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이자수익 중심의 전략 전환 – 한국씨티은행 실적 속에서 본 금융산업 지형 변화의 단서
2025년도 상반기 한국씨티은행의 실적 발표는 단순한 숫자 이상의 시사점을 던져줍니다. 자산 구조의 재편, 디레버리징 추세, 국내 소비자금융 축소와 기업금융 집중 전략은 한국 내 외국계 은행의 미래 성장 방향뿐 아니라 국내 전체 금융산업 지원 체계의 재정비 가능성까지 암시합니다. 비이자수익 기반의 수익 다변화 전략이 주요 금융기관의 핵심 생존전략으로 재조명되고 있습니다.
고정이익의 하락과 비이자수익의 급부상, 구조 변화의 신호탄
한국씨티은행은 2025년 상반기에 총수익 5595억 원, 당기순이익 1831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총수익은 전년 대비 6.7% 감소했지만, 순이익은 오히려 4.5% 증가했습니다. 이는 이자수익 중심의 취약한 수익모델이 비이자수익 중심으로 빠르게 리밸런싱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외환·파생상품·유가 증권 등 기업금융 부문의 비이자수익이 전년 동기 대비 무려 67.1% 증가한 점입니다. 반면 이자부 자산의 감소와 순이자마진(NIM) 하락으로 인해 전통적인 이자수익은 37%나 급감했습니다. 이 같은 반전은 고금리·저성장 환경 속에서 금융기관들이 수익 모델을 어떻게 유연하게 재구성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이는 국내 금융 전반이 직면하게 될 주요 흐름입니다. 디지털 금융과 초개인화된 자산관리 서비스로 이자수익 감소를 방어하지 못하는 구조에서는, 트레이딩 및 글로벌 기업 연계 금융 서비스가 중요한 신성장 축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소비자금융 탈피 가속화 – 자산 구조 재편과 수익 전략 전환 속도
씨티은행은 수차례 밝혀온 대로 소비자금융 부문에서의 단계적 철수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고객대출자산은 전년 대비 31.2%나 감소하여 7.6조 원 수준에 머무릅니다. 하지만 예수금은 19.2조 원으로, 전년 대비 4.4% 증가해 기업금융 부문에 대한 뚜렷한 자금 유입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는 비단 씨티은행만의 방향이 아니라, 디지털 중심의 핵심 고객층이 고신뢰도의 B2B 금융을 재선택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이러한 구조 전환은 소비자금융의 수익성과 리스크 관리 부담을 고려할 때, 향후 중형 금융기관이나 외국계 은행들 간의 구조적 탈소매화(Mass Retail Exit)를 촉진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금융 서비스 이용의 무게중심이 Z세대를 중심으로 ‘플랫폼→통합→B2B맞춤형 서비스’로 이동하면서, 단순 금융상품 중심의 리테일 운영 모델은 급속도로 수익성을 상실하고 있는 겁니다.
자기자본 여력 확대, 자산 안전성 개선이 만드는 미래 경쟁력
2025년 6월 말 기준 BIS 자기자본비율이 35.28%에 이르고, 보통주자본비율 또한 34.31%로 큰 폭 상승한 것은 주목할 만합니다. 이는 자산 운용의 안정성과 유연성 모두를 확보하며, 글로벌 규제 기준(BISⅢ)에도 우수하게 부합하는 결과입니다.
이러한 안정성은 기업금융, 글로벌 외환거래, 고액자산가 대상 프라이빗뱅킹 등에서 차별화를 위한 핵심 경쟁자산으로 기능합니다. 결국 금융기관의 자본력은 단순한 수익률이 아니라, 고객 신뢰 기반 및 레버리지 전략의 지속 가능성을 결정짓는 중요한 척도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불확실성이 장기화될 경우, 강한 자기자본 비율을 가진 금융기관은 시장 충격 대응에 있어서도 일종의 ‘유동성 보험’ 역할을 수행하게 됩니다.
금리 환경 변화와 자본이동 흐름 – 투자자는 어디에 위치해야 하나
씨티은행의 예대율이 37% 수준으로 낮게 유지되고 있는 것은 자산 운용보다 고객 예수금 수신 안정성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는 고금리 기조 속에서도 보수적인 유동성 확보 전략을 유지하며, 자산 측면에서 ‘조심스러운 공격 전략’을 취했음을 뜻합니다.
투자자의 관점에서 보면, 이러한 흐름은 고금리에 따른 단기 수익보다, 변동성 환경 속 리스크 조절 능력과 장기 성장성에 초점을 맞추는 자산 배분 전략이 유리함을 보여줍니다. 현 시점에서 금융시장 내 포지셔닝은 단발적인 수익 추구보다, 보다 탄력적인 조정 능력을 갖춘 기관과 자산으로의 이동이 현명한 선택일 수 있습니다.
전략 요약 및 의사결정 가이드
- 이자 중심 수익 모델의 경직성은 위험 요소입니다. 비이자수익 다변화에 나선 은행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 소비자금융 사업 구조 전환에 따라, 플랫폼 기반 유연한 기업금융 또는 프라이빗뱅킹 수요가 증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 금융소비자는 금리 변화보다는 금융기관의 자본 효율성과 구조적 경쟁력을 주요 판단 기준으로 새롭게 고려해야 합니다.
- 정책 기획자의 입장에서는, 중소은행의 기업금융 역량 강화 및 디지털 인프라 투자 유도가 지속가능한 금융 생태계 형성을 위한 핵심이 될 수 있습니다.
전통적 예대마진이 흔들리는 금융시장에서, 투자자와 금융소비자는 이제 리스크를 감내하는 대신 균형 잡힌 구조를 선택해야 하는 시점입니다. 혁신보다는 예측 가능성, 확장보다는 생존 기반의 구조 재편능력이 진정한 강자의 자격으로 손꼽히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