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는엄마들, 로컬 연대가 만든 변화

지역기업이 자립하려면 연대가 필요하다 – 로컬상생 팝업스토어가 던진 질문

지방소멸 시대, 그 해답을 지역의 경제자립과 공동체 회복에서 찾으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경북 김천에서 열린 ‘지역상생 협력 팝업스토어’는 이러한 흐름의 일환으로, 로컬기업의 판로 개척과 대기업 자원의 공유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주목할 만한 실험을 선보였다. 경북지역문제해결플랫폼과 한국전력기술, 그리고 지역여성 기획사 ‘노는엄마들’의 협력은 단순한 일회성 행사를 넘어 한국 사회가 직면한 지역 불균형, 소상공인 고립, 공동체 기반 훼손 문제를 돌아보게 했다.

지역경제의 새로운 실험 – 팝업스토어는 왜 중요한가

한국전력기술이 본사 1층 유휴공간을 개방해 마련한 3일간의 팝업스토어는 경북 내 10개 로컬기업이 제품을 선보이는 실험 현장이었다. 농산물·식품·생활용품 등 각 지역 자원을 활용한 제품 전시와 판매는 임직원과 지역 주민에게 생생한 경험을 제공했고, 참가 기업에게는 실질적 매출과 브랜딩 효과를 안겨주었다. 그 자체로도 작지 않은 성과였지만, 더 중요한 의미는 공공기관의 자원 공유와 로컬기업의 성장을 연결지은 제도적 상생 모델을 구체화했다는 데 있다.

현재 많은 로컬 브랜드는 마케팅 역량 부족과 판로 제한으로 전국 시장 접근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농촌 지역에 기반을 둔 기업의 디지털 전환이나 유통 역량은 도시기업에 비해 취약하다. 이런 현실에서 대기업 혹은 공공기관이 공간, 자본, 인프라를 연계해주는 구조적 연결고리 역할을 한다면 일회성 지원이 아닌 지속가능한 시장 참여가 가능해진다.

기관, 기업, 주민… 각 주체의 시선이 만나야 가능한 상생

이번 행사의 주최자인 경북지역문제해결플랫폼은 지역문제를 당사자 중심으로 풀어가자는 취지의 민관협업 모델이다. 해당 플랫폼은 단순한 예산집행이 아닌 지역 주체 간의 ‘협력 거버넌스 실험장’을 자처하고 있다. 여기에 ‘노는엄마들’ 같은 주민 기반 로컬기획사가 결합하면서 복지·문화·창업을 버무린 생활 중심 로컬 비즈니스 생태계 구축 방향이 가능해지고 있다.

반면, 제도적 제약은 여전히 존재한다. 예산 편성은 단기성과 중심, 기업의 사회공헌은 자발성에 기대는 구조다. 특히 로컬 창업자 입장에서 보면 지원은 종종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고, 후속 연계나 시장 확대는 온전히 자력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따라 일시적 판매 공간 제공에서 나아가 지속 가능한 교육, 시장 연계, 소비자 공동체 형성으로의 확장 방안이 제도적으로 보완돼야 한다.

해외의 지역 플랫폼 모델에서 배우는 점

유럽의 사회적경제 모델은 로컬기업 지원에 있어 협동조합, 지방정부, 대학, 주민이 함께 생태계를 만든다는 데서 차별성을 가진다. 특히 이탈리아의 ‘소셜 농장’이나 프랑스의 ‘테르 데 리앙(땅의 연대)’ 같은 사례는 지역 내 순환경제를 구축하고 청년의 지역 정착 가능성마저 높이고 있다. 반면 한국은 로컬기업이 자립하려면 종종 수도권 진출을 고민해야 하는 구조적 한계에 맞서야 한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분권 구조와 시장환경 재조정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로컬의 가치’ 소비

이번 팝업스토어가 보여주듯 로컬기업과의 소비 접점은 단순한 구매를 넘어 그 지역의 삶과 문화를 만나는 일이다. 개인 소비자 입장에서는 지역 제품을 찾고, SNS로 알리고, 주말 여행길에 한 번 더 들여다보는 일상적 선택이 지역 지속성에 기여할 수 있다. 기업과 기관은 유휴자산 공유방식, 공동 브랜드 개발, 상생 플랫폼 제공 등을 제도화할 때 지역사회 책임을 실천할 수 있다. 정작 중요한 것은 무언가 ‘해주는’ 방식이 아니라 ‘함께 만드는’ 관계 구조를 제도화하는 일이다.

작은 팝업스토어 행사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은 단순하다.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구조는 가능한가?’ 그리고 ‘그 가능성을 지속 가능하게 만들 실천과 제도는 갖춰졌는가?’ 앞으로도 이 질문의 답을 찾아가는 로컬 실험은 계속되어야 하며, 이는 지역만의 일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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