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공존하는 지속가능한 농업의 해법

기후위기 시대, 우리 밥상은 안전한가? – 생물다양성과 생산성 모두 잡는 자연포함농법의 잠재력

우리가 매일 먹는 감자, 상추, 쌀이 어떤 땅에서 어떤 방식으로 길러졌는지 고민해 본 적이 있을까. 여전히 많은 농경지는 생산성 극대화를 위해 농약과 비료를 과도하게 사용하고 있으며, 이는 토양 및 수질 오염은 물론 생태계 교란까지 불러오고 있다. 기후변화로 농업 생산성이 위협받고 있는 지금, ‘지속 가능한 농업’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다. 최근 네덜란드에서 진행된 대규모 연구는 이러한 전환의 가능성을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이 연구는 자연포함농업(nature-inclusive farming)이 생물다양성을 회복시키면서도 수확량을 유지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자연과 함께하는 농업, 수확량은 그대로 생물다양성은 2배 이상

2026년 2월 『Agriculture, Ecosystems & Environment』에 실린 해당 연구는 네덜란드 서부의 감자 재배지 20곳을 비교 분석했다. 전통적인 관행농법과 자연포함농법을 적용한 농지를 조사한 결과, 자연포함농법에서는 유익한 곤충(천적 포함)의 밀도가 확연히 높았다. 특히 토양 속 생물 다양성이 60% 이상 증가했으며, 주변 생태계의 종 다양성도 유의미하게 개선되었다.

무엇보다 고무적인 점은 이러한 생태계 개선에도 불구하고 감자 수확량과 품질에는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는 것이다. 이는 생태적 균형을 회복시키는 방식이 곧 수확량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존 농업계 일부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결과다. 농약 사용을 줄이고, 들깨꽃·풀숲 등 반(半)자연 공간을 포함한 농지를 조성했음에도 생산성은 유지되었다, 이는 지속 가능한 먹거리 시스템 구축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

자연적 방제의 힘 – 농약 없이 병충해 억제 가능성 확인

동시에 연구는 다른 흥미로운 사실도 밝혀냈다. 관행농법에서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병해충이 증가하면서 천적 곤충은 오히려 급감하는 반면, 자연포함농법에서는 병해충 증가폭이 상대적으로 낮고 천적 곤충이 필드 안쪽까지 골고루 분포되어 있었다. 이는 농약에 의존하지 않더라도 생태계 내 천적 군집이 안정적으로 형성될 경우 병충해 억제 기능을 자연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토양과 생태계를 파괴하는 단작·농약 중심 농업 모델에서 벗어나야

현재 대한민국 농업도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농약 사용량은 OECD 평균의 2.4배에 달하며, 일부 작물에서는 연간 15회 이상 살포되기도 한다. 이로 인한 토양 생물의 감소와 수질 오염은 생태계 붕괴뿐 아니라 식량 안보 측면에서도 장기적 위험 요인이다. '죽은 흙' 위에서 식량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반면, 유럽연합(EU) 및 FAO(유엔 식량농업기구)는 이미 “농업 내 생물다양성 확보”를 미래 농업 정책의 핵심으로 삼고 있다. FAO는 2030년까지 농약 사용량을 50% 줄이고, 모든 회원국의 경작지 중 최소 10%는 생물 서식 공간으로 확보해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유기농부터 시작해, 최근에는 GPS, 드론 등을 활용한 '정밀농업'까지 기술 기반의 친환경 전환도 속도를 내고 있다.

우리는 어떤 먹거리를 선택할 것인가

지속 가능한 농업은 단순한 환경보호가 아니다. 그것은 미래 세대를 위한 식량 주권을 지키는 길이자, 매일 식탁에 오를 음식의 안전성을 확보하는 문제다.

오늘 당신의 선택이 내일의 농업을 바꾼다. 지역 농산물 이용 확대, 유기농이나 저농약 인증 식품 구매, 친환경 농업 정책을 지지하는 시민 캠페인에 동참하는 것이 그 시작이다. 전국 각지의 로컬푸드 직매장 방문, CSA(소규모 농가 공동체 지원형 농업) 참여 등도 실천 가능한 행동이다. 보다 깊은 이해를 원한다면, 다큐멘터리 『내일』(Demain), FAO 보고서 『The State of the World’s Biodiversity for Food and Agriculture』 등을 참고해 보자. 건강한 흙 위에 자란 건강한 음식이, 더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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