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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용이 미래를 설계한다

포용이 미래를 설계한다

포용을 설계하는 시스템의 미래 – 장애와 신경다양성을 고려하지 않는 조직이 놓치고 있는 것들

이제는 단순한 복지의 문제가 아니다. 세계적으로 포용성과 다양성의 가치는 인재 확보 및 조직의 지속가능성과 직결되는 차세대 경영 전략의 핵심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의료 분야처럼 인구 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로 인해 전문인력 수요가 급증하는 산업일수록, 조직 내 포용성 설계의 부재는 곧 시스템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영국 NHS(국민보건서비스) 내 장애를 가진 의사들의 현실은 그 단면을 명확히 보여준다. BBC 웨일스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장애나 신경다양성을 지닌 의료인력에 대한 이해 부족, 유연하지 않은 노동조건, 그리고 파편적인 제도 운영은 경력단절과 이탈을 초래하고 있으며 이는 보건 시스템 전체에 ‘역량 손실’이라는 구조적 위협을 가중시키고 있다.

1. 포용성 부족이 초래한 인재 이탈 – 불편함을 겪는 것은 누구인가?

영국 의사회(BMA)의 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중 무려 53%가 지난 2년간 직장을 떠났거나 해당 가능성을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 이들의 상당수는 장애, 만성질환, 또는 신경다양성(예: ADHD, 자폐스펙트럼)을 지닌 상태였다. 의사 앨리스 게이튼비는 간질이 있다는 사실로 인해 야간근무를 기피하자 '진짜 의사가 아니다'라는 동료의 말을 들어야 했다. 그녀의 사례는 단지 개인의 드라마로 끝나지 않는다. 장애를 가진 의료인의 70% 이상이 정당한 업무 조정(Reasonable Adjustment)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에서 그 심각성이 더욱 드러난다.

2. ‘유연성’ 없는 시스템은 장애인을 떠나게 만든다

의사 리즈 머레이는 다발성 만성질환을 안고 10년 넘게 NHS에서 일해왔지만, 유연근무나 야간근무 면제 요청은 번번이 거절당했다. 결국 공공 의료기관을 떠나 프리랜서인 로컴(Locum) 의사로 전환, 비정규직이라는 리스크를 감수하면서서라도 자기 건강과 일을 병행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을 택했다. 여기서 우리는 중요한 질문을 마주하게 된다. “이 시스템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3. 변화의 신호: 공유 조직문화와 내부 네트워크

반면, 하이웰 다(Hywel Dda) 보건구의 간호사 트리샤 로버츠는 조직 내에서 성인 ADHD 서비스 전문 간호사로 일하며 유연근무를 통해 자신의 ADHD와 자폐 진단 이후에도 활발히 역량을 펼치고 있다. 그녀가 소속된 신경다양성 직원 네트워크는 ‘소속감’을 되찾게 만든 핵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는 한 명의 배려가 아닌, 시스템 설계 차원의 통합적 접근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4. ‘배제 설계’의 사회적 비용: 차별은 환자에게도로 이어진다

의료 현장에서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의료진이 사라질수록, 이는 환자의 다양성에 대한 공감력의 저하와 의료 서비스의 접근성 악화로 이어진다. 장애인의 건강을 잘 이해하고 대응할 수 있는 의료인이 부족해지는 것은 의료 품질 저하와 신뢰 저하의 악순환을 촉발할 수 있다. 제도적 차별이 단지 직원의 문제가 아닌, 결국 사회 전체 문제로 비화되는 것이다.

5. 미래 조직을 위한 새로운 기준: ‘다양성을 전제한 시스템’

참고할 만한 전략은 이미 존재한다. MIT’s Future of Work Task Force 보고서는 “미래의 고성과 조직은 다양성 그 자체가 아닌, 다양성이 작동할 수 있는 조건을 설계하는 조직”이라고 정의한다. 변경 가능한 근무조정, 자동화된 장애인 지원 요청 절차, 상시 오픈된 동료지원 네트워크, 그리고 ‘장애 증명 반복 절차 생략 정책’ 도입 등은 작은 시작이지만 큰 변화를 만든다.

앞으로 우리가 변화를 만들 열쇠는 무엇일까?

포용의 구조적 부재는 이제 조직 리스크다. 그리고 리스크를 줄이는 가장 현실적인 해법은 제도를 유연하게 설계하고,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해 ‘장애’나 ‘신경다양성’을 예외가 아닌 설계 전제조건으로 재배치하는 것이다.

개인과 조직 모두 미래를 준비하려면 지금 질문해보아야 한다.
“우리는 시스템 설계에 누군가를 너무 쉽게 배제하고 있지는 않은가?”
“내가 일하는 곳은 포용을 선언할 뿐, 실행하고 있지는 않지는 않은가?”

오늘부터 할 수 있는 실천은 작다. 편견 없는 언어를 익히고, 유연한 근무제가 조직에 미치는 의미를 탐색하거나, 직장 내 다양성 커뮤니티에 참여하여 시야를 확장해보는 것은 좋은 출발이 될 수 있다. 포용은 미래를 살아가는 최소한의 조건이자, 우리가 함께 상생할 수 있는 유일한 시스템 설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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