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주의 정치의 서사 – 오늘 우리에게 필요한 '따뜻한 전략'이라는 이름의 문화
분열이 일상이 된 시대, 정치가 다시 사람을 향하고 있다는 조짐은 문화의 지형을 변화시킨다. 해냄출판사에서 출간된 『이재명의 따뜻한 실용주의』는 단순한 정치인의 평전이 아니라, 시대와 인간, 철학과 정책이 만나는 드문 통합적 작업이다. 책은 이념의 대립에서 삶의 개선으로 중심축을 옮긴 정치 지도자 이재명의 실천을 ‘실용주의’라는 키워드로 풀어낸다.
단순히 실용을 강조하는 기술적 접근이 아니라, 그것이 왜 '따뜻한 실용주의'여야 했는지를 묻는 철학적 저의가 이 책을 문화 텍스트로 주목하게 만든 지점이다. 이는 문학이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방식처럼, 국가와 정치의 내면을 들춰보는 한 편의 정치적 에세이로도 읽힌다.
우리 시대의 실학, 정치 안의 문화 감수성
책은 1장에서 서구 실용주의 사상과 더불어 다산 정약용의 실학정신을 소환한다. 실사구시(實事求是)가 21세기 대한민국에서도 통할 수 있을까에 대한 질문은 곧 정치가 문화적 감수성과 어떻게 마주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이다.
정약용이 백성의 삶을 중심으로 정책을 설계했듯, 이 책은 이재명이 어떻게 ‘국민의 삶’이라는 정치의 본령에 다가섰는지를 설명한다. 성남시장 시절의 무상복지, 경기도지사 때의 지역화폐 실험은 단지 지방 행정이 아닌, '보통의 삶'이 국가 의제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새로운 공공의 정의를 실현해낸 문화적 리더십으로 설명된다.
정치는 결국 ‘무엇을 기억하게 할 것인가’에 대한 싸움이다. 콘텐츠와 플랫폼이 지배하는 요즘, 정치 역시 하나의 문화 콘텐츠로 소비된다면, 국민이 기억해야 할 것이 구호가 아닌 구체적인 삶의 변화임을 이 책은 다시 일깨운다.
현장에서 발견한 정치는 예술보다 섬세하다
저자 김태철과 황산은 단순한 해석자가 아니라 시대를 함께 호흡한 동행자다. 이 책은 일종의 ‘현장문학’이라 불러도 좋을 만큼, 한 정책이 어떻게 짜이고, 교차점에서 어떤 선택이 있었는지를 감각적으로 증언한다.
이정표 없이 떠나는 실용주의 여정에서, 이재명이 만들어낸 리더십은 “현상학적 정치 실천”이라는 개념으로 정리된다. 철학이 추상에서 일상으로 내려올 수 있는 흐름 속에서, 우리는 다시금 정치와 문화 사이를 걷는 시민의 자리를 묻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학문과 운동, 저항과 실천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목민심서’의 현대적 계승자를 그리려는 시도 자체로도 가치 있다. 실제로 저자들은 이 책이 세대를 초월한 국민통합의 사유 기반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정치는 어쩌면 걱정이 아니라 감각의 대상일지도
『이재명의 따뜻한 실용주의』가 말하는 ‘실용’은 단지 유용함이나 편이성 차원의 효율이 아니다. 실용이 따뜻하려면, 그것은 감각적이어야 하며, 공동체의 가장 약한 자리에 닿아야 한다는 전제가 깔린다.
혹자는 정치를 차가운 숫자들과 법안의 조율 과정이라 생각하겠지만, 이 책은 그 반대편을 보여준다. 조용히, 느리게,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뜨겁고 과감하게 발휘되는 실용주의 리더십은 관객의 심장을 움직이는 공연처럼 감각적이다.
지금 우리가 감각해야 할 문화는 무엇일까요? 바로 '나의 삶'과 '공동체의 변화'가 정치라는 무대 위에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가에 대한 깨어 있는 주시일지 모른다.
조용한 혁명은 언제나 책에서 시작된다
『이재명의 따뜻한 실용주의』는 서점 한켠에 놓인 단순한 인물 소개서가 아니다. 이념적 피로감이 극심한 한국 정치 현실 속에서, 어떻게 통합과 조화를 구현해낼 것인가라는 거대한 시대적 질문에 응답한 문화적 시도다.
삶의 방향이 흐려질 때 우리는 책을 찾고, 문화는 그 속에서 시대를 길어 올린다. 독자에게 제안하고 싶다. 이 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며 다음의 질문을 자신에게 던져보자.
- 내 일상에도, 문제 해결을 위한 ‘따뜻한 실용주의’가 필요한가?
- 지금 내가 속한 공동체는 실용적이며 동시에 배려가 중심인가?
- 분열이 아닌 변화의 언어로 세상을 이야기하면 어떤 일이 생길까?
오늘, 나와 사회를 연결하는 정치적 감수성을 점검하는 짧은 독서여행. 실용주의는 딱딱하거나 먼 것이 아니다. 가장 나다운 순간에도 적용 가능한 유연한 삶의 태도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