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물결 위, 감각이 흔들리는 밤 – 몰입형 미디어아트를 통해 만나는 도시의 또 다른 얼굴
햇볕이 부드럽게 꺾이는 가을 저녁, 청계천을 따라 걷다 보면, 밤이 주는 도시의 리듬을 새롭게 발견하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바람과 물소리, 그리고 빛. 이 모든 것이 서로 공명하듯 울리는 청계천 광교 아래에, 지금 ‘서울의 물결, 공명의 밤’이라는 새로운 문화적 실험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이 전시는 단순히 시각적 아름다움을 넘어 도시와 인간, 기술과 예술의 관계를 다시 묻는 하나의 거대한 움직임으로 다가옵니다.
이 전시는 한국국제교류재단(KF)과 서울관광재단이 체결한 첫 협력사업이자, KF글로벌센터 개관 20주년을 기념하는 자리로 마련되었습니다. 물리적 공간과 시간을 넘어, 서울이 ‘느껴지는’ 도시로 변모하는 경험은 바로 여기에서 시작됩니다.
몸이 흔들리고, 감각이 다시 깨어나는 예술
이번 전시의 중심에는 손몽주 작가의 새로운 몰입형 미디어아트 작품 ‘청계 스윙’이 있습니다. 관람객은 부표를 연상시키는 타원형 그네에 앉음으로써 주체가 됩니다. 단순히 보는 것이 아닌, 직접 ‘흔들리며’ 참여하는 체험 속에서 인체의 실루엣과 미디어아트가 환상적으로 결합되어 도시에 대한 인식마저 흔들리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손몽주 작가가 꾸준히 이어온 ‘스윙’ 시리즈는 이번에도 도시와 인간의 움직임을 연결시킵니다. 특히 그의 작업에는 미디어 아티스트 김문정, 이동재가 함께 참여하여 시각적 완성도와 몰입감을 더했습니다. 해당 작품은 단순한 조형물이 아닌, ‘도시의 감정’을 요동치게 하는 감각의 진자 역할을 합니다.
청계천, 도시와 예술이 만나는 물의 길
서울의 오래된 수로 청계천은 산업화의 기억과 도시 재생의 상징 사이에 놓인 복합적 공간입니다. 이 전시는 그 물결 위에 다시 한 번 ‘문화적 의미’를 띄우는 시도라 할 수 있습니다. 청계천 물 위에 펼쳐지는 미디어아트, 특히 앙리 마티스의 명화가 재해석된 콘텐츠는 단순한 재현이 아닌, 예술과 기술, 자연과 인공의 경계를 흐리게 만듭니다.
이러한 시도는 해외에서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일본 도쿄의 ‘팀랩 플래닛’이나 프랑스의 ‘아틀리에 데 뤼미에르’ 같은 몰입형 전시들이 공간의 재인식과 감각의 전환을 불러일으킵니다. 서울 역시 이제, ‘기억의 도시’에서 ‘감각의 도시’로 옮겨 가는 중입니다.
문화 외교에서 도시 브랜딩으로 – 공공예술의 새로운 역할
이번 전시는 한국국제교류재단의 문화공공외교 사업의 일환으로, 외국인과 내국인을 잇는 플랫폼 역할을 수행하는 동시에, 서울이라는 도시 브랜드의 정체성을 확장시킵니다. 문화가 도구이자 목적이 되는 이 접점에서, 우리는 도시가 단지 거주와 노동의 공간을 넘어서 감정과 상상력의 무대가 될 수 있음을 확인하게 됩니다.
도시는 언제나 개인의 내면과 맞닿는 풍경입니다. ‘서울의 물결, 공명의 밤’을 거닐다 보면, 우리는 자신이 사는 도시를 처음 보는 듯한 시선을 갖게 되고, 그 낯섦 속에서 작은 자각이 피어납니다. 지금 우리가 감각해야 할 문화는, 기술적 세련됨이 아니라 우리가 잊고 지낸 일상의 결에 대한 생생한 포착일지도 모릅니다.
하루에 단 한 시간, 도시를 새롭게 마주하라
이 전시는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 진행되며, 무료로 누구나 참여할 수 있습니다. 회사 퇴근 후, 가볍게 청계천을 거닐다가, 흔들리는 그네 위에 앉아 당신의 감각을 잠시 도시의 물결에 맡겨보는 것은 어떨까요?
도시의 보통 날들을 예술로 확장시키는 이 작은 의식이, 나와 도시 사이의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하게 할지도 모릅니다.
지금 당신이 사는 도시에는, 어떤 ‘물결’이 흐르고 있습니까? 그리고 그 흐름 위에 당신의 감정은 얼마나 자유롭게 흔들리고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