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곡물 거래 확대 이면의 환경 경고 – 식량 주권과 지속 가능한 농업의 길을 묻는다
우리는 오늘 무엇을 먹고 있는가? 그리고 그 식탁 위의 곡물 한 줌은 지구 환경에 어떤 발자국을 남기고 있을까? 최근 베트남 농업환경부가 이끄는 대표단이 미국 농업의 중심지인 아이오와주를 방문하면서 약 2조 7천억 원 규모의 곡물 및 축산물 수입을 약속한 사실은 단순한 무역 성과로 보기엔 그 함의가 깊다. 대규모 곡물 무역 협력의 확대는 표면적으로는 식량 안정성과 경제 발전을 의미할 수 있으나, 장기적인 생태적 지속가능성과 지역 농업 자립성 관점에서 보면 다시금 우리 농업과 먹거리 체계의 방향을 재고하게 만든다.
아이오와는 연간 약 5천만 톤의 옥수수를 생산하는 미국 농업의 심장부로, 대규모 집약 농업과 GMO 기술, 고투입 농법(화학비료, 제초제 등)의 대표주자다. 이러한 지역과의 농업 협력 확대는 베트남, 나아가 한국처럼 아시아 농업이 기능 중심의 외부 의존적 산업화 농업으로 더 깊이 들어설 수 있는 우려를 낳는다.
대규모 수입 곡물 거래, 환경에 미치는 간접 영향
이번 방문에서만 베트남 기업은 약 100만 톤의 탈지대두박과 90만 톤의 곡물을 미국에서 수입하기로 협약했다. 대표적인 유전자변형 작물인 옥수수와 대두의 대규모 생산은 토양 황폐화, 지하수 고갈, 비료 공장의 온실가스 배출 증가 등과 직결된다. 미국 아이오와대학교 환경과학부의 보고서에 따르면, 아이오와주의 옥수수 벨트에서는 화학비료 사용으로 인한 질소 오염이 미시시피강을 통해 멕시코만까지 도달, 해양 산소 결핍 지역(일명 '데드존')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 곡물이 베트남이나 한국 등 아시아로 수입되어 가축 사료 등으로 사용되면, 이는 다시 가축 분뇨 증가, 수질오염, 그리고 자국 내 농업 기반의 약화로 이어진다. 유엔농업식량기구(FAO)는 이러한 글로벌 곡물 무역 시스템이 장기적으로는 “기후위기에 더욱 취약한 구조”임을 경고해 왔다.
수입 확대가 지역 농업 자립성에 주는 구조적 타격
저가의 대규모 곡물 수입은 단기적으로는 가축 사료 비용 절감에 도움을 주지만, 결과적으로 지역 소농들의 곡물 자급 기반을 약화시킨다. 한국의 경우 이미 곡물 자급률이 21%까지 떨어졌다는 통계청 자료가 있다. 농민들은 제값을 받지 못하고, 국가의 식량 주권은 외부 공급망에 점점 더 의존하게 된다. 이러한 구조는 기후 위기, 전쟁, 팬데믹 상황에서 심각한 식량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지속 가능한 농업 협력의 새로운 방향
이번 무역 협약의 부수적인 성과로는, 아이오와 돼지고기 협회와 베트남 축산당국 간 기술 교류를 위한 MoU 체결이 있다. 이와 같은 기술 공유가 단순히 생산량 확대가 아니라, 친환경 축산관리, 분뇨 처리 기술, 식물성 대체사료 적용 등으로 이어지도록 유도하는 정책적 방향이 필요하다. 무역 협력이 지속 가능성을 강화하는 수단이 되어야지, 환경 파괴를 동반하는 산업화 농업을 확산시키는 경로가 되어선 안 된다.
유럽 다수 국가들은 이미 이런 방향에서 전환을 꾀하고 있다. 프랑스는 지역 내 순환농업을 기반으로 한 ‘로컬 푸드 그린벨트’ 정책을 강화하고 있으며, 농업 보조금도 재생적 농업 방식에 집중지원 중이다.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협력은 단지 곡물 거래 규모의 확대가 아니라, 농업 생산 과정의 전환과 생태적 공생 기반 마련에 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행동 – 식탁 위의 작은 혁명
이처럼 대규모 농산물 무역이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나아가려면 국가 차원의 정책만이 아니라 소비자의 선택도 전환되어야 한다. ‘건강하고 안전한 먹거리’를 고르는 것은 단지 내 몸만이 아니라 우리의 환경과 농업 시스템을 선택하는 일이기도 하다.
- 지역 농산물(로컬푸드) 우선 소비: 로컬푸드는 운송 거리가 짧아 탄소발자국이 작고 지역경제에 도움을 준다.
- 유기농, 재생농법 인증 제품 선택: 화학 의존을 줄이고 생태계 회복을 돕는다.
- 농업 환경 캠페인 참여: 지속 가능한 먹거리 정책을 지지하는 목소리를 모으는 것도 큰 힘이 된다.
- 정보 리터러시: <푸드, 주식회사 Food, Inc.>, <우리의 식탁을 점령한 GMO> 같은 다큐멘터리를 통해 식량 시스템의 이면을 이해해보자.
지속 가능한 농업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이다. 지금 우리의 작은 선택이 미래 세대에 건강한 환경과 식량 안전을 물려줄 수 있는 시작이 될 수 있다. 오늘, 당신은 어떤 식사의 씨앗을 뿌리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