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 워케이션으로 재편되는 일과 삶

[하이브리드 워케이션의 부상 – 일과 여행의 경계가 무너지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의 탄생]

재택근무가 일상화된 지금, ‘일하는 장소’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은 빠르게 바뀌고 있다. 사무실 책상 대신 바닷가, 산속 캠핑장, 혹은 해외 도시 한복판에서 업무를 처리하는 직장인들의 모습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이처럼 원격근무와 여행을 결합한 ‘워케이션(work+vacation)’ 트렌드는 단순한 유행을 넘어, 미래의 일과 삶을 재정의하는 지속가능한 라이프스타일로 자리잡고 있다. 최근엔 더욱 실용성과 유연성을 겸비한 ‘하이브리드 워케이션’으로까지 트렌드가 진화 중이다.

하이브리드 워케이션이란, 재택과 사무실, 그리고 원격 근무지가 혼합된 형태의 업무 방식으로, 개인의 워라밸을 중시하는 MZ세대뿐 아니라 글로벌 기업까지 주목하고 있는 새로운 근무 패러다임이다. 이 변화를 통해 우리는 어떤 기회를 포착할 수 있을까?

① 워케이션 2.0 – ‘장소’가 아닌 ‘경험’ 중심으로 진화

초기 워케이션이 단순히 “일하면서 여행하는 삶”을 표방했다면, 하이브리드 워케이션은 목적지에서의 경험 그 자체가 핵심 가치로 부상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2023년 워케이션 파일럿 프로그램 참가자의 80% 이상이 “단순한 휴양보다 일과 삶의 전환 경험을 중시”했다고 응답했다. 이는 단기 체류에서 장기 거주형 워케이션으로 흐름이 옮겨가고 있음을 뜻한다.

특히 제주는 디지털 노마드를 위한 장기 체류 공간, 공동체형 코리빙(co-living) 공간 등을 속속 조성하며 국내 워케이션 허브로 부상하고 있으며, 강릉·여수·부산 등도 이 흐름을 빠르게 따라잡고 있다. 지역의 관광자원과 업무 환경을 융합하는 전략이 이제는 중요한 지역 경제 활성화 수단으로 부상 중이다.

② 기업의 태도 변화 – 복지에서 전략적 인재 확보 수단으로

구글, 메타, 어도비 등 글로벌 테크 기업들은 이미 팬데믹 이후 ‘디지털 유목민’ 출현에 맞춰 유연 근무제를 제도화하며 우수 인재 유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네이버, 카카오, SK텔레콤 등 주요 기업들이 ‘원격근무 전환 지원금’, ‘워케이션 휴가 제도’ 등을 도입하며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 중이다.

특히 하이브리드 워케이션을 통해 직원들이 더 높은 집중력과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이 밝혀지며, 기업 입장에선 단순 복지를 넘어 장기적 생산성과 이직률 감소라는 실질적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이는 미래 직장 선택 기준에서 ‘유연한 근무 환경’이 핵심 요소로 부상할 것임을 암시한다.

③ 워케이션 인프라의 고도화 – 서비스 산업의 지형도 변화

수요가 늘자 워케이션 인프라 산업도 재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숙박시설은 단순한 숙소를 넘어, 영상 회의 시스템, 업무 전용 모니터, 고속 와이파이 등이 완비된 ‘스마트워크 숙소’로 변화했고, 국내외 항공사 및 호텔 체인들도 워케이션 전용 상품을 속속 출시 중이다.

한편 공유오피스 플랫폼 위워크, 패스트파이브 등은 지방 거점 오피스를 확대하며 하이브리드 워커를 타깃으로 한 맞춤형 상품을 마련하고 있다. 이는 공간을 중심으로 형성되던 전통적 산업 경계가 무너지고, ‘경험 기반의 유연한 서비스 모델’로 전환되고 있음을 반영하는 흐름이다.

④ 워케이션 도시의 부상 – 지역 경제와 도시 브랜딩의 새 기회

일과 여행이 결합하며, 새로운 형태의 도시가 부상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일본 후쿠오카는 외국인 워커를 위한 스타트업 지원, 장기체류 비자 발급 등으로 동아시아 워케이션 허브로 급부상했다. 국내에서도 속초, 군산, 통영 등 비수도권 중소도시들이 '워커프렌들리 도시'로 브랜딩을 시도하고 있다.

이는 지역소멸 위기 극복을 위한 전략적 기회로, 일자리 유입과 청년층 유입이라는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지방정부가 이 흐름을 적극 수용한다면, 단순 관광자원을 넘어선 도시 산업 생태계 전환도 가능할 것이다.

일과 삶의 경계가 유연해진 시대, 하이브리드 워케이션은 지속 가능한 삶의 모델로 진화 중이다. 지금이야말로 이 트렌드에 눈을 돌려야 할 때다. 기업은 유연한 근무 정책을 인재 유지 및 생산성 제고의 전략적 수단으로, 개인은 지속 가능한 워라밸과 자기계발을 실현하는 새로운 환경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이제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당신은 어디에서 일하고, 어디에서 삶을 살아갈 것인가?" 워케이션을 통해 도시와 일, 삶의 방식을 재설계할 수 있는 시대, 우리는 단순히 ‘어디서 일할지’를 묻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살 것인지’를 묻는 전환점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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