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 위의 정의는 어디에 있는가? – '통합예산법'이 무너뜨린 지속 가능한 농업, 그리고 우리가 선택해야 할 길
우리가 매일 접하는 신선한 채소 한 줌, 정성껏 길러낸 농산물 한 그루에는 건강한 토양, 지속 가능한 농법, 그리고 지역 공동체의 땀이 배어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미국에서 통과된 '예산조정법안(One Big Beautiful Bill Act)'이 이 모든 것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는 사실은 단순한 해외 뉴스로 그칠 문제가 아닙니다. 기후위기와 식량 불안이 맞물린 오늘날, 이 법은 농업의 생태적, 경제적 지속 가능성뿐만 아니라 지역 단위 식량 주권 그 자체를 위협합니다.
한국 사회 또한 대형 농업 중심의 보조금 정책과 도시 중심의 유통 구조로 인해 수많은 소농과 소비자가 소외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금 우리가 사 먹는 음식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그리고 “미래 세대에게 건강한 먹거리와 농업 환경을 물려줄 수 있는가?”
다시 흔들리는 지역 식량 시스템
이번 미국 국회의 통합예산법 통과는 대형 단일작물 농업(commodity agriculture)에는 직접적인 재정 보조를 확대하는 대신, 지역 기반 식량 시스템을 지탱해 온 영세·다양화·직거래 농가에 대한 지원은 거의 포함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따라 스냅(SNAP: 저소득층 식품보조 프로그램)과 SNAP-Ed(영양교육 프로그램) 같은 수요 기반 식품 접근 프로그램들이 대폭 삭감되었는데, 이로 인해 Colorado주 지역만 놓고 보더라도 약 30억 달러의 농가 수익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미 하원 농업위원회, 2025]).
이는 단지 저소득층 식생활 문제에 그치지 않습니다. SNAP을 이용한 지역농산물 소비는 전체 식품 지출의 약 25%가 농가로 직접 환류되는 고리이며, 이러한 순환 구조는 마을 단위 경제를 지키는 핵심 축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콜로라도의 ‘Here & Now Farm’을 운영하는 로렐 스미스 농부는 "SNAP 덕분에 우리 농장은 다양한 이웃들과 연결되어왔고, 매달 60달러치 신선 야채를 추가로 제공할 수 있었다"며, "이번 예산조정안은 그 지역 연결성과 농장의 생존력을 동시에 위협한다"고 강조합니다.
보조금 집중, 소농 불이익… 무너지는 ‘농업의 다원적 기능’
예산조정법이 도입하면서 10년간 약 540억 달러에 달하는 보조금이 대규모 곡물 중심 농가로 집중될 예정이며, 반면 소규모 복합경작 농가는 대부분 이 프로그램에 자격조차 갖추기 어렵습니다. 미국 내 전체 농지 중 단 27%만이 이런 보조금 프로그램에 해당하며, 이는 전통적인 영농 방식이나 신농업 모델을 지향하는 다품종·소량농의 구조와 본질적으로 충돌합니다.
뿐만 아니라, 농업기반 환경보전 프로그램(EQIP, CSP 등)의 예산도 삭감되거나 정비되지 못했고, 지속 가능한 농법 기술에 대한 연구·교육 지원(예: 유기농 연구 확대, SARE 프로그램 등)도 축소되었습니다. 이는 오늘날 기후위기 대응과 생물다양성 보존을 위해 절실히 필요한 지속 가능한 농업 전환 노력을 멈추게 만들 수 있는 위험한 결정입니다.
해결의 열쇠는 ‘진정한 지역 연계 농정’에 있다
한국에서도 유사한 문제는 이미 현실입니다. 대도시 중심의 유통 구조, 자본 기반 농업 위주 보조 정책은 중·소농의 소외, 농지의 생태 파괴, 안전한 먹거리 접근 제한 문제를 가속화합니다. 국제연합 식량농업기구(FAO)는 “농업 보조금의 방향을 대규모 생산성 확대보다는 생태적 전환과 지역 식량안보로 돌려야 한다”고 권고합니다. 이런 전환을 뒷받침하려면, 농민과 소비자가 동시에 주체로 참여하는 식량 체계를 구축해야 합니다.
우리가 만들 수 있는 변화는 작지만 실천 가능합니다:
- 로컬푸드 및 생산자 직거래 장터 이용: 지역 농가가 살아야 지속 가능한 식량 시스템이 유지됩니다.
- 친환경·유기 농법 농산물 소비 확대: 소비자 선택은 곧 농법의 변화로 이어집니다.
- 정치적인 관심 표현과 정책 지지: ‘밥상의 정치’를 외치며 지속 가능한 농정 개혁과 식량 자치법(예: 푸드 플랜 등) 도입을 요구해야 합니다.
- 시민단체 참여 및 후원: 기본 소득 농민 운동, 로컬푸드 지원 운동 등 다양한 시민 참여 루트에 관심을 갖고 후원함으로써 제도적 기반을 강화할 수 있습니다.
- 더 깊이 있는 정보 습득: 『씨앗은 누구의 것인가』, 『푸드 주권』과 같은 도서를 읽고, 다큐멘터리 <지구 밥상> 등의 콘텐츠를 접해보는 것도 큰 도움이 됩니다.
지속 가능한 농업은 단지 환경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의 건강, 평등한 식품 접근, 그리고 농촌 공동체의 존속과 직결된 문제입니다. 우리의 밥상이 다시 생명을 품은 공간이 되기 위해, 지금 우리가 행동해야 할 때입니다.