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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매실장애인복지관, 장애인 예술표현 새로운 길을 열다

호매실장애인복지관, 장애인 예술표현 새로운 길을 열다

장애인의 문화적 자기표현, 제도와 일상의 간극을 잇다 – ‘온(溫)묵담’ 공모전이 남긴 사회적 질문

문화예술은 자아를 표현하고 세계와 소통하는 강력한 도구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주어진 기회는 아니다. 최근 호매실장애인종합복지관이 주최한 ‘온(溫)묵담’ 서예·캘리그라피 공모전에서 장애인 참가자들이 수상했다는 소식은 단순한 성과 이상의 의미를 던진다. 참여자들은 첫 도전에도 성취를 이뤄냈고, 이는 사회가 아직 충분히 준비하지 못한 ‘문화 접근권’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문화예술 참여, 왜 아직 ‘장벽’일까?

장애인의 예술활동은 여전히 예외적 사례로 여겨진다. ‘문화적 권리’는 유엔장애인권리협약(UNCRPD) 제30조에서 명시한 기본권이지만, 국내 현실은 아직 갈 길이 멀다. 한국장애인개발원의 2023년 보고서에 따르면, 문화예술 관람이나 참여에 대한 장애인의 접근률은 비장애인 대비 절반 수준에 그친다. 제도상으로는 예술교육과 복지서비스가 분리되어 있고, 주거지나 시설 내에서 예술 프로그램이 지속되기 어렵다. 게다가 예산, 인력, 접근성 등의 문제로 현실적으로 운영 가능한 프로그램 수는 극히 제한적이다.

이번 공모전은 이러한 제약 속에서도 ‘복지관 내 예술 프로그램’이 어떤 변화의 단초가 될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복지관 참여자들이 전문 수업을 통해 예술적 표현력을 키우고, 외부 공모전에 출전해 성과까지 얻어낸 경험은 자존감, 사회참여, 관계 맺기 측면에서 복합적 긍정 효과를 기대하게 한다.

예술을 통한 자립감, 그 심리적 가치

김지우(가명), 이재현(가명) 등 수상자들의 발언에서 공통된 키워드는 ‘도전’과 ‘자신감’이었다. 이는 단지 기술 습득의 차원을 넘는다. 문화예술 활동은 장애인의 자기표현 역량을 회복하고, 사회에 자신의 존재를 드러낼 수 있는 심리적 통로다. 응시 자체가 ‘관계 맺기’의 일환이며, 이는 종종 경제적 자립보다 더 근본적인 존재 가치를 확인시켜준다.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예술을 통해 이야기할 수 있는 사회는 상대적으로 더 열린 사회다. 그들의 표현이 관객과 연결되고, 작품으로 타인에게 감정을 전달할 수 있을 때, 그 사회는 단지 장애인을 ‘돕는’ 사회가 아닌, 함께 살아가는 방식의 공동체다.

제도와 사회가 놓치기 쉬운 ‘문화복지의 저변’

문화복지가 단기간 내 정책적 체계를 갖추긴 어렵다. 하지만 보다 실질적인 접근은 가능하다. 첫째, 지방자치단체나 복지관 단위에서 운영되는 예술활동 프로그램이 단발성 이벤트가 아닌, 연속성을 가지는 기획으로 발전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선 안정적인 공공예산 지원과 함께, 장애인 예술 활동을 전문적으로 기획하고 지도할 인력 양성도 뒤따라야 한다.

다른 한편, 예술창작에 참여한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함께 전시·공연을 구성해 공동체 내에서 자연스러운 사회적 접촉점이 생기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이는 ‘장애인 예술’이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 누구나 예술로 발언할 수 있는 권리를 제도적으로 실현하는 모델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이러한 방향이 활성화되고 있다. 영국은 ‘Arts Council England’를 통해 장애 예술가에 대한 지원금을 별도 운용하며, 접근 가능한 전시공간과 역량 개발 모델을 함께 운영한다. 이는 단지 예산이 많기 때문이 아닌, ‘문화는 권리’라는 기본 관점이 정책의 중심에 있기 때문이다.

공공성과 개인 실천 사이, 우리에게 필요한 질문

‘온(溫)묵담’이라는 이름의 공모전은 단순히 촉각적 이미지의 따뜻함을 넘어서, 한국 사회의 문화복지 지형에 따듯한 울림을 남겼다. 장애인의 예술 접근권은 단지 지원이 필요한 대상에게 예산을 배분하는 문제만이 아니다. 모든 시민이 자신만의 언어로 사회와 소통할 수 있는 길을 제도적으로 확보하는 문제다.

우리 사회는 예술을 여전히 ‘재능 있는 소수의 활동’이나 ‘소비 가능한 문화재’로 이해하는 경향이 강하다. 하지만 반복적인 참여와 소박한 장면에서도 세상을 바꾸는 진심은 생긴다. 예술은 단지 표현의 장이 아닌, 포용과 평등의 사회 각본을 다시 쓰는 필사적인 매개일 수 있다.

장애인의 예술활동에 사적 관심을 기울이는 것, 가까운 복지관 프로그램에 한 번 참여하거나 재능기부를 고민해보는 것이 때로는 제도보다 빠른 변화를 만든다. 그리고 이처럼 작은 실천의 물결은, 더 포괄적이고 인간다운 사회를 향한 질문을 이어간다. “우리 모두는 충분히 표현하고 있는가?”라는, 여전히 유효한 질문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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