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듈형 전동화 플랫폼 실증이 바꾸는 플릿 운영의 미래 – 공공 모빌리티 효율화 전략과 글로벌 협력의 전환점
현대자동차그룹과 싱가포르 정부 산하 과학기술청(HTX)의 혁신 기술 협약은 단순한 전략적 제휴를 넘어, 글로벌 플릿(Fleet) 운영 효율성과 지속 가능한 도시 모빌리티 체계의 실질적 전환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모듈형 전동화 플랫폼 기반 기술 실증은 공공부문 차량 운영의 복잡성과 비효율을 줄이고, ESG 중심의 미래 운송 인프라 구축을 실현하는 본보기로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분산된 플릿 운용 구조, ‘모듈형 플랫폼’이 해법 제시
싱가포르 내무부의 상황은 전 세계 대부분 공공 기관들이 겪는 공통 과제와 맞닿아 있다. 임무별로 다양한 차량을 수입 및 개조해 운용하다 보니 플랫폼이 이질적이고, 유지보수 및 설계 전환이 비효율적이라는 점이다. 이는 차량 전환 주기의 길어짐, 공공 자산 운영 비용 증가, 탄소중립 전환 지연이라는 3중의 악순환을 초래한다.
현대차그룹이 제시한 다목적 모듈형 전동화 플랫폼(PBV 기반)은 이러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구조다. 모듈화된 섀시 구조와 유연한 차체 설계는 차량을 하나의 ‘기술 플랫폼’처럼 다룰 수 있게 하며, 임무에 따라 시스템을 전환하는 것이 가능한 수준까지 개인화 및 최적화가 진행된다. 이는 TCO(Total Cost of Ownership)를 낮추고, 특정 기능의 차량이 필요할 경우 제작부터 가동까지의 리드를 획기적으로 단축시킬 수 있는 시스템이다.
스마트 시티와 ESG 운송 전략의 교차점
이 기술 실증은 단순한 차량 현대화에 그치지 않는다. 전기차 전환 정책과 연결된 공공 플릿 효율화는, 스마트 도심에서 저탄소 물류 체계를 구축하려는 글로벌 도시 정책의 핵심 전략이기도 하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도심형 배송의 32%가 공공용 수송 또는 순환 물류이며, 이들은 대체로 경유 기반의 비효율적 차량에 의존해 높은 탄소 배출을 유발한다.
이번 협력을 계기로 싱가포르 내무부는 연료 사용 최소화, IoT 기반 차량 운영 모니터링, 데이터 중심 유지보수 등을 통합 구현할 수 있으며, 이는 도심 내 탄소 중립형 운송 기반 구축과 직결된다. 이는 곧 라스트마일 영역에서 '플릿 전환+지속 가능성+디지털 제어' 3요소가 통합된 새로운 운송 인프라 모델을 제시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글로벌 공공 모빌리티 혁신, 협업 생태계가 좌우한다
HTX는 단지 기술 수요자나 단발적인 실증 시험 기관이 아니다. 치안, 국경 보안, 위기 대응 등 고도의 전략 환경에서 기술 실증과 운영이 반복되는 ‘테스트베드 역할’을 수행하는 조직이다. 현대차그룹이 HMGICS(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를 중심으로 NTU, A*STAR 등 연구기관과 공동 연구소 설립까지 병행한 것은, 기술 실증에 그치지 않고 ‘현지화된 기술 확산 모델’을 만들겠다는 전략적 의도로 해석할 수 있다.
DHL의 Logistics Trend Radar 2024에 따르면, 미래 물류 경쟁력은 기술이 아닌 ‘기술을 이식하고, 실증하며, 확산 가능한 협력 생태계’를 구축한 나라와 기업에서 나온다. 현대차그룹과 싱가포르 정부의 이번 협력은 기술 기반 글로벌 오퍼레이션 전략의 단면을 명확히 보여준다.
미래 플릿 운영 혁신을 위한 실무 체크리스트
이번 사례는 단순히 국가 간 협력의 성공 사례가 아니다. 물류·운송 종사자들이 기술 전략을 계획할 때 고려할 다음 세 가지 시사점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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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조직의 플릿은 ‘플랫폼화’될 수 있는가?
다양한 운송 니즈를 하나의 플랫폼 혹은 모듈로 통합운영할 수 있는 구조를 검토해야 한다. 차량 선택보다 먼저 고려돼야 할 것은 설계 유연성과 아키텍처 범용성이다. -
기술 실증이 아닌, 지속 가능한 운영 전략이 있는가?
시범사업은 출발점일 뿐이다. 실증 이후 데이터 기반 유지보수, 회수·재활용 체계, 운행 데이터 통합 관리가 동반되어야 한다. -
정책 및 인프라와의 연계 가능성을 고려하는가?
EV 전환, 탄소세 도입, 디지털 운송 인증제 도입 등과 연계하여 플릿 구조를 설계하지 않으면 역행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현대자동차그룹과 싱가포르 HTX의 협력은 물류 기술의 미래를 말할 때 핵심이 ‘속도’나 ‘하이라이트 기술’이 아닌, 실제 운영 환경에 정합되는 통합 아키텍처와 글로벌 협업 모델이라는 점을 다시금 확인시켜 주고 있다. 물류 실무자에게 이는 곧 기술의 실현 가능성을 평가하는 '리트머스 시험지'로 기능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