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 엔진 금융의 지각변동 – 글로벌 항공산업에 뛰어든 한국 금융의 전략적 전환신호
최근 하나은행이 주도한 한화에비에이션의 상업용 항공기 엔진 금융 프로젝트는 단순한 기업 간 협력 이상의 함의를 가진다. 이는 한국 금융권의 글로벌 산업금융 생태계 내 위상 변화와 항공우주 산업 구조 재편 속에서 금융이 점점 기술 산업의 스케일업을 견인하는 핵심 파트너로 부상하고 있는 흐름을 보여준다.
항공산업 패러다임의 전환 속 엔진 금융의 부상
글로벌 항공산업은 팬데믹 이후 회복세를 넘어 엔진 포트폴리오 재정비와 친환경 전환 등 새로운 경쟁 국면에 진입했다. 특히 항공 엔진 부문은 기체 제조 대비 수익성 높고 장기 수주 기반이 탄탄하여 자산 금융에 적합한 산업군으로 주목받고 있다.
한화에비에이션이 확보한 CFM56, V2500, LEAP 등 중대형 파워플랜트는 전 세계 상업 항공기 시장에서 현역으로 운용 중인 고부가 자산이며, 정비주기 중심의 안정적 현금흐름 모델을 가지고 있어 금융기관 입장에서도 리스크가 낮다. 이번 하나은행의 신디케이티드론 주선은 이러한 기술 자산의 금융화 전략을 금융권이 주도한 사례로, 산업·기술·금융 간 연계성이 강력해지고 있다는 점에서 산업구조 변화의 지표다.
글로벌 금융권의 항공기 금융 헤게모니에 균열
전통적으로 항공기 및 엔진 금융은 BNP파리바, 스탠다드차타드, SMBC Aviation 등 유럽·일본계 대형상업은행이 지배해 왔다. 여기에 한국계 은행이 본격 진입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하나은행은 단순 투자자 역할을 넘어서 딜의 구조설계, 프로젝트 심사, 글로벌 기관 유치까지 주선역량을 확보하며 새로운 금융플레이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는 국내 금융사가 수세적 수입처 의존형에서 벗어나 공격적 구조금융 수출형 모델로 이행하고 있음을 보여주며, 향후 생산기지 중심의 기업이 아닌 항공 정비, 부품, 리스 등 후방시장 중심의 기업들과 연계한 금융 패키지 구성 가능성을 시사한다.
산업금융의 디지털 전환과 글로벌화는 선택 아닌 필수
McKinsey 보고서(2023)에 따르면 향후 10년 내 항공기 및 관련 부품 금융 시장은 연 6~8%의 성장률을 기록할 전망이다. 특히 ESG 규제와 연료 효율성 기준 강화를 배경으로 노후 엔진 교체, 리퍼비시(Re-furbishment) 수요가 증가하며, 금융이 이 흐름을 선제적으로 지원하지 못할 경우 산업 전환기에서 큰 기회를 놓칠 수 있다.
하나은행의 싱가포르 지점과 한국수출입은행 현지법인의 공동 대출 참여는 금융의 로컬-글로벌 연결 전략의 전형적 표현이며, 산업 전환 국면에서의 속도와 실행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인 중 하나다. 경쟁력 있는 금융 기관일수록 자산 구조만이 아닌 실행조직의 글로벌 분산전략과 국가별 산업정보 수집 능력을 필수로 내재화해야 한다.
전략적 시사점 및 전망
하나은행과 한화에비에이션의 사례가 갖는 구조적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 딜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산업 구조변화와 연결된 금융 접근 방식의 전환이다. 앞으로 ‘자산 기반 기술금융(Asset-backed Tech Finance)’이 주요 트렌드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 중소 항공부품사, MRO기업, 항공기 리스·해운 운영사 등 지속적 현금흐름이 보장된 산업군을 겨냥한 금융상품 개발이 새로운 수익원으로 부상할 것이다.
- 전통 산업금융은 온프레미스 기업 정보, 생애주기 맞춤형 금융 판단 능력, 그리고 국제 무역·조세·규제 요인을 고려한 설계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향후 항공뿐 아니라 친환경 선박, 에너지 저장장치(ESS), 우주위성 운용과 같은 미래 핵심 인프라 산업군 역시 비슷한 금융 구조 전개가 예상된다. 금융기관은 단기 대출자금 공급자를 넘어, 산업 패러다임 전환기의 ‘지식 기반 리스크 파트너’로서 기능 재정립이 요구되는 시대에 접어든 것이다.
결론과 실무 체크포인트
글로벌 산업금융이 특정 자산에서 기술-비즈니스의 ‘엔지니어링 해석력’을 바탕으로 진화하고 있는 흐름을 고려하면, 다음과 같은 점검이 필요하다.
- 내 산업이 금융화 가능한 구조인가? IP, 장비, MRO, 정산모델 등을 자산화 또는 리스화 할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 내 금융 파트너는 단순 은행인가, 산업 전략적 동맹자인가? 산업 트렌드 변화에 대한 이해도 및 실행부서의 전문성을 평가하라.
- 전략적 글로벌 파트너십을 금융 공급망에도 확장하고 있는가? 국내 중심 사고에서 벗어나야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
산업 변화의 흐름을 읽되, 그 안에서 금융의 진화 방향을 먼저 파악한 기업이 결국 다음 스테이지의 주도권을 쥐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