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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국가유공자 복지의 미래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국가유공자 복지의 미래

보훈에서 복지로 — 국가유공자 돌봄의 현재와 미래를 묻다

광복 80주년을 맞아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이 진행한 ‘보훈나눔의 날’ 행사는 국가유공자에 대한 사회적 존중과 공공 복지의 상징적 실천으로 주목을 받았다. 정치·사회적 갈등과 파편화된 공동체 의식 속에서, 이와 같은 행사는 공공의 연대를 되새기며 공동체 가치 회복을 촉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상징적 행위 너머로 실질적 돌봄과 제도 개편이 필요한 지점을 짚어보는 일 또한 중요하다.

과거의 명예, 현재의 삶 — 보훈의 제도적 배경

한국의 보훈제도는 6·25 전쟁 이래 국가를 위해 희생한 이들의 명예를 기리고 생계를 보전하기 위한 지원체계로 시작되었다. 현재 보훈복지의료공단은 전국 6개 보훈병원과 8개 보훈요양원을 운영하며 국가유공자의 의료·요양 서비스를 책임지고 있다. 특히 고령화된 유공자들의 생애 후반부를 지원하는 보훈요양원의 역할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정부는 2023년 기준 약 80만 명의 국가유공자 및 유족을 등록하고 있으며, 이 중 상당수가 70세 이상 고령층이다.

하지만 실질적 복지 혜택에는 여전히 적지 않은 불균형이 존재한다. 1인 병실 부족, 간병인 확보의 어려움, 지역 간 서비스 격차 등은 장기적인 개선을 요구하는 요소다. 명예보상 중심의 지원뿐 아니라 일상적 돌봄과 감정 노동까지 포괄하는 복지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감사의 형식과 돌봄의 본질 사이

‘보훈나눔의 날’은 단순 위문 방문을 넘어, 실제로 삼계죽 2500인분을 제공하며 전국 8개 보훈요양원에서 진행되었다. 행정가와 일반 기업(예: KT, 본죽)이 협력한 이번 행사는 관공서 주도 복지의 한계를 민간과 지역사회가 어떻게 보완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하지만 이 같은 1회성 행사를 넘어 지속 가능한 돌봄 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과제가 남는다. 고령 국가유공자들은 의료뿐 아니라 심리 정서적 안정, 고독사 예방, 주거 안전과도 맞닿아 있다. 단절된 가족관계나 지역 커뮤니티의 약화로 인해 입소시설 의존도가 높아지는 현상도 관찰된다. ‘존경’을 기반으로 한 감성적 접근만으로는 이들의 삶의 질을 온전히 보장할 수 없는 현실이 분명히 존재한다.

사회적 시선의 다층성 — 세대별 인식의 간극

보훈에 대한 사회 인식은 세대별로 한층 다층화되고 있다. 장년층은 보훈을 ‘국가와 국민의 도리’로 여기지만, 청년층은 이를 상대적으로 ‘역사적 유산’ 또는 ‘특정 계층의 혜택’으로 보는 경향이 뚜렷하다. 일부에서는 보훈 예산이 청년 복지나 일자리 대책보다 앞선 것이 형평성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단순한 갈등이 아니라, 자원 배분에 대한 사회적 합의의 빈틈을 보여주는 현상이다. ‘보훈’은 과거를 기억하는 일이지만, 이 기억의 방식이 미래 세대까지 포용할 수 있어야 한다. 국가유공자의 삶을 존엄하게 하는 제도는 사회 전체가 어떻게 ‘돌봄의 공동체’를 재구성할 것인가와 연결지어야 한다.

해외 사례에서 배울 수 있는 점들

미국의 재향군인복지국(VA)은 고령 참전용사들을 위한 복합 거주와 요양, 정신건강 서비스 중심의 통합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독일은 나치 반대 투쟁에 참여했던 고령 유공자 지원을 지역 자원봉사 네트워크와 연계해 실천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보훈을 단순한 명예 보상이 아닌, 사회 통합 구조의 일부로 포함시키는 접근을 택하고 있다.

한국 역시 이러한 방식을 참고해 보훈시설을 지역 사회와 연결된 커뮤니티 케어 중심지로 전환할 필요가 제기된다. 나아가 노인복지, 정신건강, 커뮤니티활동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보훈 플랫폼이 되어야 할 시점이다.

기념에서 실천으로 —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

‘보훈나눔’이 단순한 의례를 넘어선 지속 가능성을 갖추려면, 공공기관과 시민사회, 민간부문이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구조가 필수적이다. 명예와 책임, 감사와 복지가 어떻게 접점을 찾을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 남는다.

국가유공자의 노후 삶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 고령화가 가속화되는 사회에서 돌봄의 정의는 어디까지 확장되어야 하는가? 우리는 이 질문 앞에서 단지 과거를 기념할 것이 아니라, 미래를 준비하는 삶의 방식을 고민해야 할 때다.

공공기관은 제도적 개선의 속도를 높이고, 시민은 ‘기억의 연대’에 보다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문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결국 ‘보훈’은 과거 한 시점의 영광이 아니라, 사회가 지금도 지켜야 할 ‘사람의 존엄’이라는 가치 위에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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