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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북부장애인복지관, 장애 인권을 생활 속 이야기로

서울시립북부장애인복지관, 장애 인권을 생활 속 이야기로

장애 인권을 일상의 언어로 말하기 – 공모전이 던지는 새 시대의 질문

장애 인권이라는 단어는 여전히 많은 사람에게 ‘전문가 혹은 당사자만의 이야기’로 느껴진다. 서울시립북부장애인종합복지관이 개최한 ‘장애 인권 공모전 – 세상을 만나는 또 하나의 길’은 이 같은 거리감을 무너뜨리는 시도로 주목받는다. ‘차별 없는 우리 동네’라는 주제 아래 진행된 이번 공모전은 참가자 개개인의 경험과 시선에 집중하며, 순위를 매기지 않고 ‘존중상’, ‘신뢰상’, ‘성장상’으로 나누어 시상하는 인권친화적 접근을 선택했다. 이는 결과보다 과정, 경쟁보다 공감에 초점을 두는 시민 중심의 변화된 인권감수성의 신호이기도 하다.

포용의 실험실로서의 지역사회

지역 사회는 더 이상 단순한 거주 공간을 넘어 '공적 가치의 실천현장'이 되고 있다. 특히 ‘우리 동네’라는 표현은 단순한 지리적 경계를 넘어, 소수와 다수가 함께 살아가는 관계의 장으로서 기능한다. 장애인복지관이 이러한 공모전을 개최했다는 점은 특히 상징적이다. 장애인복지관이 단순한 지원 기관을 넘어서 사회적 감수성을 키우는 문화 플랫폼의 역할까지 수행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복지관의 활동이 시설 중심 서비스에서 커뮤니티 기반 권익옹호로 확대되는 맥락은, 한국 사회의 복지 패러다임 전환 지점을 상징적으로 읽어낼 수 있게 한다.

세대와 계층을 넘는 ‘참여형 인권’의 가능성

이번 공모전은 어린이, 청소년, 성인 모두가 참여 가능한 구조로 설계됐다. 이는 연령과 계층에 구애받지 않는 ‘인권교육의 저변 확대’ 실험이기도 하다. 특히 어린이의 그림, 청소년의 사진과 같은 일상적 도구를 통해 자신의 세계를 표현하는 방식은 기존의 전문가 중심 문제제기 방식과는 다른 흐름이다. 장애 관련 이슈를 비장애인의 일상 속 주제로 끌어들이는 이러한 운동은, 인권을 생활 언어로 녹여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동시에, 참여가 공감만으로 그치지 않도록 제도적 후속 기반을 얼마나 마련할 수 있는지가 과제다. 예를 들어, 수상작이 지역 정책 제언에 어떤 방식으로 반영되는지, 공모 참여자와 지역사회가 지속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플랫폼이 있는지 등의 후속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

제도와 문화 사이에서 인권의 실효성을 묻다

현재 한국의 장애인 인권 관련 주요 제도는 UN장애인권리협약, 장애인차별금지법, 장애인복지법 등으로 뒷받침되고 있다. 그러나 법의 언어와 시민의 감각 사이에는 여전히 간극이 존재한다. 특히 ‘이동권’, ‘고용기회’, ‘교육접근성’과 같은 권리의 실질적 보장은 여전히 불균형한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러한 현실은 인권 담론이 제도적 목소리에만 갇히지 않고, 생활 속 문화로 살아 움직여야 하는 이유를 드러낸다. 공모전처럼 예술과 생활이 만나는 접점에서 인권 문제가 제기될 때, 제도는 더 많은 시민과 호흡할 수 있는 언어를 가지게 된다. 유럽이나 캐나다의 경우도, 다큐멘터리 제작 지원, 시민 작가 프로그램 등을 통해 장애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을 제도화하고 있는 점은 참고할 만하다.

일상 속 인권감수성을 키우는 작은 움직임

공모전에 참가한 그림 한 장, 사진 한 장이 비록 작은 표현이지만, 그 안에는 일상 속 인권의 지형을 바꾸는 잠재력이 있다. ‘장애’라는 단어가 더 이상 특별한 설명 없이도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야기될 수 있는 사회. 이 지향점은 이제 공공기관만이 아니라 시민 개개인이 함께 나눌 책임이다.

공공 부문은 문화적 접근을 활용한 인권 교육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고, 교육계는 어린이와 청소년의 인권 감수성을 생활 속 커리큘럼으로 끌어올 필요가 있다. 지역사회의 역할도 중요하다. 장애인뿐 아니라 이주민, 고령층, 돌봄 노동자 등 다양한 소수자의 인권이 ‘우리 동네’의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포용되는 구조를 상상할 수 있을까.

장애 인권 공모전이 남긴 메시지는 명확하다. 인권은 공공 정책의 구호로만 머물 수 없으며, 시민의 손끝에서 지속적으로 쓰이고 다시 말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우리 앞에 남은 질문은 이것이다. “우리의 동네는, 누구에게도 낯설지 않은 공간인가.” 그것이 곧 인권이 실현된 사회의 척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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