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병든 토양, 우리의 식탁도 위협받는다 – 농업 과학자가 말하는 ‘지속 가능한 농업’의 절박한 필요
최근 국립농업과학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농경지의 토양 오염도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농약과 화학비료의 과도한 사용, 기후위기로 인한 이상강우와 고온현상, 반복되는 단일작물 재배가 토양의 생물다양성을 파괴하고 농업 생산성을 저해하며, 심각한 환경·건강 문제를 초래하고 있다. 이 글은 우리의 식탁을 위협하는 이러한 문제의 본질을 짚고, 토양 회복과 식량 주권 확보를 위한 실천적 해법을 모색한다.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 과연 안전한가? 미래 세대에 건강한 흙과 물을 물려줄 수 있을까? 이 질문은 더 이상 윤리적 성찰이 아닌 생존을 위한 과학적 과제로 다가오고 있다.
토양 오염 – 보이지 않는 위기, 그러나 치명적인 타격
2023년 기준, 전국 농경지의 절반 이상이 ‘적정 기준’을 초과하는 수준으로 화학비료에 의해 산성화됐다. 국립농업과학원의 분석에 따르면, 충청도와 전라북도 지역 일부 토양에서는 카드뮴·납과 같은 중금속이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되었고, 특히 논밭에 장기 시비되는 퇴비조차 오히려 오염원으로 작용하고 있다.
화학비료 오·남용은 단기 수확량 증대를 가져오지만, 장기적으로는 토양 미생물의 다양성을 붕괴시키고, 식물의 자연적인 항병력을 떨어뜨리며, 결국 병해충 방지를 위한 농약 사용을 증가시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FAO(국제식량농업기구)는 “토양의 33%가 이미 고갈 상태”라고 경고하며 이미 세계적으로 연간 240억 톤의 비옥한 흙이 사라지고 있다고 밝혔다.
기후위기의 가속화 – 불안정한 식량 생산 체계
지구 평균기온의 상승과 급격한 기후 변동성은 농업생산 환경을 근본적으로 뒤흔들고 있다. 2022년 여름, 중부 지역에서는 기록적인 폭우와 이상 고온으로 인해 논 작물 수확량이 약 15% 감소했고, 일부 지역에선 토사가 쓸려 내려가 논두렁이 무너지는 피해까지 발생했다.
한반도도 더 이상 기후 안전지대가 아니다. 지속적 폭염은 작물 생육 기간을 단축시키고, 토양 수분의 조기 증발로 농작물의 품질 저하와 병충해 노출을 부추긴다. 이러한 변화는 특히 소규모 자영농에게 직접적인 생존 위협으로 작용한다.
지속 가능한 농법 – 회복력과 다양성을 키우는 해법
대안은 없다. 과학적으로 검증된 ‘지속 가능한 농업’ 시스템을 조속히 확산시켜야 한다. 이는 단순히 '유기농'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 조건에 맞는 윤작 시스템, 정밀 농업기술 도입, 토양 생태계 회복을 위한 복합영농, 최소경운 방식 채택 등 토양과 기후의 특성을 고려한 전환적 농업 방식이다.
서울대학교 농경제사회학부의 김유찬 교수는 “농업의 기후 복원력(resilience)을 높이는 것이 국가 식량안보에서 가장 선결과제”라고 지적한 바 있다. 실제로 전북 완주군의 한 지속가능 농장에서는 제초제를 전혀 쓰지 않고도 열매 작물 생산성을 유지하며, 자연 방제 시스템을 통해 병해충을 최소화하고 있다. 이는 지속 가능한 방식이 결코 이상적인 상상이 아니라 실현 가능한 기술임을 보여준다.
건강한 먹거리 소비, 시민의식의 전환부터
토양과 물, 그리고 우리의 건강은 하나의 생태선상에 있다. 환경친화적 농산물 소비는 우리 삶의 질을 개선할 뿐 아니라 지속 가능한 농법을 유지하는 농가에 실질적인 지원이 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에 따르면, 친환경 농산물 소비 확대는 탄소 배출 감축뿐만 아니라 지역 경제 활성화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더 많은 소비자가 지역 생산자와 연계된 ‘로컬푸드’를 선택하고, 학교급식에 지역산 신선 농산물 공급이 확대된다면, 소비와 생산이 선순환되는 구조를 확립할 수 있다.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우리는 매일 3번 식탁 위에서 지속 가능한 농업을 선택할 기회를 가진다. 유기농과 무농약 제품을 찾고, 지역 직거래 장터와 협동조합을 이용하며, 친환경 농업 정책을 지지하고 농민운동단체에 관심을 가지는 작지만 중요한 행동이 모이면, 식량 체계 전환은 현실이 된다.
보다 깊이 있는 식량 환경 이해를 위해서는 다큐멘터리 <우리의 먹거리 미래>나 유엔FAO의 연간 토양보고서를 참고하고, 가까운 지역 농장에서 지속 가능한 농사 체험 행사를 직접 경험해보길 권한다. 건강한 흙을 지키는 일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며, 지금 바로 시작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