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인식 개선은 왜 지역에서 시작되어야 하는가 – 공감의 장이 만든 변화의 동력
2025년 11월, 순천시 조례호수공원에서 열린 ‘장애인식개선축제 & 자기주장대회’는 단순한 문화 행사를 넘어, 장애에 대한 한국 사회의 태도를 다시 성찰하게 하는 중요한 공적 실험장이 됐다. 이 축제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무대를 만들고, 일상을 나누며, 현실적 체험과 공감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는 장이었다. 이처럼 일상에서 마주하는 장애에 대한 인식을 지역 단위에서 새롭게 조명하는 시도는 우리 사회가 변화를 어디에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장애 인식을 다루는 새로운 무대, 지역 축제의 가능성
장애인식 개선은 단순히 정보 전달이나 캠페인에서 그치지 않는다. 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이들과 공간을 공유하는 경험이 동반될 때 진정한 인식 전환이 일어난다. 순천시행사에서 열린 자기주장대회는 그 대표적인 사례다. 장애인 당사자들이 자신의 삶을 무대 위에서 이야기하고, 비장애인 시민들의 반응 속에서 그 이야기는 개인의 경험을 넘어 사회적 메시지로 확장되었다.
이러한 행사는 최근 사회복지 현장이 추구하는 ‘참여 기반 복지’, 즉 당사자의 주체적 참여와 지역사회와의 상호작용을 지향하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 복지 정책이 시혜성 접근에서 참여 중심으로 전환되는 이 시점에서, 지역 단위의 인식 개선 활동은 제도적 접근의 영역을 넘어 생활 속 참여를 가능케 하는 실험장이기도 하다.
제도는 보편성을 말하지만, 실천은 지역에서 시작된다
장애인 인식 개선은 2007년 유엔장애인권리협약(CRPD) 비준 이후 한국 사회 전반에 걸쳐 중요한 정책 과제가 되었고,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 그것을 제도적 기반으로 삼았다. 하지만 제도가 지역 사회에 안착되기 위해서는 구조적 변화뿐 아니라 ‘사회적 허용’과 ‘문화적 수용’이 병행되어야 한다.
실제 순천 행사처럼 지방정부와 지역복지기관이 협력해 장애 인식 개선을 체험형, 공감형 프로그램으로 구현할 때, 제도는 비로소 일상에서 작동하고 의미를 가진다. 행사에 참여한 한 주민이 "장애에 대해 생각해볼 계기가 됐다"는 말에서 보듯, 법과 인식 사이의 거리는 공공행정의 노력만으로는 좁히기 어렵다. 생활 속 접촉과 관계의 경험이 인식 개선의 핵심 매개가 된다.
장애 당사자 목소리의 공적 확장과 시민 사회의 반응
‘자기주장대회’라는 명칭은 다소 생소하지만, 국제적으로는 이미 ‘Self-Advocacy’ 활동이 제도 밖 사회참여의 주요 방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는 장애인 당사자가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고, 사회적 담론에서 '대상이 아닌 주체'로 서는 과정이다.
이번 행사에서 한 참여자가 "내 이야기를 직접 전할 수 있어 뜻깊었다"는 평가는, 장애인이 오랜 시간 느껴온 표현의 부재, 대표성의 결여에 대한 반작용이었다. 반면 일반 시민들은 공연과 체험을 통해 장애를 ‘특별한 상황’이 아닌 공동체 안의 평범한 일부로 경험하는 방식에 더욱 긍정적으로 반응하였다. 이는 양쪽 모두가 익숙하지 않은 접촉을 통해 인식의 변곡점을 경험했다는 것이며, 앞으로 유사한 시도가 반복적으로 일어나야 하는 이유다.
장애와 비장애를 가르는 경계를 허물기 위한 정책적 과제
지역 중심의 장애인식 개선 활동이 증가하고 있지만, 여전히 전국 차원의 지원 체계는 부족하다. 복지부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전체 장애인 인식개선 예산은 지방자치단체 간 편차가 크고, 주로 학교나 공공기관 중심의 강의형 교육에 집중되어 있어 일상 참여형, 융합형 인식 개선 프로그램은 매우 제한적이다.
더불어, 이 활동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지역 단체와 공공기관 간의 협업 체계 구축, 민간지원 유치, 교육과 문화시설의 연계 등이 제도화되어야 한다. 해외에서는 지역 커뮤니티 센터를 기반으로 한 문화 중심 장애 인식 프로그램들이 정례화되어 있으며, 특히 장애 예술 활동과 교육 연계 프로그램이 공공 보조금 시스템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다는 점에서 참고할 만하다.
장애 인식을 바꾸는 출발점이 거창하거나 복잡하지 않다는 사실은 조례호수공원의 잔디밭에서 이미 증명되었다. 중요한 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새로운 경험이 연결되고, 그 경험이 시민의 언어로 말해질 수 있는 장을 만드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장애 인식 개선은 우리 사회가 공동체를 어떻게 상상하고 있으며, 누구를 그 안에 포함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다. 지역, 교육기관, 기업, 시민 각자의 위치에서 우리는 이 질문 앞에 무엇을 실천할 수 있을지를 스스로 묻고 또 이웃과 함께 이야기해볼 때다. 단 하나의 이야기라도 존중받는 사회, 그것이 인식 개선의 진정한 목적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