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십의 두뇌, HMI의 진화 – 해양 디지털 전환의 본격화와 경쟁 전략
조선·해양 산업이 디지털 전환과 탄소중립이라는 두 축 위에 다시 설계되고 있다. ‘스마트십(Smart Ship)’이라는 콘셉트는 단순 자율항해 기술을 넘어서, 에너지 최적화, 예지보전, 사이버 보안까지 통합된 지능형 시스템으로 확장되고 있다. 이 흐름에서 핵심적인 제어 인터페이스로 주목받는 기술이 바로 HMI(Human-Machine Interface)다. 최근 슈나이더 일렉트릭이 선보인 ‘프로페이스 HMI GP6000’ 시리즈는 스마트십 상용화의 필수 조건을 반영한 차세대 선박용 HMI의 기술적 진화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변하는 해양 산업의 아젠다와 HMI의 새로운 역할
IMO(국제해사기구)의 2023년 전략에는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 70% 감축이라는 목표가 명시되었고, 이는 선박의 설계, 운영, 유지보수 방식 전반에 걸친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디지털화는 이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이자 가속기이며, HMI는 중심 허브로 기능한다. GP6000 시리즈는 기존의 단순한 상태 표시형 인터페이스를 넘어서 시스템 제어, 보안 관리, 에너지 효율 최적화까지 통합 제어하는 운영 단말기로 진화했다.
특히, DC 모델이 획득한 ▲DNV, ▲NK, ▲CCS, ▲IACS UR E10 등 글로벌 인증은 국제 무역과 운항 환경의 유연성을 확보하는 기술적 최소 기준이자, 조선 시장에서의 입찰 경쟁력 강화 요소로 작용한다.
기술적 진화의 방향 – 견고함, 보안, 유연성
GP6000 시리즈의 설계는 해양 환경에서의 극한 조건을 전제로 한다. IP66F/67F, -20°C~+60°C의 운용성, EMC 및 진동 저항성은 단순 ‘스펙’이 아니라 유지보수 비용과 안전성 사이의 절충을 가능하게 한다. 스마트십은 센서, 캠, 통신 모듈 등 상시 동작하는 수백 개 디지털 모듈로 구성되기 때문에, HMI의 안정성은 곧 운항의 연속성과 보험 리스크 관리까지 직결된다.
더불어 Pro-face Connect 기반 암호화 통신, 부팅 보안 점검 기능은 사이버 공격 위협에 대응하는 핵심 방어선이다. 최근 사이버 보안이 선박 설계 인증 항목에 포함되면서, IEC 62443 준수 여부가 마케팅 차원을 넘어 설계 포인트로 고착되고 있는 추세임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GP6000의 모듈형 아키텍처 또한 기술 융합 흐름에 부합한다. 디스플레이·I/O 유닛 분리형 설계와 원격 가시화 지원은 예지 보전(Predictive Maintenance) 전략, 트러블슈팅 자동화 같은 스마트 유지보수 인프라와의 결합을 가능하게 한다.
글로벌 경쟁지형과 기술 적용 전략
일본, 독일, 노르웨이를 중심으로 한 디지털 조선 강국들은 이미 스마트십 플랫폼 단위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 가령 Kongsberg 그룹은 통합 운항 시스템을, 일본의 NYK는 디지털 장비 표준화 플랫폼을 강화 중이다. 이와 비교할 때 GP6000의 전략은 ‘모듈 중심의 범용 아키텍처’에 기반한 확장성과 **이기종 환경 통합(heterogeneous integration)**에 있다. 이는 KPI 중심 체계, 다양한 벤더 환경에서 실제 도입과 운용이 이루어지는 상선·화물선 시장에서 강점이 된다.
또한 친환경성에서 GP6000은 최신 기술 흐름을 반영하고 있다. 저탄소 소재, 절전 모드, 원격 업데이트 기능은 탄소 회계(Carbon Accounting)와 라이프사이클 분석(LCA)이 비즈니스 계약에 반영되는 ESG 조달 시대에 있어 중요한 차별화 요소로 작용한다.
디지털 전환의 실무 인사이트
해양 자동화 기술은 플랫폼형 비즈니스 모델로 확장 가능성이 높다. HMI는 운영 데이터를 수집하고 시스템 간 인터랙션을 연결하는 실시간 의사결정의 인터페이스다. 따라서 산업 현장의 실무자, 운영관리자, 그리고 선박 설계 엔지니어는 다음과 같은 전략 방향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 스마트십 시스템 도입 시, HMI의 국제 인증 확보 여부와 보안 프레임워크 연계 상태를 체크리스트화할 필요가 있다.
- 유지보수 전략은 모듈형 HMI의 장점을 활용해 MTTR(Mean Time To Repair)를 단축하고, 원격 진단 로직과 연동한 자산 관리 체계를 설계해야 한다.
- 친환경 조달 기준이 강화되는 계약 환경에서, 에너지 소비 구조와 소재 이력을 추적 가능한 HMI 플랫폼은 구매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친다.
- 스마트십을 통합 OTA(Over The Air)로 운영하는 플랫폼 비즈니스를 구상 중인 스타트업이나 SI 기업들은, HMI를 핵심 I/O 포인트로 설계함으로써 인터페이스 전략 차별화가 가능하다.
결론적으로, GP6000 시리즈는 HMI의 기술진화를 통해 해양 산업의 디지털화·저탄소화 이중 전환을 실현 가능한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예다. HMI는 단순한 패널을 넘어, 정책, 산업, 기술, 시장을 연결하는 '디지털 조종실'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정책 설계자, 산업계 디지털 전략 담당자, 시스템 통합기업은 이 접점을 기회로 전환할 수 있는 설계와 투자 기획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