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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매실장애인종합복지관, 장애예술 참여 확장의 힘

호매실장애인종합복지관, 장애예술 참여 확장의 힘

장애인 문화예술 참여, 왜 꾸준한 확장이 필요한가 – 예술 경험을 통한 사회통합의 실험실

문화예술은 단지 감상의 영역을 넘어, 자신을 표현하고 세상과 소통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이는 특히 사회적 배제 위험이 큰 취약계층, 그중에서도 장애인에게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최근 호매실장애인종합복지관이 개최한 ‘온(溫)묵담)’ 서예·캘리그라피 공모전은 이러한 맥락 속에서 눈여겨볼 만한 사례다. 프로그램 참가자들 중 첫 작품으로 입상한 이들도 있었고, 그들의 언어가 글씨 한 획 한 획에 담겼다. 이 행사는 단순한 수상 이상의 함의를 지닌다.

예술을 통한 자기표현 기회, 얼마나 열려 있는가

사회적 차별이나 편견은 법으로 금지돼 있음에도 여전히 많은 장애인이 일상에서 배제 경험을 겪고 있다. 특히 문화예술 영역은 여전히 ‘비장애 중심적 구조’가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OECD 보고서에 따르면, 장애인의 문화예술 참여율은 비장애인의 절반 수준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2023년 기준 주요국 평균 42%). 작품 감상뿐 아니라 창작 참여는 더욱 드문데, 이는 물리적 접근 제약과 더불어 프로그램 기회 부족, 사회적 기대의 제약이 동시에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호매실복지관의 예술 프로그램은 중요한 제도적 시사점을 제공한다. 예술 교육이 단지 취미나 여가를 넘어서 장애인의 자기효능감과 사회 참여 의지, 나아가 노동시장 진입까지 연계될 수 있는 '사회적 실험'이자 '돌봄의 확장'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장애예술인들 중에는 전시회, 캘리그라피 작가, 콘텐츠 제작자의 길을 향해 나아가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시설 중심 복지의 한계를 넘어, 지역 사회 연계로

기존의 장애인 복지정책은 전반적으로 시설이나 기관 중심의 서비스 제공에 무게를 뒀다. 이런 접근은 기본적인 돌봄과 보호에는 효과적이지만, 삶의 질이나 자발적 참여에 있어서는 역할이 제한돼 왔다. 최근 몇 년 사이 복지부와 문화체육관광부는 ‘장애인 문화예술 활동 지원사업’, ‘발달장애인 예술교육 시범사업’ 등을 통해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지역 간 편차, 접근 가능한 시설 부족, 예산의 일회성 지원 문제가 많다.

호매실장애인종합복지관의 사례에서 주목할 점은, 단순한 복지 시설 기능을 넘어 지역 사회와 유기적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이다. 수원·용인 등 수도권 서부 지역 중심으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참여하는 행사들을 확대함으로써, 시설을 공간 중심이 아닌 ‘사회적 플랫폼’으로 전환하는 흐름이 보인다. 이는 '지역사회 중심 돌봄'(Community-Based Care) 체계로의 정책 전환과 맞닿아 있다.

당사자의 눈으로 본 변화, 그리고 아직 남은 과제

공모전에 참여해 입상한 장애인들은 ‘처음엔 두려웠지만, 도전이 기쁨이 됐다’고 말했다. 이는 공적 제도나 기관이 아닌 개인의 내적 변화와 감정 경로를 말해주는 소중한 증언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긍정적 변화를 위한 지원이 일회성 행사에 머물지 않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제도적 기반이 필요하다.

우선, 예술 창작 과정 전반에 걸친 지속적 멘토링과 교육의 보편화가 필요하다. 장애인을 위한 셰도잉(Shadowing), 전문 작가와의 콜라보, 결과 연계형 지원 모델 등은 아직 국내에는 낯선 개념이다. 또한 예술적 성과가 단지 ‘특별하다’는 관심 이상의 사회적 가치로 인정받기 위해 ‘예술인으로서의 정체성 형성’을 돕는 제도 설계도 중요하다. 예컨대, 장애 예술인의 등록제 및 활동 지원 패키지 개발, 현재 예술인 복지재단이 주관하는 일반 예술인 복지 체계와의 접점 강화 등이 그것이다.

삶의 질의 문제에서 사회혁신의 기회로

장애인의 예술 참여를 확대하는 일은 단순한 복지 확대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어떤 방식으로 연결되고 통합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과 닿아 있다. 낯선 글씨 한 획, 한 장의 캘리그래피는 한 사람의 자존감에서 시작해 지역 사회의 감수성, 제도의 유연함, 시민의 공감 능력으로 이어진다. 이것이 예술의 사회적 힘이며, 장애 포용 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핵심을 정리하자면, 장애인의 문화예술 참여는 표현의 자유, 자아실현, 사회적 통합이라는 공공 가치를 기반으로 구축돼야 한다. 이를 위해 시민은 예술을 ‘능력’보다는 ‘과정’으로 바라보는 감수성을 키워야 하며, 정책 담당자는 프로그램의 지속성과 장애 독자의 목소리에 기반한 설계를 고민해야 한다. 지역사회는 단순히 복지 서비스를 소비하는 공간이 아닌, 공감과 협력의 무대로 스스로를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 예술참여가 가지는 작지만 분명한 변화의 힘을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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