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복지, 지역 협력의 새로운 해법 될 수 있을까 – 누림센터-서정대 협약이 던지는 과제
경기 북부의 장애인복지 향상을 위해 경기도장애인복지종합지원센터(이하 누림센터)와 서정대학교가 손을 맞잡았다. 단순 행정지원이나 일회성 사업을 넘어, 복지 연구, 직업교육, 인식개선 교육 등 ‘지속적 역할 분담 기반 협력’으로 계획되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번 협약은 지역 단위에서 복지와 교육의 결합이 어떤 혁신 모델이 될 수 있는지를 묻는 중요한 사례로 볼 수 있다.
지역불균형, 장애인 복지 사각지대의 구조
장애인 복지는 국가적 보장임에도 지역 간 격차가 뚜렷하다. 특히 수도권 내에서도 경기 북부는 접근성과 인프라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전국 장애인의 약 5.4%가 경기도에 거주하지만, 사회복지관·직업재활시설 등 핵심 시설은 주로 남부에 집중돼 있다. 이에 북부 주민들은 휠체어 훈련, 주간 보호, 심리상담 등 기본 서비스조차 생활권 내에서 누리기 어렵다.
누림센터는 이러한 불균형 해소를 위해 북부 분소 기능 확대, 지역 대학 및 기관과의 연계를 강화하고 있다. 서정대학교와의 협약 역시 지역의 인적·물적 자원을 동원해 **복지의 지역화(localization)**를 실현하려는 노력의 하나다.
대학과 복지기관의 협력, 가능성과 한계
복지기관과 대학의 협업은 종종 연구 공동체 수준에 머물렀다. 하지만 이번 사례는 복지 수요자(장애인)를 중심에 놓고, 직업훈련·복지 정보 공유·장애 인식 개선 교육까지 실천 가능한 공동사업 추진을 내걸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서정대의 교육 역량은 실무인력 양성과 지역주민 접근성에서 강점을 가질 수 있다. 동시에 누림센터는 행정 네트워크와 정책 적용 경험을 통해 현장에서의 실행력을 확보하고 있다. 이처럼 이론-실천-현장 연결망이 유기적으로 작동할 경우, 기존의 단발성 행사 중심 복지사업을 탈피할 수 있는 구조가 나타난다.
그러나 대학과 기관 모두 예산, 인력, 사명 간 차이가 존재한다. 무엇보다 복지 정책이 전년도 실적 위주나 행정 효율성 기준으로 평가될 경우, 지역 맞춤형 실험은 재정지원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협력체계가 일회성 MOU 이상으로 기능하려면, 법적 제도와 지역조례 수준에서도 이에 대한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장애인 당사자 중심 패러다임 전환과 사회적 반응
누림센터는 최근 ‘장애인 주거가이드북’을 배포하면서 ‘행정 매뉴얼 중심’을 넘어 ‘당사자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는 전략으로 전환하고 있다. 이는 복지 패러다임이 서비스 제공 중심에서 이용자 참여와 선택권 중시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여전히 복지 현장에서는 이용자의 자발성보다 보호 필요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지역사회 구성원들도 종종 장애인을 복지의 ‘수혜자’로만 보거나, 공공부담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공공협력 사업이 신뢰를 얻고 뿌리내리려면, 장애와 비장애가 함께 참여하는 소통의 장, 그리고 편견 없는 일상 속 관계 형성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복지정책은 삶의 현장을 얼마나 반영하는가?
복지제도는 점점 더 기술화되고 디지털화되고 있다. 하지만 장애인의 일상은 이동, 직업, 주거, 인간관계 등 구체적이고 연결된 삶이다. ‘현장에서 필요한 것을, 지역과 함께 설계하는 구조’는 복지정책이 시민의 삶을 더 가깝게 반영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경기 북부 누림센터와 서정대학교의 협약 사례는 중앙 주도의 획일적인 복지정책에서 나아가, 지방정부와 지역기관이 공동기획 주체로 성장할 수 있는지를 실험하는 일종의 사회실험이기도 하다.
지역사회가 묻는 다음 질문들
누림센터와 서정대의 협업이 지역 장애인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는 수년을 두고 지켜봐야 할 사안이다. 그러나 이들이 만든 ‘협력 플랫폼’은 우리 사회 전체에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
- 복지란 누구의 몫으로 설계되어야 하는가?
- 지역 대학은 단지 인재 양성뿐 아니라 지역 문제에 어떤 책임을 질 수 있는가?
- 제도는 현장을 얼마나 적시에, 적확히 지원하고 있는가?
이제 시민과 정책 설계자는 복지를 넘어서 “함께 사는 삶의 구조”를 설계하는 작업을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다. 그리고 소규모 대학과 지방복지기관의 자발적 시도가, 때로는 중앙의 거대한 시스템보다 더 촘촘하게 사회안전망을 구축할 수 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