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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양에서 시작되는 밥상의 위기

토양에서 시작되는 밥상의 위기

기후위기 시대, 우리 밥상은 안전한가? – 농업 환경 연구자가 짚는 심각한 토양 문제와 지속 가능한 농업의 미래

우리가 매일 먹고 있는 밥상은 과연 얼마나 안전할까? 농약과 화학비료가 넘쳐나는 농경지, 오염된 지하수, 갈수록 메말라가는 토양. 이 모든 문제는 단순히 먹거리의 질을 떨어뜨리는 차원을 넘어서, 우리 생존의 기반인 식량 생산 시스템 전반의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최근 농업 토양의 세균 다양성이 다양한 외부 환경 스트레스로 인해 급격히 저하되고 있다는 국제 학술지 발표는, 그런 위기의 실체를 과학적으로 고발하고 있다.

세계는 지금, 인간 활동의 결과로 탄생한 ‘소실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생물 다양성은 물론, 토양 속 미생물 생태계까지 심각하게 훼손되면서, 우리의 농업 기반 자체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이 글에서는 최근 발표된 연구 결과를 토대로, 지속 가능한 농업이 왜 지금 필요한지, 그리고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를 살펴본다.

토양 생태계의 붕괴가 식량 시스템에 미치는 영향

농업은 지구 생태계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24%를 차지하며, 그중 상당 부분이 토양 관리 방식과 직결된다. 특히 관행농업에서 반복되는 화학비료 및 농약 사용은 토양 속 유익균의 서식 환경을 파괴하며, 미생물 다양성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최근 Wiley Online Library에 게재된 글로벌 미생물군 서식지 분석 논문에 따르면, 토양 미생물의 다양성은 인간 활동, 특히 산업화된 농업의 확산으로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이 연구는 전 세계 6000개 이상의 토양 샘플을 분석한 결과, ‘환경 스트레스 점수’가 높은 지역일수록 세균군 다양성이 뚜렷하게 줄어들고 있다고 경고한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생물학적 문제가 아니다. 미생물 다양성의 저하는 작물 면역력 약화, 병해충 증가, 토양 비옥도 저하로 직결되며, 전 세계 식량 안정성(international food security)에 심대한 위협이 되고 있다. 결국 건강한 토양이 없으면 지속 가능한 식량 생산도 불가능하다.

기후위기, 토양 악화의 주범으로 부상

지금 이 순간에도 전 세계 곳곳에서 이상 고온, 극한 강수, 가뭄, 염분 상승 등 다양한 기후 스트레스 요인이 토양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이번 연구에 따르면, 특히 건조 구역과 고온 지역에서 미생물 다양성 저하가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는데, 이는 기후 위기가 이미 토양 건강을 흔들고 있다는 증거다. 문제는 이러한 현상이 미래에 더욱 심화될 것이며, 재생 불가능한 속도로 토양이 망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국제식량농업기구(FAO)는 “지구 전체 토양의 33%가 이미 중도 이상의 황폐화 상태”라고 밝히며, 현 추세대로라면 향후 60년 내 농사 가능한 토양이 고갈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단작, 과도한 경작이 빚어낸 또 다른 위기

대규모 단작(monoculture)과 집약적인 경작 방식은 작물의 생물 다양성뿐만 아니라 토양의 무기물 및 유기물 구조도 단순화시키며, 이는 필연적으로 토양 속 생명체의 균형 붕괴로 이어진다. 연구에 따르면, 작물 다양성이 낮은 농경지에서는 미생물의 유전적 다양성이 감소하고, 그에 따라 탄소 순환 능력, 영양분 흡수 효율이 떨어진다.

흔히 실행되는 바와 같이, 해마다 같은 작물을 반복 재배하면서 많은 양의 화학비료를 사용하는 방식은 토양의 자가회복력을 약화시킨다. 이는 곧 농산물 품질 저하와 더불어, 병해충에 취약한 생태계로 이행하게 만드는 악순환을 초래한다.

지속 가능한 농법이 열쇠다 – 자연이 답을 알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토양 보전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방식이 바로 ‘재생농업’(Regenerative Agriculture)이다. 이는 토양 생명체를 회복시키고, 온실가스 흡수 능력을 높이며, 생물다양성을 되살리는 농법으로, 미국, 호주, 독일 등 다양한 국가에서 성공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예를 들어, 영국의 한 유기농업 단지에서는 작물 간 윤작과 최소경운, 식물성 퇴비 사용을 통해 5년 만에 토양 속 탄소량을 약 20% 증가시켰으며, 미생물 다양성 지수도 두 배 가까이 증가한 바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한 기술 변화가 아니라 토양을 생태계 전체의 일부로 존중하는 태도이며, 농민과 소비자 모두의 협력이 요구된다.

지금, 밥상을 바꾸는 행동이 필요하다

오늘의 위기는 단지 먼 나라의 일이 아니다. 국내 역시 관행 농업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현실 속에서 지하수 오염, 토양 산성화, 작물 병해충 증가 등 토양 기반 식량 생산의 위기를 동시에 겪고 있다. 농업은 선택 가능한 산업이 아니라 공존과 생존의 기반이다.

이제 우리는 다음의 실천으로 나아가야 한다. 첫째, 지역 로컬푸드와 인증된 친환경 농산물 소비를 늘리자. 둘째, 소비자로서 소농과 지속 가능한 농법을 실천하는 생산자를 지지하고, 관련 제도 개선을 지지하는 목소리를 내야 한다. 셋째, 건강한 먹거리 관련 정보에 관심을 갖고 학습하는 문화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다큐멘터리 《Kiss the Ground》, 책 『흙의 간절한 외침』처럼 토양 생태계의 중요성을 다룬 콘텐츠를 추천한다.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밥상은, 곧 지구의 미래이다. 지금의 선택이 다음 세대의 식량 주권과 환경 회복을 좌우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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