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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매실장애인종합복지관, 예술로 여는 장애인 문화권

호매실장애인종합복지관, 예술로 여는 장애인 문화권

장애인의 문화예술 접근권은 왜 중요한가 – 표현의 자리를 만들고, 사회를 새롭게 쓰는 일

예술은 인간이 내면을 표현하고 타인과 연결되는 가장 깊은 통로 중 하나다. 그러나 이 기본적인 '문화적 권리'조차 모두에게 평등하게 주어져 있지는 않다. 최근 호매실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열린 ‘온(溫)묵담’ 서예·캘리그라피 공모전은 그 현실을 다시금 조명하며 우리 사회에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장애인의 문화 활동은 어떤 사회적 의미를 지니는가, 그리고 제도는 그 가능성을 얼마나 뒷받침하고 있는가.

장애인의 표현권, 아직은 닿지 못한 ‘문화의 문턱’

장애인의 문화예술 참여는 단지 여가의 차원을 넘어, 자기표현과 사회적 시민으로 존재함을 확인하는 실천이다. 하지만 2021년 문화체육관광부 조사에 따르면, 일반인의 문화예술 향유율이 80%를 넘는 데 비해 장애인의 경우 절반에도 못 미치는 37.5%에 그친다.

이는 물리적 접근성 부족만이 아닌, 프로그램 기획·운영 단계에서부터 장애인의 특성과 수요가 체계적으로 반영되지 않는 제도 구조에서 기인한다. 여전히 많은 문화예술기관이 장애인 맞춤 교육이나 작품 발표 기회를 제공하는 데 한계를 갖고 있으며, 지역 간 편차도 크다.

온(溫)묵담 공모전의 가치 – 도전은 자격이 아닌 기회에서 시작된다

이번 공모전을 통해 수상한 다섯 명의 참가자에겐 별도의 예술 교육을 받은 경험이 없었다. 오히려 서예와 캘리그라피에 ‘처음’ 도전하는 이들이 다수였다. 주 1회 꾸준한 수업 참여, 그리고 그 경험을 사회에 공개하며 표현한 그들의 노력이 결국 성과로 이어졌다.

수상자들은 도전과 표현의 장이 열렸을 때 얻게 되는 삶의 주도성과 자존감을 실현하는 방식으로 예술을 받아들였다. 이처럼 문화예술은 단순한 결과물이 아니라 관계와 소통, 성장의 과정이며, 그것을 가능케 한 공간은 단지 복지관을 넘어선 하나의 ‘사회적 장치’였다.

공공정책의 흐름과 현장의 간극

정부는 2021년 ‘장애예술인 문화예술 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며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지만, 여전히 실행력에는 불균형이 존재한다. 예산 편성의 규모나 지속 가능성, 지역별 문화 거점 기관과의 연계 부족 등이 과제로 남아 있다. 특히 지방 소규모 복지관이나 복지시설은 자발적 운영과 민간 후원에 크게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 공모전을 개최한 호매실장애인종합복지관도 지역 내 인프라 확충과 사회적 연계 모델을 구축하기 위한 장기적 노력을 이어가고 있지만, 복지적 접근만으로는 문화 접근성의 패러다임 전환을 만들기엔 한계가 있다.

문화권에 대한 패러다임 변화, 예술은 누구의 삶에서 시작되는가

‘온묵담’ 공모전은 작은 지역 공모전이지만, 장애 예술인을 향한 사회의 인식 변화를 앞당기는 실천적 사례로 읽힌다. 예술은 뛰어난 기교나 천재성에 앞서 ‘자신의 이야기를 꺼낼 수 있는 자격’과 ‘그 이야기를 들어주는 청중’을 필요로 한다. 우리가 장애인의 예술적 표현을 사회적 기능의 일부로 존중할 때, 동정이나 시혜가 아닌 '시민 권리'로서의 문화가 정치화되고, 각자의 일상 언어가 작품이 된다.

앞으로의 제도 개선 방향은 단발성 프로그램 지원이 아니라 ▲장애인의 예술교육에 대한 체계적 커리큘럼 마련 ▲지역문화기관과 복지기관 간 협력 모델 구축 ▲참여자 주도형 기획 확장 ▲일상에서의 발표 및 유통 채널 확보로 이어져야 할 것이다.

공정한 예술의 장은 모두의 삶을 풍요롭게 만든다

장애인의 문화예술 참여는 특정 집단의 권리 보장에서 그치는 이슈가 아니다. 그것은 누구도 배제되지 않은 사회, 다양성과 표현의 자율성이 보호받는 공동체를 위한 조건이다.

그 길에서 우리는 몇 가지 질문을 마주해야 한다. 문화는 과연 모두의 것인가? 내가 발 딛고 있는 공간에서 누구의 표현이 들리지 않고 있는가? 그리고 누군가의 내면을 꺼내주는 예술의 자리를 누구와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가?

예술은 있을 곳에만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있어야 할 곳에 닿아야 비로소 살아 숨 쉰다. 그 움직임을 지역 복지관에서 시작된 작은 붓끝이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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