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룰로오스 비료가 바꾸는 농업

📌 기후위기 속 토양은 병들고 작물은 타들어간다 – 셀룰로오스 나노섬유 기반 친환경 비료가 가져올 농업의 전환점

우리가 매일 먹는 채소와 곡물은 과연 안전한가?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은 토양에서 시작한다. 현재 전 세계 농업은 토양 속 영양소 손실 문제로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지구상의 경작 가능한 토양의 33% 이상이 이미 훼손되었으며, 그 중 상당수가 과도한 합성비료 사용과 이로 인한 질소(N), 인(P), 칼륨(K) 누출 때문이다. 이러한 영양소의 유실은 작물 생산성 저하뿐 아니라 수질 오염, 기후변화 가속화 등의 문제도 초래한다.

이 같은 문제 의식에 기반해 최근 학술지 《Agriculture, Ecosystems & Environment》에 발표된 한 연구는 농업 폐기물을 ‘제로웨이스트’ 방식으로 재활용하는 혁신적 비료 시스템을 제시하며, 과학적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이 글은 그 연구를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농업으로의 전환을 모색하고자 한다.

❶ 비료의 저효율성과 환경오염의 연결 고리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합성비료는 식물이 실제로 흡수하는 양이 전체의 약 30%에 불과하다. 나머지 70%는 빗물과 함께 땅 속 깊이 침투하거나, 강과 바다로 흘러들어가 부영양화 등의 수질오염을 유발한다. 특히 질소는 강력한 온실가스인 아산화질소(N₂O)로 전환되어 기후변화의 또 다른 원인이 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았을 때, 비료 효율성을 높이고 영양소 유출을 줄이는 것이야말로 탄소중립과 식량안보라는 두 개의 과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경로다.

❷ 농업 폐기물의 ‘업사이클링’이 선사하는 토양 회복 솔루션

연구진은 양식장 음식물 쓰레기, 말 분뇨, 야자수 찌꺼기 등 4가지 농업 폐기물을 활용해 셀룰로오스 나노섬유(CNF)를 추출한 후, 그 부산물을 액체 비료로 전환했다. 이때 사용된 '니트로-산화 공정(nitro-oxidation process)'은 친환경적이면서도 화학적 유지비용이 낮고, 폐기물 없는 순환적 생산 구조를 구현한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실험 결과, 해당 비료는 상추 재배 시 일반 상업용 비료보다 질소는 최대 39%, 인은 17.5%, 칼륨은 32.4% 이상 덜 유실되었으며, 특히 말 분뇨 유래 비료는 작물 생장률도 유의미하게 향상시켰다.

❸ 셀룰로오스 나노섬유의 고유한 양분 유지 능력

셀룰로오스 나노섬유는 높은 표면적과 친화적인 화학구조 덕분에 비료 속 양분을 흡착(sorption) 및 점진적으로 방출하는 성질이 있다. 이는 대표적 토양 화학 이론인 Langmuir 등온선 모델을 통해 실험적으로 검증되었으며, 토양 내 잔류 영양소가 수확 후에도 평상시보다 12%~346% 높게 유지된다는 결과를 보여준다. 이는 경작지를 보다 비옥하게 만들고, 비료 사용 빈도를 줄일 수 있음을 의미한다.

❹ 로컬 비료로의 전환: 지역 자원을 활용한 농업 자립 가능성

말 분뇨, 맥주 찌꺼기, 과일 껍질과 같은 로컬 농축산 폐기물을 기반으로 비료를 만드는 방식은, 특정 지역의 자원을 내부에서 순환시키는 ‘지속 가능 자급농업 모델’을 만들어낸다. 이는 휘귀 자원인 인 광석 수입에 의존해야만 했던 기존 비료 공급망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대안이 될 수 있으며, 식량주권 확보 차원에서도 중요한 이점을 가진다.

이 연구는 결국 지속 가능한 농업이 선택이 아닌 필수의 시대임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준다. 우리는 지금 미세하게 깎여가는 토양의 건강을 지켜보며 더는 방관할 수 없다. 개인은 생활 속에서 친환경 인증 농산물을 선택하고, 로컬푸드 직거래장터 및 협동조합을 이용할 수 있다. 또한 정부와 지자체는 농업 폐기물 기반 자원순환 시스템 개발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친환경 비료 관련 연구개발(R&D)에 투자해야 한다.

보다 깊이 있는 이해를 원한다면 FAO의 「지속 가능한 토양 관리 가이드라인」, 다큐멘터리 또는 저서 「다시 흙을 생각하다: 퇴비, 미생물, 땅의 재발견」 등을 참고해보자. 우리가 오늘 어떤 식탁을 선택하느냐가 미래 세대에게 어떤 지구를 남겨줄지 결정한다. 지금 바로 지속 가능한 먹거리 문화에 참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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