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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시대의 지속가능한 밥상

기후위기 시대의 지속가능한 밥상

기후위기 시대, 우리 밥상은 안전한가? – 농학 연구가 제시하는 지속 가능한 농법과 토양 회복의 해답

우리가 매일 먹는 식재료는 어떤 환경에서 자라는 걸까? 토양은 건강할까? 물의 질은 안전할까? 기후변화와 자원 고갈이 가속화되는 지금, 농업은 단순한 식량 생산을 넘어 환경 보전과 미래 세대를 위한 생태적 책임의 과제이기도 하다. 최근 중국 장시농업대학교에서 발표된 4년간의 연구는 이러한 고민에 관한 중요한 통찰을 제공하며, 지속 가능한 농업 시스템 구성의 핵심 실마리를 던진다.

본 연구는 단일 작물 재배(옥수수) 대비, 다종 혼합작(옥수수+콩)과 피복작물(라이그래스)의 연계를 분석하면서 생물다양성 기반의 농업이 토양 건강과 양분순환, 탄소 격리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를 정량적으로 제시하였다. 이는 단순히 생산량 향상만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식량 시스템 구축을 위한 토대 강화에 해당한다. 아래 핵심 결과는 지구 환경과 우리의 식탁이 직면한 위기, 그리고 이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명확히 보여준다.

❶ 생물다양성 기반 작부체계가 이끄는 라이그래스 생육의 향상

연구는 피복작물인 라이그래스를 중심으로 전작 작부체계(단일 작물과 혼작), 질소비료 투입량(N0~N2)이 그 생육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옥수수-콩 혼작 후 라이그래스를 재배했을 때, 특히 고농도의 질소비료(N2, 300 kg N/ha)를 사용할 경우, 라이그래스의 건물 생산량이 단작 대비 최대 65.4%까지 증가했다. 이는 단순한 작물 전환이 아니라, 작부다양성이 토양 생태계에 미치는 긍정적 자극과 양분 수급의 균형화가 작동한 결과다.

하지만 주목할 점은 과도한 질소 투입이 항상 긍정적인 결과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고농도 질소 하에서도 혼작 후 보식된 라이그래스는 때로 오히려 생육이 낮아지는 결과를 보였으며, 이는 토양 질산염 축적과 관련지어 논의되었다. 따라서 난개발적 시비가 아닌, 정밀하고 유기적인 질소 관리가 핵심 변수임을 드러낸다.

❷ 지속 가능한 토양 건강 회복을 위한 ‘커버 크롭(Cover Crop)’의 가능성

연구는 커버 크롭이 단순한 휴경지 피복을 넘어서, 토양 중 축적 질소, 탄소, 유기물 함량을 조정하는 데 있어 결정적 역할을 한다고 밝혔다. 특히 전작의 작부 시스템과 비료 사용에 따라 라이그래스가 흡수한 질소량 및 토양 질산염 농도 분포가 현격히 차이를 보였고, 이 값은 다음 주요 작물 재배 시 작물의 영양 생장에 그대로 영향을 미친다.

미 환경 보호청에 따르면, 과잉 질소 비료로 인한 질산염 유출은 미국 지표수의 30% 이상에서 기준치를 초과하고 있다. 한국 또한 환경부 통계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밭작물의 질소 시비량은 권장 기준보다 평균 25%가량 높은 것으로 보고된다. 이에 커버 크롭의 정착은 수질 오염을 막고, 작물 연속 재배 구간에서의 영양 엘리먼트 과잉 및 결핍 문제를 조절하는 ‘녹색 전환 장치’로 주목된다.

❸ 작부 변화를 통한 온실가스 저감과 기후 위기 대응

세계식량농업기구(FAO)는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약 13.5%가 농업 활동에서 발생한다고 밝혔다. 특히 질소비료는 사용 후 그 절반 이상이 아산화질소(N₂O)로 전환되어 기후변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연구에 따르면, 커버 크롭 라이그래스를 활용한 작부는 탄소 저장 능력을 높이고, 토양 내 질소 잔류량을 줄임으로써 이산화탄소 및 아산화질소 배출을 완화시키는 효과를 가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단순한 식량 생산 기술이 아닌, 기후 대응 전략의 일환으로 작동할 수 있는 농법의 전환을 뜻한다.

❹ 토양 인(P) 및 탄소-질소 비율(C/N) 관리의 필요성

본 연구는 또 한 가지 중요한 메시지를 준다. 바로 토양 ‘균형’의 중요성이다. 전작 작부 방식과 비료 수준에 따라 라이그래스의 C/N 비율, 인산 함량과의 상관성이 달라졌으며, 그 상관성 방향이 모순되는 경우도 관측되었다. 이는 획일적 농법이 아닌 지역 맞춤형 생태 기반 농법이 정착되어야 하는 이유를 강하게 시사한다. 예를 들어, 전통적인 단작+집중 시비 구조는 일시적 생육 향상을 가져올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토양 내 미생물군 파괴 및 양분 불균형이라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러한 토양 균형과 영양 순환의 정밀한 조절이 필요한 이유는 건강한 토양이 결국 건강한 작물, 그리고 건강한 소비자의 식탁으로 환원되기 때문이다.

지속 가능한 농업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다. 커버 크롭 확대, 적정 질소 시비, 작부다양성 증진 등의 실천은 농업인이 아닌 소비자인 우리에게도 연결되어 있다. 안전한 농산물을 고르는 것, 지역 농산물을 구매해 푸드 마일리지를 줄이는 것, 친환경 인증 농산물에 투표하는 소비 소비 패턴이 바로 지속 가능한 농업을 지지하는 '녹색연대'의 실천이다.

오늘 장을 보러 간다면, 당장 실천해 보자. 유기농, 무농약 인증 마크를 찾아보기. 지역 생산자 직거래 장터에 들러보기. 그리고 더불어 이런 정보들을 주변에 공유해보자. 우리가 바꾸는 식탁이 곧 기후 위기에 대한 가장 명확한 대응이 될 수 있다. '먹는 일'은 더 이상 단순한 소비가 아니라, 생태와 공동체를 연결하는 정치적 실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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