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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소상공인 폐업 법적지원 확산

[경기도], 소상공인 폐업 법적지원 확산

‘폐업도 지원이 필요한 권리다’ – 소상공인의 위기와 법적 돌봄 생태계의 확장

불황 속에서 줄어드는 발걸음, 오르는 금리, 쌓여가는 대출. 사람들의 일상이 무겁게 굳어가는 이 시기, 조용히 문을 닫는 골목 가게들의 풍경은 더 이상 특이한 뉴스가 아니다. 하지만 최근 경기도가 추진하는 ‘소상공인 사업정리 지원사업’은 그 마지막 장면에 처음으로 ‘공적 개입’이라는 희망을 제시했다. 특히 법무법인과의 협업을 통해 채무조정, 회생·파산 절차까지 포괄적으로 지원하는 시도는 전례 드문 공공-법률 파트너십 모델로 주목된다.

이 사업은 폐업 예정 소상공인의 채무 조정과 법적 정비 과정에 필요한 실질적 지원을 목표로 한다. 무엇보다 사용료나 법조 수임료가 부담스러운 소상공인을 위해 무료 법률자문·소송대행까지 제공한다는 점은, 단순한 행정지원 차원을 넘어 사회적 재기의 사다리를 정책적으로 구조화하고 있다는 데 의미가 크다.

‘한 번의 실패’가 끝이 되지 않도록

우리 사회는 창업에 대해서는 열렬히 장려하지만, 폐업과 실패를 어떻게 감당하게 도울 것인지에 대한 공공적 관심은 빈약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신규 창업자 중 약 28%가 1년 이내 폐업하였고, 5년 내 폐업률은 70%에 달한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정책은 여전히 ‘성공한 창업’에 편중되어 있고, 그 반대편에 선 폐업자는 지원에서 배제되기 쉬운 존재였다.

이번 사업은 법률 서비스 사각지대에 있는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회생과 파산을 단순 개인의 책임이 아니라 사회적 재편의 일부로 인정하는 구조 전환을 지향한다. 이는 법과 시장에서 배제된 이들이 존엄을 잃지 않고 다시 설 수 있도록 돕는 일종의 '권리 기반의 복지'라고도 볼 수 있다.

소상공인, 더 이상 ‘비공식 경제인’이 아니다

소상공인은 고용 없는 성장과 자동화 경제 하에서 점점 더 많은 시민들이 의존하게 되는 ‘생활형 자영업자’ 계층이다. 하지만 그들의 권리와 사회적 안전망은 공식 노동시장 종사자만큼 공고하지 않다. 특히 채무, 법적 분쟁, 신용도 하락 등 문제는 급속히 생활 기반 전체를 붕괴시킨다.

그중 다중채무 문제나 복잡한 금융 구조를 마주한 자영업자들은 법률적 도움을 구하기도 어렵다. 경제적 이유와 신뢰의 문제, 절차의 복잡성 등 ‘법의 벽’은 생각보다 높다. 소상공인들이 과거의 실패보다 ‘복잡한 현재’를 못 버텨 정리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은 이유다.

이런 맥락에서 법률전문가와 비영리 조직이 지역 기반 플랫폼과 협력해, 경영자문과 채무조정, 회생을 통합적으로 지원하는 것은 개인이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공적 해결’의 수위로 끌어올리는 사회적 가교 역할을 한다.

제도는 실제 삶을 따라가고 있는가?

그럼에도 여전히 검토할 부분은 있다. 이번 경기도 사업은 사업지 경기도인 폐업(예정) 소상공인만을 대상으로 하며, 법인 사업자에 대한 지원은 제외된 점, 6개월 이상 운영기간 조건 등은 자칫 구조적 취약계층 일부를 배제할 수 있다. 또한 자문 가능하더라도 해당 사례에 대한 실질 조정이 법원의 판단을 필요로 하는 경우, 자원과 시간이 집중되어 실효성이 약화되는 병목 현상도 우려된다.

해외 사례와 비교하면 캐나다의 소기업 파산보호 프로그램(Proposal Process)은 회생 가능성에 초점을 두되, 변제 불가한 채무의 일부 감면을 법정에서 판단하며 상시 지원체계를 유지하는 특징이 있다. 우리 사회에서도 일회성 사업이 아닌, 지속 가능하고 상설화된 위기지원 인프라로 확산될 필요가 있다.

법률 서비스는 복지 인프라의 일부인가?

이번 사업은 법률 전문가가 공적 복지의 한 구성원으로 참여한 사례라는 점에서 또 하나의 의제를 제시한다. 법은 처벌의 수단일 뿐 아니라 구조의 언어이기도 하다. 지역 단위에서 이처럼 '회복적 법률 서비스'가 제도화되는 흐름은, 사회가 실패와 채무에 대응하는 방식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결국 ‘누가 도움을 받을 수 있는가’와 더불어, '어떤 방식으로 사회가 돕는가'에 대한 질문이 남는다. 지금까지는 기업이나 제도 밖에 시선을 돌리는 일이었지만, 이제는 법, 금융, 복지, 시민사회의 경계가 만나는 교차점에서 해법을 공동으로 찾아나가야 할 시점이다.

함께 묻고 나아가야 할 질문

이번 경기도의 시도는 소상공인의 ‘폐업’을 단지 실패가 아니라 재기라는 다음 단계로 전환할 수 있는 제도적 실험으로 볼 수 있다. 법률, 노동, 지역경제가 함께 엮이는 정책 생태계는 여전히 부족한 것이 현실이지만, 한 가지 분명한 점은 있다. 이제는 사업을 ‘시작할 권리’만큼 정리하고 다시 설 권리도, 공공의 책임 안에서 보장되어야 한다는 흐름이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시민으로서는 어떤 방식으로 제도 접근성과 연대를 키울 수 있을까? 정부와 지자체는 지속 가능한 지원 구조를 만들 준비가 되어 있는가? 전문가는 상담을 넘어 연대 주체로 참여할 수 있는가? 이 질문들이, 다시 문을 여는 누군가의 손 끝에 닿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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