가속화하고, 이는 곧 아동센터의 존립 안정성에도 영향을 준다.

이용자 감소는 단순한 수요 변화가 아니라, 돌봄의 연령별 변화에 제도가 충분히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신호다. 복지제도가 만 12세 이하 중심으로 설계된 가운데, 중학생 이후의 청소년에 대한 지원은 상대적으로 취약하며, 그 결과 돌봄 공백은 가정이나 사교육에 다시 미뤄지고 있다.

제도의 틈, 마을 기반 돌봄은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이번 간담회에서는 정부가 주도하고 있는 ‘마을돌봄시설 야간 연장돌봄사업’도 함께 소개되었다. 이는 지역 단위에서 아이를 함께 돌보는 환경을 구축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실제 지역아동센터 종사자들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이 마을 돌봄이 기존 센터의 구조적인 문제를 대체하거나 보완할 수준은 아직 아니라는 우려도 크다.

돌봄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려면 단순히 시설을 늘리는 것이 아닌, 지역아동센터의 구조적 정비, 인력 확충, 이용 아동 맞춤형 프로그램 개발 등 질적인 고도화가 병행되어야 한다. 특히 지역 여건에 맞는 자치단체 주도의 참여형 모델이 요구된다.

지역 돌봄체계, 사각지대 줄이기 위한 실험이 필요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2023년 현재 전국 지역아동센터 수는 약 4,000여 곳, 이용 아동 수는 약 10만 명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이 수치는 2020년 대비 소폭 감소 추세이며, 특히 농산어촌과 인구 감소 지역에서 센터의 존립 자체가 위협받고 있다. 지역 간 격차는 돌봄의 질과 접근성 모두에 영향을 미치며, 이는 곧 아동 기본권 문제로까지 이어진다.

해외의 경우, 일본은 지역아동센터에 '학습 지원'과 '지역사회 연계 활동'을 핵심 축으로 삼으면서, 지역정부와 민간 단체 간 협력 체계를 제도화해 안정적인 운영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한국 또한 돌봄 인프라의 지속 가능성과 지역 단위 거버넌스 구축을 함께 고민할 시점이다.


지역아동센터는 단순한 복지 시설이 아니라, 돌봄이라는 공공성을 현장에서 구현하는 공동체적 자산이다. 지금의 위기는 제도 개선과 사회 인식 전환을 촉구하는 신호탄이다. 정책 담당자는 무엇을 더 미루고 놓치고 있는지 되묻게 되고, 시민으로서도 ‘지역의 아이는 우리 모두의 아이’라는 인식 공동체의 재구성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지역아동센터에 대한 지자체의 참여 확대, 학부모와 지역 주민의 연대 구조 구축, 그리고 무엇보다 아동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정책 설계가 절실하다. 지금 이 작은 국가적 실험이 실패할 경우, 가장 조용한 목소리를 가진 아이들의 권리는 여전히 공백 위에 놓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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