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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한 과학과 대중의 선택

불확실한 과학과 대중의 선택

아세트아미노펜 논란과 과학의 경계 – ‘자극적 이론’이 부상하는 시대, 우리는 무엇에 주목해야 하나

2025년, 자폐 스펙트럼 장애(ASD)의 원인에 대한 한 오랜 과학적 논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논란의 중심엔 미국 면역학자 윌리엄 파커(William Parker)와 그의 이론, 그리고 그를 주목한 새로운 보건 당국이 있다. 파커는 해열제이자 진통제로 전 세계적으로 널리 쓰이는 '타이레놀(성분: 아세트아미노펜)'의 사용이 자폐증의 주된 원인이라 주장하며 과학계·보건계에 파장을 일으켰다. 그는 정통 연구기관에서 멀어졌지만, 최근 미국 보건부 장관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RFK Jr.)와 잇따른 통화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제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검증되지 않은 급진적 이론들에 정치와 권력이 주목하기 시작하는 가운데, 대중은 어떤 과학을 믿어야 하며, 우리는 어떤 근거로 미래를 준비해야 할까?

1. 자폐증과 아세트아미노펜 이론의 부상 – 외면받던 이론이 ‘국가 과학 어젠다’가 되기까지

파커 박사는 아세트아미노펜이 임산부가 아닌 영유아에게 투여될 때 자폐증을 유발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면역 반응, 유전 요인, 스트레스 등과 약물의 상호작용을 주요 매커니즘으로 설명하며, 미국 아이들 중 95%가 생후 1년 내 이 약을 복용한다는 통계를 인용했다. 그의 이론은 학계에서 대부분 무시받았고, 주요 저널에서 논문이 거절되기 일쑤였다. 그러나 2025년 들어 보건 고위 관계자들이 그의 연구에 관심을 가지며 구체적 대화까지 오갔다. 이는 검증되지 않은 과학 주장이 국가 과학 정책의 일부가 되는 위험성을 시사한다.

2. 진화하는 과학 논쟁의 정치화 – "무엇이든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욕망

케네디 장관은 '자폐증의 원인을 9월까지 밝히겠다'는 공언 아래, 백신, 약물 등을 원인 후보로 지목해왔다. 이 과정에서 뚜렷한 과학적 합의 없이, 본인의 반(反)백신 성향과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과학 활용이라는 비판도 일각에서 나온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과학적 해결'을 약속하며 이 의제를 정치화한 것은, 과학과 건강 이슈가 진실보다는 정치적 전략의 대상이 되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3. ‘과학적 근거’의 위기 – 대중 신뢰회를 위한 기준은 무엇인가

파커의 연구는 현재 과학계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그를 지지하거나 협력하는 연구자는 거의 없으며, 주요 논문은 낮은 인용 수를 기록하고 있다. 펜실베이니아대 제프리 모리스 교수는 “대담한 주장은 엄격하고 검증 가능한 증거를 필요로 한다”고 강조했다. 하버드 보건대학 연구진은 임산부의 아세트아미노펜 사용과 발달장애 간 상관관계를 지적한 연구도 발표했으나, 이 역시 아직 논쟁 중이다. 이처럼 복잡하고 민감한 주제를 다룰 때 필요한 것은 과학적 합의와 장기 검증이다.

4. 트렌드로 읽는 과학 커뮤니케이션의 변화 – ‘마이너 이론’의 확대와 SNS 시대의 심리

기존에는 학계와 공공기관 중심으로 이뤄지던 과학 정보가, 이제는 SNS와 미디어를 통해 정치, 음모론, 개인 스토리와 결합해 확산된다. 파커의 사례는 마이너한 과학 이론이 어떤 방식으로 정치적 수용을 받고 대중 담론에 퍼질 수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과학 vs 비과학’이 아닌, ‘과학 정보는 어떻게 선택되고 소비되는가’의 문제로 트렌드가 이동 중이다.

5. 자폐증, 약물 논쟁 그 이상 – 현대인의 불안과 원인 찾기 심리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기 어려운 정신적·신경적 증상에 대해 대중은 쉽게 "명확한 외부 원인"을 찾고 싶어 한다. 백신, 약물, 환경오염 등의 프레임은 그 심리를 충족시키며, 동시에 기업 불신, 정부에 대한 회의, 빅데이터 사회의 통제 불안을 투영한다. 이처럼 '과학'은 단지 진실만이 아니라, 사회 심리적 불안을 반영하는 트렌드 거울이 된다.

불확실성의 시대, 무엇을 믿고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

이번 논란을 통해 우리는 다음 사실을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 지금 우리가 주목해야 할 가장 중요한 변화는, ‘과학정보의 정치화’와 ‘대중심리 기반의 과학소비’라는 구조적 변화다.
· 개인과 조직은 과학과 건강에 관한 정보를 접할 때, 가능한 한 원 자료·공신력 있는 학계 검토·전문기관의 입장을 기준 삼아야 한다.
· ‘무엇이 진짜인가’보다 중요한 것은 ‘진짜처럼 보이게 만드는 구조’를 이해하는 인사이트이며, 이것이 미래 사회의 정보 리터러시 핵심 역량이 될 것이다.

지금 실천할 수 있는 팁

  • 새로운 건강 이슈나 화제성 이론을 접했을 때는 반드시 공신력 있는 저널 및 기관(FDA, WHO, NIH 등)의 검증 여부를 확인하자.
  • 트렌드를 자극적으로 확산하는 SNS 정보는 ‘선별적 검증’이 필요하다.
  • 비즈니스 전략 수립 시, ‘과학 신뢰도’와 ‘소비자 불신 트렌드’의 교차점이 제공하는 기회를 주목하자. 문제 해결형 제품 또는 투명한 정보제공이 경쟁력이 될 수 있다.

미래는 늘 불확실하지만, 철저한 확인과 비판적 사고는 변화에 휘둘리지 않고 기회를 포착할 수 있는 최선의 무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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