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아 대란이 바꾼 단맛의 미래 – 초콜릿이 사라진 시대, 캔디 산업이 보여주는 생존 전략
한때 초콜릿은 달콤한 즐거움의 상징이자, 거의 모든 특별한 날의 주인공이었다. 하지만 2025년, 우리는 이전과는 다른 모습의 캔디 선반 앞에 서 있다. 예전 같으면 진한 코코아 향과 함께 등장했을 Hershey’s와 KitKat은 이제 시나몬, 버터 크림, 마시멜로, 그리고 생소한 과일 향으로 대체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취향의 변화일까, 아니면 산업 전반을 요동치게 만든 구조적 변화의 조짐일까?
지금 우리가 주목해야 할 가장 중요한 변화의 흐름은 무엇일까? 답은 ‘코코아 위기’에 있다. 이 글에서는 글로벌 초콜릿 가격 폭등이 촉발한 캔디 업계의 변신과, 그 속에서 주목해야 할 트렌드 신호를 짚어본다.
1. 코코아 공급망 위기, 맛보다 중요한 변수로 부상
2023년 이후, 초콜릿 생산의 핵심 원료인 코코아 가격은 톤당 12,000달러까지 치솟으며 새로운 경제 리스크로 떠올랐다. 서아프리카의 이상기후, 질병, 불법 채굴 등으로 인해 코코아 수확량이 급감하면서 초콜릿 제조업체들은 생산비 압박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됐다.
Bloomberg Intelligence의 애널리스트 이그나시오 카날스 폴로는 “3주간의 악천후만으로도 글로벌 시장의 균형이 엇나갈 수 있다”며, 앞으로도 코코아 가격은 불확실성이 큰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 전망한다. 이로 인해 많은 제조사들이 초콜릿 함량을 줄이거나 아예 초콜릿을 대체하는 방향으로 제품군을 재구성하고 있다.
2. ‘맛의 혁신’으로 포장된 생존 전략 – 하이브리드 캔디의 등장
겉보기엔 재미있고 새로운 시도 같지만, 이면에는 명확한 원가 절감 전략이 숨어 있다. M&M's의 '베이커리 컬렉션'은 레몬 머랭 파이, 체리 컵케이크 맛 등 실험적 조합을 앞세운다. 허쉬는 시나몬 토스트 크런치 맛 ‘키세스’까지 출시했으며, 키캣은 초콜릿 대신 바닐라 크림 코팅을 입힌 버전을 선보였다.
이러한 제품들은 Z세대 및 밀레니얼 세대의 ‘미각 경험 추구’라는 소비 성향과 맞물려 비용 절감이라는 산업적 목표를 교묘히 분산시키고 있다. 즉, 소비자로 하여금 “신기하니까 먹는 거야”라고 느끼게 하면서도 초콜릿 비중은 눈에 띄게 줄여나가는 셈이다.
3. '초콜릿 대체재'에서 새로운 주류로 – 젤리, 과일향 캔디의 부상
초콜릿 제품군이 흔들리는 동안, 반사이익을 독차지한 장르는 젤리류다. 허쉬는 ‘샤크어리셔스 XL’ 젤리를, 페라라는 ‘넛드 젤리 클러스터’ 신제품을 강화하고 있으며, 몬델리즈는 블랙라이트에서 빛나는 ‘사워패치 키즈’까지 내놓으며 시선을 끌고 있다.
이 강세의 핵심 이유는 명확하다. 젤리, 사탕류는 코코아라는 불안정한 농산물의 공급망에 휘둘리지 않으며, 무한한 인공 향, 색소, 형태로 '즐거움’이라는 소비 가치를 제공한다. 특히 할로윈처럼 대량 소비가 이루어지는 이벤트 시즌에 초콜릿 부족은 젤리류에겐 성장 기회가 된다.
4. 줄이는 기술도 트렌드가 된다 – '코코아 컷팅'과 '슈링크플레이션'의 일상화
소비자들이 느낄 수 있는 형태의 변화도 나타난다. 작아진 초콜릿, 사라진 무게. 리즈스의 펌킨 버전은 기존보다 약 20% 더 가볍고, 키캣의 ‘카운트’ 시리즈는 제품당 중량이 눈에 띄게 감소했다. 이는 단순한 원재료 사용 절감이 아니라, ‘필요 이상으로 과잉 섭취하지 않아도 되는 사이즈’라는 식의 마케팅 메시지로 포장된다.
포장은 크리에이티브해졌고, 원가는 줄었으며, 소비자는 결국 바뀐 맛을 받아들이게 된다. 이 과정은 캔디 산업의 새로운 위기 대응 방식이기도 하다.
5. 향후 전망 – '초콜릿 없는 초콜릿 브랜드’의 시대
현재의 코코아 위기는 단기적인 가격 문제로만 보아선 안 된다. 초콜릿 제품군 자체의 정체성이 재정립되는 중이다. 전문가들은 초콜릿 없이도 브랜드 충성도를 유지하는 실험이 늘어날 것이라 본다. 한편, 코코아 생산지 다변화, 연구 개발을 통한 대체 성분 개발 등 ‘비용보다 지속성’을 추구하는 방향의 장기 전략도 병행될 필요가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바뀐 기준을 인식하고, 새로운 형태의 단맛을 적극적으로 탐색할 필요가 있다.
이번 변화는 단순히 ‘맛’의 변화가 아닌, ESG 이슈, 글로벌 공급망, 소비 경험 디자인이 얽힌 복합적 트렌드의 집합체다. 개인과 기업 모두 과거의 익숙함을 넘어 ‘새로운 규칙’을 받아들이는 유연함이 요구된다.
✅ 지금 가능한 실천 팁
- 향후 소비 트렌드에 맞춰 제품 개발을 고민 중인 브랜드라면 ‘대체재 활용’과 ‘스토리텔링’의 결합에 주목해야 한다.
- 소비자로서도 “진짜 초콜릿인가?” 보다 “이 경험이 재미있는가?”를 중심으로 보는 태도가 브랜드 선택에 변화를 줄 것이다.
- 농산물 기반 원료의 불확실성을 리스크로 고려하는 산업은 이 사례를 타산지석 삼아 자원 전략을 재편할 필요가 있다.
초콜릿의 시대는 끝낼 수 없어도, 그 방식은 바꿀 수 있다. 지금은 바로 그 전환점 위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